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가격이 너무 올라 마트나 시장을 찾았다가 놀랐다는 하소연이 종종 들린다. 하지만 농민이나 어민은 너무 싸게 팔아서 남는 게 없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20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누가 밥상 물가 흔드나' 편이 방송되었다. 농민의 목소리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도매 시장에서 농수산물 경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농수산물의 유통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짚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4일 '누가 밥상 물가 흔드나' 편을 취재한 엄진아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한 것 취재하기 시작"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다음은 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사실 이 아이템 같은 경우 사전 취재까지 포함하면 한 8월 정도부터 진행했기 때문에 한 넉 달 이상 취재가 진행된 거죠. 취재하면 할수록 알게 되는 부분들도 많아서 이걸 어떻게 요약적으로 설명해 드려야 하나 부담되는 측면도 있었고요. 그런 면에서 시원하기도 하지만 또 취재했던 기간이 오래되어 놔줘야 하니까 섭섭한 마음도 있어요."

- 농수산물 가격 책정 문제를 다루셨는데요.
"내부에서 일하고 계신 관계자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것이 시작이었어요. 사실 공영 도매시장이라는 게 소비자들한테 먹거리를 유통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 하고 있는데 제가 제3자 입장에서 들었을 때는 생각보다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았어요. 또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많았어요. 저 역시 소비자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한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자는 의미에서 취재를 시작했어요."

- 취재하기 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취재하기 전에는 저 역시 큰 고민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영 도매 시장은 당연히 '공영'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 때문에 공익적인 역할 수행하는 데 더 집중돼 있다고 생각 했었어요.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취재하다 보니까 몇 가지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 취재는 뭐부터 시작하셨어요?
"당연히 관계자분들 만나는 것부터 시작이 됐죠. 또 이게 말 뿐인 거기 때문에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또 그 관계자의 관계자를 찾아서 취재하고 이런 과정이 계속 진행했던 것 같아요."

- 사전 공부도 많이 해야했을 것 같아요.
"공부가 많이 필요하죠. 이것 때문에 전혀 생소한 농산물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우리는 '농안법'이라고 줄여서 말하는데 이 법도 처음 알게 됐어요. 농산물의 유통 구조나 수산물의 유통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공부할 수밖에 없었죠."

- 실제 소비자에게 판대되는 가격을 알고 놀라는 농민의 목소리로 방송을 시작하셨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여러 가지 사례들을 다 취재했는데 계속 고물가가 최근 이어지고 있죠. 그 모순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했거든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10배 가까운 가격 차이가 나는 게 일반적인 사례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믿기 어려울 만큼의 가격 차이를 그날 취재하면서 확인하게 됐어요. 중간에 얼마나 가격 거품이 많이 꼈는지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을 한 겁니다."

- 서울 가락동 농수산 시장 경매가가 농산물 가격의 첫 단추라던데 왜 그런가요?
"모든 제품에는 원가라는 개념이 있죠. 예를 들어서 자전거보다 자동차가 비싼 건 자동차의 원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인건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죠. 그러나 예외가 되는 분야가 있는데 이게 바로 농산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농민이 재배해서 출하할 때까지는 농산물의 가격이 얼마짜리인지 정해지지 않아요. 이게 공룡 도매시장에서 경매하고 도매인이라고 불리는 상인이 낙찰받을 때 비로소 가격이 붙여지는 것이거든요. 가격이 첫 번째로 붙는다는 의미에서 첫 단추라고 표현을 한 거죠."

- 지방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서울로 갔다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오는 구조인가요?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죠. 집안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농민의 선택에 따라 서울에 있는 공영 도매시장으로 보내지면 서울에 갔다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올 수도 있죠. 공영 도매 시장이 전국에 33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라도에 있는 공영 도매 시장으로 보낼 경우 그 지역에 있는 공룡 도매시장에서 경매가 되어 그 지역에서 소비가 될 수도 있어요. 루트는 여러 가지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 농산물 유통 단계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단계에 대해서 제가 주관적으로 '많다, 안 많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 부분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으로 말씀 드리면 유통 단계가 많아질수록 사실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에요. 또 여러 단계 중 일부의 문제가 방송에서 다뤄지기는 했지만 유통 단계가 많아질수록 비합리적 문제가 나올 확률도 높은 거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단계별로 칸막이가 명확하게 쳐져 있기 때문에 경쟁이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거든요. 그래서 이것들이 투명해질 수 있도록 폐쇄성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 농민들이 서로 대화하다가 (방송) 편집을 걱정하는 부분이 재밌던데요.
"방송 전체를 보셨겠지만 이 부분이 유일하게 쉬어가는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그 당시 농민분들의 대화가 매우 재미있었어요. 제가 농민 네 분의 대화를 한시간 정도 찍었는데요. 기자는 전혀 대화에 개입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봤거든요. 처음에는 이분들도 방송 앞이라 어색해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니 점점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진행되더라고요. 특히 복숭아 값 폭락 같은 경우에는 너무 심한 가격차이를 경험하셨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리얼한 표현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본인들끼리 편한 이야기를 하시다가 촬영 중이었다고 생각하셔서 '편집되는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하셨는데 오히려 그 부분이 조금 더 공감될 것 같아서 방송에 포함시켰습니다."

