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발달장애인, 그 가족들이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단체 출범 14주년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과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회를 맡은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매년 많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며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한 뒤 본인도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건들을 언급했다. 또 "지난 14년간 싸워왔고, 앞으로도 투쟁할 것"이라며 "우리의 추모는 투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장애인의 권리를 온전하게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미래의 권리를 현재의 권리로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폭우 당시 반지하에 살던 장애인이 숨진 참변을 되짚으며 안타까워했고,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현재 장애인을 받을 수 있는 특수학교가 너무 부족하다"면서 "이동권을 보장하고 특수학교를 만들어 장애인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철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센터장은 "발달장애인 대부분이 부모님과 함께 혹은 시설에서 산다. 특성상 자립을 못 한다는 인식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며 자신이 자립에 성공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돈을 벌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센터는 2017년 생긴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권리 옹호와 탈시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떠나도 행복할 수 있었으면"
이해경 부모연대 부회장은 "세상이 바뀌어 가는 속도보다 아이가 크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아이가 20대, 30대가 되면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정근 부모연대 부회장은 "장애인에게 '극복'을 말하지 말라"며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소리쳤다. 민용순 부모연대 수석부회장도 "오늘 추위가 꽁꽁 언 우리의 마음 같다"며 "윤석열 표 발달장애인 정책은 우리에겐 그냥 죽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어 부모연대 시도지부장들이 모여 투쟁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을 결의문을 통해 "다른 부모들을 자녀를 더 좋은 학교를 보내고자 노력하는데, 우리는 학교를 보내는 것 자체가 힘이 든다"며 "지금 장애인 부모들은 아이가 먼저 떠나길 바라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비록 우리가 먼저 떠나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일상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손을 잡고 했던 약속을 기억한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그날까지 투쟁하며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현장에서는 장애인 부모들의 심경을 담은 장애인부모연대가를 처음으로 발표, 민중가수 이혜규의 선창과 함께 모두가 노래를 제창하기도 했다.
부모연대의 14주년 결의대회가 끝난 후 곧바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탈시설연대)의 '윤석열 정부 UN탈시설가이드라인 이행 촉구' 탈시설권리선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탈시설연대를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며 "발달장애인 시설수용을 폐지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탈시설 선언문을 낭독했다.
오후 4시에는 전장연이 주관한 결의대회가 행해졌고, 행사 종료 후 참가자들은 지하철을 이용해 삼각지역으로 이동, 삼각지역 지하 1층 농성장에서 투쟁문화제를 이어갔다. 전장연은 2일 오전 삼각지역 9번 출구에서 2일 차 결의대회를 여는 것을 끝으로 세계장애인의 날 전국집중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