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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고 입동이 지나면 겨울 먹을 거리 준비로 마음이 분주해진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김장을 했는지 묻는 게 요즘 인사이기도 하다. 나는 3년 전부터 동치미를 담가 먹기는 했지만 이때까지 배추김치는 얻어다 먹곤 했다. 시어머님이나 큰형님이 담가 주시거나 친정엄마가 살아계실 때는 다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가지고 배추에 김칫소를 입히기만 하면 되었다. 

웃어른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도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에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음식 문화가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더구나 오십 년 넘는 세월 동안 먹어온 김치들이 몸속에 각인되어 시어머니의 맛깔스런 김치맛과 친정어머니의 담박한 김치맛을 섞어 내 나름대로 우리 식구가 먹을 김치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장김치 만들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우리의 김장김치가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봄이면 새우,멸치와 같은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고 여름에는 2~3년 동안 저장할 천일염을 구입하여 쓴맛이 빠지게 하고 늦여름에는 고추를 말려 가루로 빻아 두고 늦가을에 김장을 하는 게 우리의 풍습이다.

더구나 김장은 같이 협력하는 공동체 문화가 있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 하니 대를 이어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음식 문화요 풍습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가 만들어가는 김장의 과정을 살펴보려 한다.
 
채반에서 물기를 빼고 있는 절인 배추
▲ 절인 배추 채반에서 물기를 빼고 있는 절인 배추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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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배추를 절여야 하는데 나는 배추를 절여 본 적이 없어 절임 배추를 구입했다. 세 식구가 먹어야 해서 20kg 배추 2박스를 구입했다. 20kg에 배추 7~9포기가 들어간다고 하니 식구 수에 맞추면 될 것 같다. 절임배추는 김장하는 날짜를 적으면 그 전날 배달해 준다. 나는 김장하기 5일 전에 주문했는데 제때 잘 배달되었다.

2. 주재료인 배추가 준비됐으면 김칫소에 넣을 부재료가 필요하다. 부재료는 집안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나는 김치에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큰 무 3개를 채 썰었다. 그 다음에는 쪽파를 한 단 다듬어 씻고 5cm크기로 썰었다. 갓도 한 단 씻어서 쪽파와 비슷한 크기로 썰었다. 대파는 4개 어슷썰기 했다. 마늘은 1.5kg, 생강은 300g 김장하기 전날 찧어 놓았다.

3. 부재료가 준비되었으면 양념간을 만들어야 한다. 김치맛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젓갈일텐데 젓갈은 감칠맛과 깊이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세 개의 젓갈을 섞어 넣었는데 멸치액젓과 갈치액젓, 새우젓이다.

멸치액젓은 종이컵으로 다섯 컵, 갈치액젓은 한 컵을 넣었다. 새우젓은 두 컵을 넣고 매실청 한 컵과 섞어 갈았다. 배 두 개, 사과는 즙이 있어 8개, 그리고 양파 한 개를 갈아 넣었다. 찹쌀풀은 찹쌀가루 1컵 반을 물에 섞어 약한 불로 천천히 저어 전날 미리 만들어서 식혀 놓았다.
 
젓갈과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린 양념간
▲ 김장 양념 젓갈과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린 양념간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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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갈아놓은 배, 양파와 사과즙, 젓갈들을 큰 대야에 붓고 마늘과 생강, 고춧가루 2kg을 넣어 섞었다. 여기에 부재료인 무와 쪽파, 대파, 갓을 넣고 잘 섞어 주면 김칫소가 완성된다. 나는 육수를 준비 못해서 됨직해 좀 걱정스러웠는데 무를 많이 넣어선지 수분이 생겨 김칫소가 촉촉해졌다. 채 썬 무양념을 하나 건져 맛을 보니 젓갈의 감칠맛이 그대로 살아있어 김칫소만 먹어도 맛이 좋았다.

5. 이제 절여진 배추를 가져와 속을 넣으면 된다. 절인 배추는 속을 넣기 한두 시간 전에 채반에 놓아 물기를 빼 주었다. 이제 김치통을 옆에 가져다 놓고 쟁반은 앞에 놓고 절인 배추를 쟁반에 하나씩 가져와 바깥쪽 배춧잎부터 한 장씩 김칫소를 묻혀 준다. 그리고 김치통에 넣으면 완성이다.
양념과 함께 버무려지는 부재료들
▲ 김칫소 만들기 양념과 함께 버무려지는 부재료들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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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kg 절인 배추는 포기김치로 완성되어 5개의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겼다. 배춧잎을 하나 떼어 맛을 보니 배추의 달고 아삭한 맛과 젓갈로 버무려진 김칫소의 시원함이 더해져 맛이 일품이다.

처음 해 본 김장인데 대성공이다. 사실 배추가 맛있고 양념이 맛있으면 누가 해도 맛있는 김장이 될 것이다. 남편과 함께 처음 해 본 올해 김장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허리가 아프고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힘은 들었지만 우리 입맛을 찾아가는 여정이 재미있고 즐거웠다. 
김치통 5개에 담긴 김장김치
▲ 김장 김치 김치통 5개에 담긴 김장김치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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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에 담은 동치미와 갓 담은 배추김치가 김치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다. 맛있게 만들어진 겨울 양식이 힘들었던 김장의 고됨을 잊게 만든다. 며칠 힘들어도 겨우 내내 식구들과 함께 먹고 나눌 수 있는 김장은 내년에도 계속 하고 싶을 정도로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올 김장으로 직접 담은 동치미와 배추김치
▲ 동치미와 배추김치 올 김장으로 직접 담은 동치미와 배추김치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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