- 가락 도매 시장 출하자 17만 5천여 명 거래 자료를 토대로 농가의 출하 규모와 경매 가격의 상관성을 분석하셨는데요.
"경매사 인터뷰 보면 출하 규모가 큰 농가에 산지 영업을 나간다는 증언들이 있었어요. 농가 돌면서 소속 법인에 유치를 많이 해야 경매에 참여하는 농산물이 많아지고 수익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궁금한 건 출하 물량과 가격의 상관성이 있는지였던 거죠. 관련 분야에서 연구를 오래 해오신 건국대학교 김윤두 교수님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셨어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봤어요. 저희가 26개 품목을 조사했는데 그 가운데 19개 품목을 보면, 상위 10% 농가에서 낙찰받은 경매 가격이 하위 10% 농가에서 낙찰받은 경매가격보다 높았던 거예요. 결국 물량이 많은 곳이 가격을 더 높게 받았다고 이해를 할 수가 있는데요. 방송에 포함은 안 됐지만 그럼 나머지 7개는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는지 여쭤봤더니 이런 비하인드가 있더라고요. 7개 품목이 귤이나 포도나 버섯 같은 품종인데 사실 귤은 일반적인 귤도 있을 수 있지만 천혜향이나 한라봉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또 포도도 샤인머스캣이 있을 수 있고 버섯도 고가의 버섯들이 있는데 이런 버섯을 취급하는 농가는 규모가 적더라도 고품질의 농산물을 출하하니까 당연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러한 예외적인 특성이 있어서 나머지 7곳은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라고 설명을 해 주신 거죠."

- 일본도 취재하셨는데.
"우리나라 공영 도매시장이 1985년도에 처음 개설될 때 일본을 모방한 것이라고 해요. 이런 형태로 농산물이 유통되는 것이 농산물이나 수산물의 원활한 유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서 모방을 해온 건데요. 일본 같은 경우 유통환경이 변하니까 환경에 맞춰서 법을 바꿔왔던 거죠. 그리고 그렇게 바뀌지 않으면 도매 시장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거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 거래하라는 규정을 하지 않도록 한 것이 법 개정의 주요 내용이었어요. 이게 사실 지금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죠."

-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해 법 개정 움직임은 있나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난 많은 전문가는 이게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고 얘기하세요. 현재의 법상으로 여러 가지 제약, 혹은 칸막이가 있기 때문에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일들이 안에서 다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꾸려면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건 결국 국회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인거죠."

- 가락동 시장 경매사를 만나셨던데.
"경매사 취재는 아주 쉬웠어요. 왜냐하면 제가 사전 취재 기간 동안에 이미 내용들을 많이 확인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마지막까지 카메라에 앉히는 게 어려웠던 분이 또 경매사예요. 되게 아이러니하죠. 취재는 쉽지만, 그 사람의 입에서 무언가를 들어야 하는 게 제일 어려웠던 이유는 가락 시장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이 법인에 소속돼 있다 보니까 혹시라도 본인인 걸 (누군가) 알아차렸을 경우에 비난이나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우려하실 수밖에 없었어요.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음성 대역을 통해서 이분의 말을 옮겼는데 결과적으로 경매사 역할에 대해서 보는 입장에 따라 '잘하고 있다'나 '잘 못하고 있다'로 의견이 달라질 수 있어요. 경매사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송 보신 분들이 판단하지 않을까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사실 고물가가 계속되고 있고 먹거리 문제가 저소득층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예요. 저도 역시 주부이기 때문에 장 볼 경우 어떨 때는 겁이 나서 몇 가지를 장바구니에서 빼기도 하는데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사람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모순적인 건 그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나 어민이 그만큼 돈을 못 벌고 있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분명히 어떤 거품이 있는 건데 이 거품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은 없는지, 또 유통단계는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해 볼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저의 취재가 많은 것들을 한 번에 개선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다만 다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엄진아 시사기획 창 밥상물가 농수산물 유통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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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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