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랜기간 시민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로 활약하다 도의원이 됐다.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라는 다소 이례적인 삶의 경로와 그에 따른 시각으로 경기도를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의정활동 중 마주하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기자말]
학교엔 출근 후 16시간이 지나야 퇴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주말엔 24시간이 지나서야 퇴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급여는 형편없이 적다. 16시간씩, 24시간씩 일하는데도 얼마 되지 않는 급여를 받는 이유는 휴게 시간이 무려 10시간(평일), 18시간(휴일)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설당직원'이다.

간혹 학생들이 하교하고 난 학교에 가보면 정문이나 교사(校舍) 현관문을 단속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이 바로 시설당직원이다. 이들은 학교 출입시설 개방과 폐문, 순찰, 점·소등 등 업무를 수행한다.
 
열쇠와 문(자료사진).
 열쇠와 문(자료사진).
ⓒ pexels

관련사진보기

 
근로기준법 제63조가 규정하고 있는 감시·단속적(監視·斷續的) 근로자다. 아파트나 건물의 경비원이나 물품감시원 등과 같은 감시(監視), 보일러기사나 전기기사 등과 같이 노동시간의 시작과 중단(斷續)이 반복돼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노동강도가 상당히 낮다고 판단돼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에 24시간 머물러도 근로시간은 6시간만 인정될 수 있는 이유다.

아무리 감시·단속적 근로자라고 해도 24시간 중 18시간이 휴게시간이라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승인 없이 감시·단속적 근로자를 사용한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게 시간이 적용되기 때문에 초과·연장근무 수당 등이 발생하게 된다.

경기도 내 19개 학교가 지급하지 않은 총 임금 2억 2000여만원

경기도 내 수천 개의 학교에는 어김없이 시설당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어김없이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규정돼 근무시간보다 휴게시간이 서너 배나 많다. 휴게시간이라고 해도 소방벨이 울리면 달려가야 한다. 폐문 후 누군가 학교에 들어오면 역시 달려가야 한다. 엄밀히 휴게시간이라 보기도 어렵다(고용노동부장관이 승인까지 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18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내고 6시간만 급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월 11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의 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필자의 자료요청과 질의를 통해 19개의 학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 없이 시설당직원을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채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22년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행정감사 중 발언하고 있는 필자.
 2022년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행정감사 중 발언하고 있는 필자.
ⓒ 김광민

관련사진보기

 
승인을 받지 않았으므로 주휴수당, 휴일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이 지급돼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 학교에 고용돼 있는 19명의 시설당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임금은 무려 2억2000여만 원에 달했다. 미지급 임금만이 아니라 그들을 채용한 학교 교장들이 임금체불로 고발당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필자는 경기도교육청에 19명에 대한 체불임금을 조속히 지급하고 각각의 시설당직원과 임금체불에 대해 별도로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다행히 경기도교육청은 내부 논의를 통해 지난 11월 24일 시설당직원 19명 전원에게 학교 운영비를 재원으로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합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근무기간에 따라 많게는 1600만 원에서 적게는 130만 원까지 금액은 다양했다. 많든 적든 매일 10시간, 18시간의 분통한 휴게시간과 함께 6시간을 근로하는 시설당직원들의 입가에 잠시나마 미소가 머물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광민 기자는 현직 변호사로 경기도의회 의원(교육행정위원회, 부천5)으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시설당직원, #감시단속적 근로자, #경기도 교육청, #김광민 의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