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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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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 내용과 추진 방식상 문제를 두고 국가인권위원장이 공개 성명을 내자 교육부가 반발 입장문으로 맞받았다. 두 국가기관이 교육과정 행정예고 기간에 이견을 노출하며, 공개 논쟁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송두환 인권위원장 "'성평등' 용어 삭제, 인권 담론 후퇴시킨 것"

지난 9일 교육부의 행정예고에 대해 인권위는 지난 28일 국가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깊은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이 성명서에서 "이번 행정예고에서 '성평등' '성소수자' 용어를 삭제하고 '성에 대한 편견'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대체한 결정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성평등'을 지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송 위원장은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표현을 삭제하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교육청 및 학교에서 성소수자 용어 사용 금지 및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의식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정부 당국은 성소수자를 인권의 동등한 주체로 확인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교육부를 압박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행정예고 기자회견에서 고교 통합사회 교육과정에 제시된 '성소수자' 용어를 빼고, "'사회적 소수자'를 폭넓은 관점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수정·보완했다"고 설명했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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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송 위원장은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끼워 넣은 것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의 채택에 있어 연구진, 학계, 교원 등과 충분한 논의·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 대해 인권위는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교육과정 총론에서 '노동교육을 제외'한 행위에 대해서도 "민주시민으로서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동인권 교육을 교육과정에 중요하게 반영하길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송 위원장은 교육부의 교육과정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그동안의 논의 과정을 존중하고, 연구진을 비롯한 학계와 교원 등 교육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성명서에 대해 교육부는 하루만인 29일 반박 입장문을 냈다.

교육부는 '성평등' '성소수자' 삭제에 대해 "논쟁이 되는 용어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담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라고 반발했다.

교육부는 '자유' 끼워 넣기에 대해 "연구진, 학계, 교원 등과 충분한 논의·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를 시대상과 역사적 맥락에 따라 서술한 조정 방안을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11.7.)에 상정해 논의했고, 대다수 위원이 동의했다"라고 주장했다.

"충분히 협의했다"고 반발한 교육부, 정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를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를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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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자유민주주의' 용어 사용에 대해 17명의 연구진은 모두 반대했고, 20명으로 구성된 역사과 교육과정 심의회 위원들도 대부분 반대했다.

오로지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에서 참석자 18명이 이견을 내놓지 않았지만, 법으로 규정한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한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은 "오는 12월 5일 개최 예정인 운영위에 교육부의 교육과정 독단 수정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오마이뉴스>에 말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인권위원장의 성명 내용에 대해 교육부가 입장문까지 내어 반박할 줄은 몰랐다"면서 "과거 인권위는 교과서 내용이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등 인권 침해 지적을 받을 경우 시정을 권고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시정을 권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태그:#교육과정 논란, #국가인권위,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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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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