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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 캐릭터 류인나를 연기하는 박세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 캐릭터 류인나를 연기하는 박세미.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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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서준맘 유튜브를 몰아봤어요. 엄마들이 관심 가질 만한 제품들을 다 소개해놨더라고요. 애엄마가 부지런하게 유튜브도 하고... 대단해요."

지난 5일 올리브영 당산역점에서 만난 신윤미(37)씨의 말이다. 그는 서준맘이 추천했다는 화장품을 매대에서 골라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최근 유튜브 대세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서준맘이다. 고깃집 사장 배용남의 아내이자 얼마 전 영어유치원에 합격한 아들 서준이의 엄마인 류인나는 일명 '신도시 엄마'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그는 블링블링 네일을 빼놓지 않고 미니 사이즈의 명품 가방을 메면서도 육아 때문에 약해진 손목에 보호대를 늘 차고 다닌다. 동네 알짜배기 정보를 수집해 친한 언니들에게 공유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미워할 수 없는 푼수이기도 한 서준맘은 신도시 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일부 시청자들의 오해(?)와 달리, 서준맘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171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개그 콘텐츠 채널 '피식대학'의 콩트 시리즈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희극배우 박세미가 연기하는 '부캐'(부캐릭터)다. 2000년대 초 잘나가는 20대를 보냈지만 지금은 결혼·이혼 등을 겪으며 지지고 볶고 사는 30, 40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등장인물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여성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맘카페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선 '서준맘 모음집', '서준맘 말투 특징', '서준맘 립제품 정보' 등의 게시물뿐만 아니라 "요즘 서준맘 보는 재미에 산다"는 감상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극 중에서 서준맘이 즐겨 쓰는 '항시적으로(항상)'라는 표현이나 너무 좋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기절이야 기절'이라는 말도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이런 인기에 힘 입어 지난 11월에는 서준맘의 일상과 평소 애용하는 제품을 소개하는 콘셉트로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미'가 개설됐다. 그가 소개하는 물건들이 엄청 특별한 건 아니다. 뚜껑만 잘 닫아두면 최소 한 달은 바삭하게 먹을 수 있는 1만6000원대 코스트코 프레첼 과자, 평소 사용하는 앰플을 넣어두면 턱이나 목에 바를 때 편하다는 다이소의 1000원짜리 유리 공병 정도다.

하지만 재밌으면서도 솔깃하게 후기를 풀어놓는 그의 입담에 구독자들은 "웃으려 봤는데 너무 유용하다"며 경청하는 모습이다. 블로그나 SNS에는 '서준맘 추천템'이라며 유튜브 내용을 그대로 공유한 게시물도 많다. 영상에는 간혹 "나 서준맘 때문에 질러버렸잖아~" 하는 농담 섞인 반응도 달린다.

구독자 6만 명을 코앞에 두고 최근에는 드럭스토어 '올리브영' 관련 유료 광고도 들어왔다. 올리브영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서준엄마 Pick(픽)'문구와 영상 캡처가 게시돼 여느 인플루언서랑 다르지 않은 대접을 받는다.     
 
블로그에 서준맘의 추천템과 관련한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블로그에 서준맘의 추천템과 관련한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 네이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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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뚫고 나와 위로를 건네는 부캐  

그의 인기 요인은 단연 현실감을 뛰어넘을 정도의 하이퍼리얼리즘이다. 여타 다른 코미디의 부캐들이 특정 세계관을 연기하면서도 실제인물과 차이가 있다는 걸 티 내 웃음을 유도했다면, 서준맘은 현실을 100% 수준으로 고증해내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파벳 포스터, 아이 낙서로 지저분해진 옷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우리 집인 줄 알았다", "현실 디테일을 이 정도까지 살릴 줄이야"라는 댓글이 달렸다. 

경기도 분당에서 10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 김다영(32)씨는 "서준맘이 새로운 콘텐츠를 올리면 조리원 단톡방에 바로 공유된다. 서준맘의 코스트코템은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부캐라고 하지만 서준맘은 정말 현실세계의 신도시 맘과 거의 똑같다. 운전하면서 남편과 싸우는 것도, 아이의 영어유치원 합격으로 화해하는 디테일도 찐(진짜)이다. 얼마 전 '영유(영어유치원) 모임 메이크업' 방송에서도 너무 요란하거나 튀면 안 되지만 적당히 꾸며야 하는 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아냈더라"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실제로 서준맘 성격과 비슷한 동네 언니들은 (서준맘처럼) 좋은 물건 있으면 정보를 공유하고 공구를 주도한다. 하나하나 따져보고 비교하고 사고 싶지만 매번 모든 물건을 그렇게 살 수 없기에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하면 믿고 사게 된다"라면서 "아이들 이유식과 관련한 제품이거나 엄마 영양제도 있는데, 마감이 빨리돼 사고 싶어도 못살 때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단순 유머로 신도시맘 캐릭터를 소비하지 않고 엄마들의 외로움과 고충이 담긴 일화를 다루는 점에서 위로를 받은 이들도 상당하다. 서준맘이 아이를 낳고 힘들 때 혹은 지인의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경기 김포에서 13개월, 만 3세 아들 둘을 키우는 노현지(34)씨는 "친한 동네 맘들과 이야기하면 서로 '첫째·둘째 낳고 힘들 때 도와줘서 고마웠다', '내 맘 알아주는 건 너밖에 없더라'와 같은 이야기를 카페에서 하며 운다"라며 "남들이 보면 웃을 텐데 우리끼리는 막 옛날 생각나고 고맙고 그런 묘한 맘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다. 수다 떨면 괜찮아진다. 그런 여자들의 심리가 서준맘 영상들에 담겨있어 공감된다"고 전했다. (관련영상: 신도시 미시들은 카페에서 무슨 대화를 할까? https://youtu.be/OK_a-GEQK7g)

서준맘이 엄마들의 공감을 산 배경에는 희극배우 박세미의 경험도 녹아있다. 실제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그는 그동안 마트, 돌잔치 MC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소통해온 경험을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는 "여러 엄마들, 특히 여성분들이 '서준맘에 공감하고 위로받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서준맘의 여러 에피소드를 단단히 준비해놨으니 기대해 달라"면서 양손에 브이를 그리며 흔들었다.  

[관련기사]
"맘충? 진상? 걱정 마 기지배들아, 서준맘이 있잖아" http://omn.kr/21w2g

태그:#서준맘, #피식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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