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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 남편의 둘째 아들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남편은 생일상에 진심이기 때문에, 항상 자식들이 좋아하는 특별 메뉴로 근사하게 집에서 차려준다. 메뉴판까지 제작하고 풀코스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 아들의 최애 메뉴는 큼직한 프라임립 스테이크이기 때문에 우리는 늘 스테이크로 생일상을 준비했었다. 반면 큰 딸은 붉은 육류를 먹지 않기 때문에, 큰 딸만 따로 챙겨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남편이 이번엔 좀 색다르게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둘째 아들은 스테이크를 준비해주겠지만, 마치 레스토랑에 간 듯, 각자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남편이 준비한 코스요리 메뉴판
 남편이 준비한 코스요리 메뉴판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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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메뉴가 결정되었다. 메인 메뉴뿐만 아니라 전식과, 사이드 디쉬, 디저트까지 모두 선택이 가능한 메뉴였다. 이 메뉴는 자식들에게 문자로 배달됐고, 며칠 내로 자식과 그 짝꿍들까지 메뉴를 미리 결정해서 답변이 왔다.

해야 할 음식이 다양해져 버렸지만,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남편은 미리부터 신이 나서 얼굴이 싱글벙글이었다. 본식의 스테이크와 치킨은 남편이 하고, 내가 연어를 맡기로 했다. 야채는 라따뚜이의 고급 버전인 콩피 비알디(Confit byaldi)를 내가 하고, 남편이 아스파라거스와 그 밖의 모든 야채를 맡았다. 전식도 남편이 맡았으니,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은 내 몫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리 손이 많이 갈만한 것은 없었다.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라따뚜이는 어차피 전날 해놓았다가 당일에 데우면 되니 부담이 없었고, 아이스크림도 역시 전날 해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연어였다. 남편은 평소에 살짝 데친 연어를 내놓곤 했는데, 이번엔 다른 조리법을 시도하고 싶다고 하여, 내가 예전에 만들던 레시피를 꺼냈다.

연어는 잘못 구우면 무척 퍽퍽해서 먹기 힘드는데, 이 조리법은 망칠 위험이 없는 촉촉한 연어구이다. 친한 선배 언니한테 십여 년 전에 배웠는데, 나름 내 마음대로 바꿔서도 많이 해봤던 것이었다. 

30분만에 끝나는 근사한 연어구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굽는 연어 오븐구이 요리법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굽는 연어 오븐구이 요리법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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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저녁이 되었고, 자식들이 저녁 5시부터 모여들었다. 

메인이 되는 연어는 미리 만지작거리지 않고 당일에 작업했다. 샐러드는 아이들이 만들 것이므로, 나는 시간에 닥쳐서 연어에 손을 댔다. 정말 초간단 요리여서 완성까지 30분이면 다 끝나기 때문에 사실 손님 초대용으로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다. 

우선 연어를 실온에 꺼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소금을 살짝 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연어에 소금을 뿌린다. 우리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어는 사카이(sockeye) 품종이어서 색이 붉다
 연어에 소금을 뿌린다. 우리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어는 사카이(sockeye) 품종이어서 색이 붉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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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븐을 175도에 맞춰 예열을 한다. 이제 양파를 준비할 차례다. 반으로 자른 후, 결 반대 방향으로 채 썰어서 오일 두르고 살짝 볶아 준다. 어차피 오븐에 들어갈 것이므로 태우지 말고, 부드러워질 때까지만 빠르게 익힌다. 
 
양파를 반으로 자른 후, 다시 결 반대 방향으로 채썰어서 살짝 볶아 준다.
 양파를 반으로 자른 후, 다시 결 반대 방향으로 채썰어서 살짝 볶아 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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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 전용 그릇에 이 양파를 깔고, 준비된 연어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제거한 후 그 위에 얹어준다. 그리고 실온의 버터와 겨자를 1:1로 섞어서 연어 위에 바른다. 버터가 차다면,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만 살짝 데워 준다. 차가우면 드레싱을 만들 수 없다. 겨자는 디종 머스터드나 씨겨자 종류를 사용해도 좋다. 
 
오븐에 들어갈 준비 완료
 오븐에 들어갈 준비 완료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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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빵가루를 솔솔 뿌려주고, 다시 그 위에 아몬드 채를 뿌려주고 오븐에 넣으면 된다. 어찌 이보다 간단할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딱 20분간만 구우면 된다. 연어는 오래 구우면 퍽퍽해지니 그렇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오븐에서 나온 연어구이
 오븐에서 나온 연어구이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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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서 나오면, 이렇게 생생하게 맛있어 보인다! 위에 얹은 아몬드가 엄청 고소하면서 바삭해서 맛있다. 연어에서 맛있어 보이는 흰 즙이 나온 것이 딱 적당히 익은 모습이다.
 
연어에, 라따뚜이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여서 준비되었다. 테이블에 내기 전에 급히 찍은 사진이라 약간 흔들렸다!
 연어에, 라따뚜이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여서 준비되었다. 테이블에 내기 전에 급히 찍은 사진이라 약간 흔들렸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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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어를 먹은 큰 딸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정말 삼십 분 만에 뚝딱 나온 연어 오븐구이, 속은 촉촉하고, 위에 견과까지 함께 바삭한 맛은 그야말로 겉바속촉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곁들인 라따뚜이와 아스파라거스까지 있으니 호텔 식사 부럽지 않았다.

먹느라 바빠서 진짜 멋있었던 스테이크 사진은 찍지도 못했지만, 그만큼 많이 웃고 즐거웠던 저녁 식사였다. 자식들이 커서 자주 만나지 못해도 생일 때라도 이렇게 상을 차려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으니 너무나 감사하고 즐겁다.

우리는 거창하게 차렸지만, 피클만 옆에 둬도 그 자체로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될 것이다. 

<겉바속촉 연어 오븐구이>

재료: 연어 필레 2조각, 소금 약간, 양파 1 개, 둥글게 채 썰어서 준비, 식용유, 실온 버터  1 큰술, 머스터드  1 큰술, 빵가루 반 컵, 아몬드 슬라이스 한 줌

0. 오븐 예열 - 175°C(350°F)
1. 연어는 냉장고에서 꺼내서 소금 살짝 뿌려둔다.
2. 양파는 채 썰어서 오일로 볶아준다. 
3. 오븐 전용 그릇에 양파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연어를 얹어놓는다.
4. 부드러운 실온 버터에 양겨자를 잘 섞어서, 연어 위에 덮어준다.
6. 그 위에 빵가루 솔솔 뿌리고, 아몬드 슬라이스를 얹어준다.
7. 예열된 오븐에 넣고 20분가량 굽는다.
* 주의 : 너무 구우면 연어가 퍽퍽해져서 맛이 없으므로,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글이 실립니다(https://brunch.co.kr/@lachouette/554/write)


태그:#연어, #오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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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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