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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편집자말]
겨울철이면 생각나는 따끈한 모과차. 이맘때면 가정에서 꿀이나 설탕으로 모과청을 만들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끓여 마시곤 한다. 모과차는 비타민C가 풍부해 목이 깔깔하거나 감기 걸렸을 때 한 잔씩 마시면 도움이 된다.

모과는 과실의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 못생겼다 하여,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까지 있다. 하지만 특유의 향긋한 향과 뛰어난 효능을 가진 과실이다.

모과는 덜 익었을 때 신맛과 떫은 맛이 강하고, 너무 익으면 과육이 물러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목과(木果)라고도 하는데, 나무에 달리는 참외와 비슷하다 하여 목과(木瓜)로 부르기도 한다.
 
이도영, 192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개인 소장
▲ 기명절지 이도영, 192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개인 소장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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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영(1884~1933)의 기명절지도이다. 다리가 긴 서탁 위에는 책과 꽃, 토기가 있고, 아래쪽으로는 모과와 석류가 담겨 있다. 

그림의 구성과 형식은 조선말의 다른 기명절지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기물들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 중국의 청동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토기를 그리고 있다. 이는 민족성을 강조한 것뿐 아니라, 기존의 기명절지도가 관념적, 장식적인데 비해 사실적인 면을 부각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릇들을 잘 살펴보면 오른쪽은 환하고 왼쪽은 그늘져 있는데, 이것은 화면의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점은 서양의 정물화와 유사한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 모과나무는 장미목 배나무과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기명절지화에서 그린 과실 중 배인지 모과인지 잘 구분이 안 가는 그림도 상당히 많다. 특히 과실이 갸름하며 꼭지의 반대쪽이 불룩한 서양배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김홍도, 비단에 수묵, 27.2x20.2cm,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 작도 김홍도, 비단에 수묵, 27.2x20.2cm,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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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그린 까치 그림이다. 작품을 해석하는 자료에 따라, 까치가 앉은 나무를 마른 모과나무 가지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그림에 적혀있는 글 중 고사(枯楂)를 풀이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한자 楂는 뗏목, 풀명자나무 등의 뜻을 가진다. 그리고 풀명자나무의 과실 또한 모과라고 부른다. 

다만 모과나무는 배나무과의 낙엽교목이고, 풀명자나무는 배나무과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교목은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미터를 넘는 나무로, 소나무 감나무 등이 있다. 반면 관목은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이다.

한약재로 사용하는 모과는 명자나무와 모과나무의 성숙한 과실이다. 명자꽃은 4~5월에 피며, 붉은색뿐 아니라 분홍색, 흰색 등이 있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오래전부터 관상용으로 심었다. 높이는 1~2m 정도 되며, 산당화라는 이명이 있다.

요란스럽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은하고 청초한 느낌을 준다고 하여 아가씨나무, 애기씨꽃나무라고도 부른다. 예전에는 이 꽃을 보면 여인들이 바람난다고 하여 집안에 심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명자나무의 과실은 지름이 10cm 정도로, 앞서 소개한 풀명자나무의 과실이 지름 2~3cm인 것에 비해 크다.
 
9월 말의 모과, 푸른색에서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 모과나무 9월 말의 모과, 푸른색에서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 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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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는 여름과 가을에 익은 열매를 따서, 끓는 물에 넣어 5분 동안 삶아서 겉껍질이 회백색이 될 때 꺼내어 햇볕에 말린 다음, 쪼개서 완전히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모과는 근육을 이완시키고 소염, 진통 효과가 있다. 또한 몸 안에서 기혈이 순환하는 통로인 경락을 소통시키는 작용을 한다. 

신경통, 관절염, 근육이 당기거나 경련이 있을 때, 다리에 힘이 없으며 마비가 있거나 저릴 때, 다리가 붓고 아플 때 좋다. 습과 담을 제거하여 비위를 건강하게 하며, 구토와 설사를 멈춰준다. 배가 더부룩하게 부르거나 명치 부분이 답답할 때, 트림을 자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사상체질로 보았을 때, 모과는 태양인에게 좋은 약재로 분류된다. 태양인은 소음인, 태음인, 소양인에 비해서 드문 체질이다. 이제마가 사상의학을 창시할 당시 태양인은 0.1%도 되지 않을 만큼 극소수였다. 백여 년이 흐른 현대에는 그 비율이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다른 사상체질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수이다.

태양인은 이름만 보면 체격이 크고 튼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든 체질이 그렇듯이 강한 부분이 있고 약한 부분 또한 가지고 있다. 대체로 살이 별로 없고 마른 편이며, 상반신에 비해 하반신이 약해서 오래 앉거나 서 있는 것이 힘들다. 머리가 크고 목은 굵고 가슴이 넓은데 반해,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는 작으며 다리가 약하다.  

즉, 다리에 힘이 없고 경련이 생기기 쉬운 태양인에게 모과는 좋은 약이 된다. 모과의 부작용으로 치아가 상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는데, 이는 신맛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을 과하게만 먹지 않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태그:#모과, #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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