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었다. 하지만 2022년 현재는 아니다. 마약을 SNS로 주문하면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마약 구하는 일이 쉬워졌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다시 마약 청정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 18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2022 대한민국 마약 보고서-마약 청정국은 끝났다' 편을 방송했다. 미혼모인 이미진(가명)씨 사례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인지 보여준다. 또 마약을 끊기 위해 재활 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이유 등을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5일 '2022 대한민국 마약 보고서-마약 청정국은 끝났다' 편을 취재한 김영헌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시사 직격>의 한 장면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방송 잘 끝났고 시청률도 나쁘지 않게 나왔고 마무리를 잘했어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번 방송에 지적이 있었어요. 최근에 이태원 참사 일어났었잖아요. 마약관련 주제를 다루는 게 현 정부의 눈치 보기 아니냐는 거죠. 하지만 이태원 참사 사건이 10월 29일에 발생했고 저희 방송 준비는 9월 말에서 10월 초 기획에 들어가서 촬영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마약 단속으로 현장 대응이 늦어져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거 아니냐, 눈치 보기식으로 방송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약간 있어요. 일부 시청자가 오해하신 거 같아요. 저희는 현 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하지 않아요. 법무부 한동훈 장관이 마약과 전쟁 얘기를 했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방송을 한 건 아니거든요. 그 전부터 준비했던 건데 이태원 압사 참사 사건이 터지고 방송을 하니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마약 문제는 어떻게 다루게 되셨어요?
"9월 말에 10월 초에 마약 사범과 관련된 집중적인 기사들이 나왔었잖아요. 일단은 기사만 봤을 때는 마약 범죄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는데 일단은 기사를 좀 더 검색해 보니까 마약 사범의 재범률이 굉장히 높더라고요. 마약 사범 재범률이 36.6%거든요. 중독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재범률과 누범률이 높다는 것은 알지 못했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이 있나 알아보니까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던 거예요."

- 마약 관련 방송이 여러 번 나왔잖아요.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거 같아요. 
"마약은 질병으로 분류돼요. 그래서 치료와 회복을 해야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취지를 가지고 일단 시작했거든요. 마약이라는 게 공급과 수요가 있잖아요. 일단 공급 자체가 굉장히 많이 풀려버린 상황이죠. 수요를 잡지 못하면 마약 중독자들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렇다면 수요자를 어떻게 잡느냐로 봤을 때 치료와 재활 회복을 목적으로 하자는 거죠. 마약이라는 게 사실 투약하기 전에는 모르지만 투약하고 난 후에는 뇌 질환을 일으키거든요. 전문가들 대부분은 뇌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건 치료해서 회복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여기에 집중하면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차별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어요. 치료와 재활 회복에 초점을 둔 방송은 많이 없었잖아요."

- 이미진(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하던, 데 왜 이렇게 구성하신 건가요?
" 일상적으로 파고든 마약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20대 초반에 아이 둘을 가지고 있는 엄마이고 그분 또한 누군가의 귀한 딸이잖아요. 그러니까 마약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굉장히 접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런 부분에 공감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분 이야기로 시작한 거예요."

- 이미진씨는 어떻게 처음 마약 했다고 하나요?
"이미진씨가 이른 나이에 두 아이를 출산하고 삶의 회의를 느꼈어요. 마약을 투약하기 전에 이미진씨가 우울증이 되게 심했는데 사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미혼모로 키우겠다고 선택을 한 거예요. 그래서 아이를 낳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현실에 부딪치다 보니까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순간, 마약을 하면 기분이 좋다고 하니 한번 해 본 거예요. 그래서 텔레그램 통해 LSD라는 환각제를 두 알 구 했어요. LSD 환각제를 하나 투약한 이후에 자살에 대한 충동 같은 것들이 다 사라졌대요. 한 알이 남았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생각하다가 어차피 남은 거 일단 먹고 생각해 보자, 그 이후엔 안 먹으란 법 있나 해서 필로폰까지 가게 된 거예요. 그런데 방송을 보고 자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대요. 그래서 지금은 병원도 다니고 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바쁘게 지내려고 한다더라고요."

- 그만큼 마약 구하는 게 쉬운가 봐요?
"구글이나 텔레그램 같은 SNS 보면 은어들이 있어요. 텔레그램이라는 게 SNS에서 익명성이 보장되고 서버가 해외에 있잖아요. 수사가 불가능한 부분을 약용해 텔레그램에서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더라고요."

- 마약 판매상 만나셨잖아요. 인터뷰하기 어렵지 않으셨어요?
"취재하다 보면 마약과 관련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만나잖아요. 마약 판매점도 만날 기회가 몇 번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분을 만났죠. 사실 이게 비하인드 스토리이기는 한데 마약 판매상들이 원칙이 있어요. 이 사람들이 마약 판매만 하고 자기는 투약하지 않아야 된다는 원칙들이 있는데 그 원칙들을 깨는 판매상들이 몇 명 있어요. 저희가 만났던 사람들은 그 원칙을 깨고 마약 투약해서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경우였어요. 그래서 운 좋게 만났던 것 같아요."

