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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크투어에서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022년 4월~10월 <4·3은 말한다> 강독모임 2기를 진행하였고, 총 4명의 참여자들이 실제 생활하는 지역의 4·3유적지와 역사를 소개하는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매주 한 편씩 총 4주간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여 소개하겠습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로 학살터 도령마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기자말]
지난 10월 22일 도령마루 일대 전경. 도시공원사업 조성을 위한 포클레인이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도령마루 일대 전경. 도시공원사업 조성을 위한 포클레인이 공사를 하고 있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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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 70여 년 전 제주4·3 당시 확인된 것만 최소 76명이 국가폭력에 의해 학살당한 비운의 공간이 있다. 바로 '도령마루'다.
제주다크투어의 강독모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내가 사는 주변에 있는 유적지에 대해 소개하는 과제를 받았다. 

지난 10월, 책에서 본 도령마루의 모습을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는데 깜짝 놀랄 광경을 목격했다. 유적지가 공사장으로 변한 것이었다. 

도령마루, 어떤 곳?
 
지난해 7월 10일 제주다크투어 제주4·3 유적지 시민지킴이단이 도심 속 잊힌 학살터 '도령마루'로 들어서는 모습.
 지난해 7월 10일 제주다크투어 제주4·3 유적지 시민지킴이단이 도심 속 잊힌 학살터 '도령마루'로 들어서는 모습.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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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령마루(제주시 용담2동 1805번지 일원)는 4·3학살터 가운데는 드물게도 도심권에 위치해 있다. 이 일대는 4·3 당시 연동리와 용담리, 도두리, 오라리 등 4개 리(里)가 인접한 교통의 요지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숲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건물 없이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다. 제민일보 4·3취재반이 쓴 <4·3은 말한다>와 제주4·3연구소의 <제주4·3유적Ⅰ> 등에 따르면 이곳에서 희생된 민간인은 확인된 것만 76명에 달한다.
 
지난해 7월 10일 제주다크투어 제주4·3 유적지 시민지킴이단이 '도령마루'를 살피고 있다. 사진은 안내자로 나선 김경훈 시인이 시민지킴이단에게 도령마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지난해 7월 10일 제주다크투어 제주4·3 유적지 시민지킴이단이 '도령마루'를 살피고 있다. 사진은 안내자로 나선 김경훈 시인이 시민지킴이단에게 도령마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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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아직 이름을 받지 못한 3살 여자 아이도 이곳에서 희생됐다. 가까이에 용담리, 연동리, 노형리 등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은 물론, 멀리 소길리나 아라리에 사는 주민들도 이곳에 끌려와 희생됐다. 이 가운데 5명은 아직 시신 수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존'한 학살터 '도령마루'

제주에 개발 광풍이 불며 많은 유적지들이 사라진 지도 모른 채 사라졌지만, 도심지에 있는 이곳은 '생존'했다. 역설적이게도 잊힌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개발 메리트가 그만큼 크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1970년대 제주 개발을 목적으로 국내 한 제과업체가 이곳에 해태상을 세웠다. 이후 어느 순간부터 도령마루는 해태동산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도령마루 건너편 교통섬에 세워진 해원방사탑. 이 방사탑은 지난 2019년 도령마루에서 해원상생굿이 열리기 하루 전인 4월 5일에 완공됐다.
 도령마루 건너편 교통섬에 세워진 해원방사탑. 이 방사탑은 지난 2019년 도령마루에서 해원상생굿이 열리기 하루 전인 4월 5일에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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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4·3문학계의 선구자였던 현기영 작가가 <도령마루의 까마귀>를 발표하며 이 유적지의 존재가 다시금 알려지기도 했으나, 해태동산이라는 이름을 누르고 원래의 이름을 찾아오진 못했다. 그렇게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후 제주4·3이 70주년을 맞으며 이 유적지는 재조명됐다. 도령마루라는 본래의 이름도 이 즈음 시민사회단체와 행정의 노력으로 복원됐다. 

2019년 4월 6일엔 4·3 당시 이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는 해원상생굿이 열렸다. 도령마루 건너편 교통섬에는 높이 3m의 해원방사탑이 조성되기도 했다. 
 
도령마루 진입로에 세워진 유적지 안내판. 지난 2018년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와 탐라미술인협회가 조성했다.
 도령마루 진입로에 세워진 유적지 안내판. 지난 2018년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와 탐라미술인협회가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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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령마루에 무엇이 들어서나?

제주시는 지난 6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사업비 9억 3900만 원을 투입해 2022년 미세먼지차단숲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도령마루 일대 1.3ha에 느티나무 등 7종의 교목류 809그루와 병꽃나무 등 4종 관목류 1만 1910그루, 초화류 등을 식재하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유적지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현장 방문 당시 커다란 굴삭기와 트럭이 유적지를 짓밟고 있었다. 지난 2018년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와 탐라미술인협회가 조성한 안내 팻말도 사라져 있었다. 
   
현장 관계자도, 제주도청 4·3지원과 관계자도 이 팻말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다만, 공원 한쪽에 도령마루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제주도 행정당국의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살터에 남아 있을지 모를 5명의 희생자 유해 수습은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유해발굴 계획은 없는 상태이고, 도시공원 조성사업이 추진되면 으레 진행하는 문화재 지표 조사만 이뤄진다고 한다. 

아울러 행정 관계자는 지난 여름 4·3희생자유족 관계자를 현장으로 초청해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으나, 4·3희생유족회장과 유족회 사무국장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행정은 어떤 대표성을 가진 유족들을 초청했던 걸까?
 
도령마루 진입로. 중장비들이 다닐 수 있도록 통로가 확장되고 일부 수목이 훼손됐다.
 도령마루 진입로. 중장비들이 다닐 수 있도록 통로가 확장되고 일부 수목이 훼손됐다.
ⓒ 제주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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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령마루, #학살터, #유적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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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길 -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여행 속에서 제주 4.3을 알리고 기억을 공유합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과 함께 제주 곳곳의 4.3 유적지를 방문하고 기록하며 알려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국경을 넘어 아시아 과거사 피해자들과도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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