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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건설 이후 용마루 공원과 일대를 잇는 다리가 생겨 자연스럽게 둘레길이 형성됐다
▲ 영주댐 영주댐 건설 이후 용마루 공원과 일대를 잇는 다리가 생겨 자연스럽게 둘레길이 형성됐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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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산을 오르거나 평지를 걷기로 맘 먹었을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날씨다. 눈만 온다고 하면 진행할 수 있지만 바람까지 심하다고 하면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정신이나 육체의 건강을 위해 나섰다가 일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다.

한동안 입동을 무색하게 하는 봄같은 날씨가 계속됐다. 그러다 지난 13일 일요일을 앞두고 강원 내륙이나 경북 북부에 돌풍과 함께 눈비 소식이 예보됐다. 일단 눈과 비도 불편한 데다 기온까지 떨어진다면 등산은 고사하고 이동하는데 불편하고 위험하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결국 행선지를 따뜻한 곳으로 정했다.

경북 영주시 영주댐 일원 둘레길을 걷기로 한다. 영주시나 예천군 쪽이 과거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일조량이 많고 바람이 적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는 포스팅도 선택하는데 일조했다. 주변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재미도 붙였다.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용마루 1공원(방문자 의 집)에 주차하고 간단하게 몸을 풀어준다. 발과 무릎, 팔과 어깨, 목, 허리에게 이제 곧 걷는다는 신호를 보낸다. 공원에는 의자와 탁자 등 휴게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다. 겨울이지만 화장실을 개방해 놓아 방문객의 맘이 놓인다.

근심을 풀고 나니 안내도가 눈에 들어온다.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내성천에 자리한 영주 다목적댐은 4대강 정비사업의 산물이다. 2009년 12월 착공, 2016년 12월 본댐을 준공하였다. 물이 차면서 면사무소와 평은초등학교가 있던 평은면 금광리ㆍ강동리 등 중심 마을은 사라졌다. 이날 걸을 길은 용마루 1주차장(방문자의 집)-숲속놀이터-전망정자-카페테리아-영주댐전망대-용마루2공원ㆍ용미교(테마섬)-용두교-메모리얼 기념물-옛 평은역사다. 

경사진 길을 올라가니 곧바로 숲속놀이터가 나온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다. 숲속놀이터란 이름에 맞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기구가 많다. 깔끔하게 정비된 길은 바로 숲길과 연결된다. 길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초행이지만 걱정이 없다.
 
영주댐 둘레길은 침엽수와 활엽수 낙엽으로 푹신푹신하다
▲ 푹신한 숲길 영주댐 둘레길은 침엽수와 활엽수 낙엽으로 푹신푹신하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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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신한 흙길에 쌓인 누런 솔갈비가 반갑다. 사이사이 보이는 선명한 초록빛 풀들은 ​마치 봄같다. 겨울의 초입에서 느끼는 봄기운은 자연이 뭇 생명체에게 나눠주는 용기가 아닐까. 아무리 추운 겨울도 봄을 예비하는 것이라고 전해준다. 자연과 친해지면서 4계절이 항시 상존하는 것을 느낀다. 사람과의 관계를 인위적으로 떼어놓을 수 없듯이, 자연속에는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나무계단을 오르다보니 키 큰 전망정자가 맞아준다. 정자에 오르니 반짝반짝 빛나는 영주호가 나무 사이사이로 스쳐 지나간다. 숲향기와 산바람에 기분이 상쾌하다. 푹신한 흙길이 계속된다. 영주댐 전망대에 가까워지자 다른 방문객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많은 인원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내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표정을 마주한다. 

영주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영주호는 온통 은빛이다. 잔잔한 물결이 찰랑일 때 마다 반짝거린다. 눈이 부시다. 전망대를 내려와 다시 숲길을 걷는다. 내리막 길을 만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은 경험상 가장 미끄럽다. 걸음을 옮길 때 발가락에 힘을 주고 먼저 땅에 닿도록 한다. 뒷꿈치를 이용해 걷다간 나자빠지기 십상이다.

비탈길을 내려오니 용마루2공원이다. 용미교는 길이 75미터와 너비 3.6미터 규모의 아치형 교량이다. 바닥 중간중간에 투명창을 설치하였다. 슬쩍 내려다보니 어질어질하고 아찔하다. 다리를 지나니 장미터널이 두 팔 벌려 반겨준다.

때아닌 장미의 출현에 어리둥절하다. 장미는 봄과 가을사이 꽃을 피우는 걸로 알고있는데 입동이 지난 시점에서 만나디니, 이상한 나라 엘리스가 된 기분이다. 장미터널을 지나자 용두교가 나타난다. 출렁다리라고 하지만 큰 요동없이 건널 수 있다.

교량의 양옆 울타리는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다. 용두교를 지나며 내려다 보는 영주호는 물살이 빠르다. 전망정자에서 바라보던 잔잔한 모습과 달리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폭이 좁은 것이 이순신 장군의 울돌목 전투가 생각난다.
 
용마루 공원과 둘레길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돼 처음 찾는 이들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 용마루공원 안내도 용마루 공원과 둘레길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돼 처음 찾는 이들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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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미르섬에 도착하였다. 흙길과 데크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광장의 잔디밭과 기념비가 인상적이다. 수몰 전 이곳에 살던 분들의 이름을 비석에 새겨 넣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작은 새가 보인다. 새 소리를 가이드 삼아 따라 걷는다. 

평은역은 중앙선의 역사와 함께 한다. 1941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2007년 부터는 시멘트 등 화물만 나르다가 2013년 영주댐 건설 이후 수몰되면서 폐지되었다. 평은역 안내 표지판을 읽으니 기분이 묘했다. 저 물 속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 지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복원된 평은역사가 과거를 이야기해 준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돌아오는 길에 지역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영주호 녹조가 심각한데 오늘보니 덜하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다목적댐이 있다. 말 그대로 다목적 용도겠지만 부작용 또한 크다. 인위적으로 물길을 막다보니 예상치 못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줬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어떻게 되돌려 줄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만큼 인간의 탐욕이 도를 넘은 방증이리라. 개발을 하든, 보존을 하든 빨리빨리 보다는 천천히, 찬찬히 결정하고 진행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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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지방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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