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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코로나 제로'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중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코로나 제로'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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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에 항의하는 시위가 중국 대도시를 넘어 홍콩과 대만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요 외신과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28일 밤 10시께 베이징 도심에서 시민들이 모여 아무런 구호도 적지 않은 A4 용지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중국 정부의 고강도 봉쇄 정책인 이른바 '코로나 제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으며, 시진핑 국가 주석과 공산당 정권 퇴진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은 "지금까지 수도 베이징과 경제 중심지 상하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최소 16개 지역에서 시위가 확인됐다"라며 "홍콩과 대만, 그리고 영국 런던과 호주 시드니 등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다"라고 보도했다. 

백지 들고 모인 시민들... 시위 취재하던 외신 기자들 체포되기도 

시민들이 든 백지는 정부의 검열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때도 '백지 시위'가 열린 바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대변하기 위해 왔다"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시위 현장 주변을 지나가던 자동차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를 지지했다. 시위는 29일 오전 5시까지 이어졌고,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며 일부 시위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또한 홍콩과 대만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홍콩 중문대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백지를 들고 봉쇄 해제를 촉구했고, 대만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도 백지와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어 연대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지난 24일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지는 사고로 촉발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방역을 위해 해당 아파트를 바리케이드와 쇠사슬 등으로 봉쇄한 탓에 진화 작업이 느려져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이 퍼져나갔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코로나 제로'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미국 CNN 방송 갈무리
 중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코로나 제로'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미국 CNN 방송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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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병 이후 봉쇄 정책을 3년 가까이 고집하던 방역 당국은 시위 확산을 의식한 듯 일부 제한을 완화했다.

우루무치 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9일부터 버스 이동을 허용하고, '저위험'으로 분류된 사업체는 사업장 운영 한도의 50% 수준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됐다. 또한 대중교통과 항공편도 '질서 있는 방식'으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위를 계기로 '코로나 제로' 종료를 검토할 것이냐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말한 상황은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현실에 맞춰 방역 정책을 계속해서 조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우루무치 화재가 봉쇄 탓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속셈을 가진 세력이 화재를 방역과 연결 짓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상하이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방송 기자가 경찰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당 기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기자증을 자발적으로 제출하지도 않았다"라며 "외신 취재진은 중국의 법률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BBC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의 설명은 믿을 수 없다"라며 "중국 경찰이 공식 승인을 받고 활동하는 우리 기자를 구타하면서 몇 시간 동안 구금하고 있었다"라고 항의했다. 

이 밖에도 스위스 RTS 방송 기자와 카메라맨, AP통신 기자도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중 경찰에 구금되었다가 풀려났다. 

시위 외면하는 중국 정부... 속으로는 대응 고심 
 
중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코로나 제로'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중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코로나 제로'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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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이번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지난 10일 회의에서 '일률적 봉쇄'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며 방역 완화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규 감염자가 늘어남에 따라 다시 고강도 방역으로 복귀하자 인내심이 바닥난 민심이 폭발했다.

AP통신은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지난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던 민심의 분노와 마주했다"라며 "시 주석은 코로나 제로 정책 종료가 그의 명성과 권위의 손상을 의미한다고 여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컬럼비아대학의 중국 전문가 앤드루 네이선 교수는 "중국은 코로나 제로로 그들의 우월성을 보여주려고 했다"라며 "하지만 결국 권위주의 정권이 실수를 하면, 그 대가가 엄청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끝났다"라고 평가했다.

BBC 방송 중국어판 하워드 장 편집장은 "중국인들은 코로나 제로 때문에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한계에 달했고, 일부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라며 "시위에 나온 일부 사람들은 정치적 구호를 외쳤으나, 대다수의 요구는 그저 일상을 되찾아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제러미 로런스 대변인은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누구도 자신의 의견을 평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에 관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토론을 허용하면 (국민들이) 공공정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모든 사람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다"라고 시위대를 지지했다. 

태그:#중국, #코로나 제로,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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