- 마약 중독 치료 재활 병원이 총 21개 인데,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두 곳 밖에 없고 나머지는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나오던데요.
"지방병원의 제일 큰 문제는 의사가 없다는 거예요. 마약 중독자 치료하기가 알코올 중독자들 5명 상대하는 것보다 힘들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맡으려는 의사들이 없을뿐더러 중독 전문 의사들이 많지 않대요. 그리고 예산이 없어요. 전체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병원에 치료하게끔 내려보내야 되는데 예산이 없다 보니까 의사가 없는거죠. 이 계속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더라고요."

- 마약 중독은 질병으로 보시는 건가요?
"그렇죠. 필로폰을 예로 들어서 말씀드리면 필로폰이 굉장히 강력한 마약류죠. 필로폰을 투약하고 나면 뇌에 도파민이나 엔도르핀이 나오는데 담배나 술, 게임, 도박할 때 이게 분비가 돼요. 마약을 했을 시에 특히 필로폰을 했을 시에 거기에 몇 십 혹은 몇 백 배 기분 좋은 것들이 나오는데 몇 시간 유지가 되는 거예요. 뇌에서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단시간에 많이 나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뇌에 무리가 가겠죠. 뇌 보상 체계가 망가지거든요. 그러면서 신경망을 가리키는 보상회로가 약물에 의해서 파괴돼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고, 만성적으로 변하는 거예요. 만성적인 뇌 질환이라고 전문가들은 정의하거든요. 뇌가 망가지면서 지능 지수 또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래서 이걸 뇌 질환으로 분류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계속 일관되게 주장하는 거죠."

- 남양유업 외손녀인 황하나씨 인터뷰하셨는데, 섭외 뒷이야기가 있을까요?
"제가 막내 작가한테 전화라도 한번 해보라고 얘기 했어요. 그래서 연락해 보니까 황하나씨 아버지가 굉장히 호의적이었대요. 작가가 저에게 직접 통화해 봐야 될 것 같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통화를 해 보니까 일단 치료 재활 부분에 있어서 좀 더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 부분에 있어서 말할 게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촬영에 동의하겠다고 하셔서 저희가 아버지를 만났어요. 방송에 안 나왔지만 아버지가 황하나씨 단약 위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아버지와 함께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황하나씨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더라고요."

- 마약사범에게 교정시설은 마약 학교라 불린다면서요. 교정시설에 재활 치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절차가 어떻게 되냐면 마약 초범인 경우 검거되는 숫자가 1만 8천 명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 마약 사범을 수감할 수 있는 정원이 5천 명 정도예요. 그러니까 전체 정원을 수감하지 못해요. 우선 그 부분에서 문제가 있고요. 검거되는 인원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초기 재활 치료가 구치소에서 이루어져야 되거든요. 구치소에서 심리 치료가 있긴 있어요. 그게 기본적으로 40~200시간이에요. 200시간을 교육하는데 구금은 1년에서 1년 6개월을 해요. 200시간은 굉장히 적은 양이거든요. 오히려 그 안에서 범죄 수법을 많이 배워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또 다른 범죄를 모의하고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재활 치료가 필요하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죠."

- 남양주에 있는 재활센터 가셨잖아요. 
"단약을 위해서 사람들이 모였어요. 일상적인 생활 빼고는 그냥 모든 게 다 단약을 위한 프로그램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시설이 되게 열악해요. 정부 지원은 없고 후원이나 입소자들이 총 40만 원씩 입소비를 내거든요. 그러다 보니 겨울철에는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단약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많아져야 되는데 그 부분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국가에서 마약과의 전쟁 통해서 검거에 집중하잖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국가 차원에서 공급을 막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원료 자체가 해외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공급을 막아줘야 되는데 그걸 막지 못했기 때문에 수요가 생기는 거잖아요. 국가 차원에서 공급을 막지 못했다면 지금 수요 인원에 대해서 국가 차원에서 어느 정도 재활 치료와 회복에 신경을 써줘야 해요. 수요가 많아지면 공급이 많아지고 공급이 많아지면 마약에 그만큼 많은 사람이 노출되잖아요. 가장 좋은 건 예방이지만 수요를 막아 공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수요를 막으면 재범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재범률을 줄이려면 치료와 회복이 병행돼야 돼요. 그러면 마약 청정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마약 중독자들을 저희가 촬영하면서 지켜봐야 되잖아요. 특히 미진씨 같은 경우  재활치료를 꼭 성공했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계속 촬영하고 있어야 되니 지켜보는 것 자체도 사실 쉽지 않아요. 그런 부분이 약간 어려웠던 것 같아요. 우리는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도 취재하고 싶었는데 가족들이 선뜻 나서기 힘들어하더라고요. 이유는 마약 중독자에 대한 낙인 효과죠. 마약을 투약하게 되면 일반적인 시선 자체가 곱지 않잖아요.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김영헌 시사 직격 마약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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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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