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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63개의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아직 가 보지 않았거나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려 합니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은 첫 번째 국립공원입니다. [기자말]
 태양이 넘어가면서 남긴 붉은 빛 속에서 조슈아 나무의 자태가 매혹적이다
▲ 석양에 갇힌 Joshua Tree  태양이 넘어가면서 남긴 붉은 빛 속에서 조슈아 나무의 자태가 매혹적이다
ⓒ CHUNG JO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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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도 오 분의 일이나 흘러간 2022년, 인터넷은 물론 전기나 전화 심지어 손을 씻을 물조차 없는 현대 문명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그곳을 연 200만 명 이상이 찾아가고, 어떤 이들은 그곳에서 캠핑하며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의 별을 센다.

LA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가량 달리면 하늘을 향해 여러 개의 털북숭이 팔을 뻗은 조슈아 나무가 자생하는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이 나온다. 콜로라도 사막과 모하비 사막에 걸쳐 있는 광대한 보호 구역으로 넓이가 제주도의 1.7배다.
 
이러한 모습은 수백만 년 전 화산의 폭발로 만들어지 화성암이 내부의 화학작용과 그리고 바람과 물로 인한 물리작용으로 쪼개지고 마모되어 생긴 것이다.
▲ Arch Rock 너머에서 본 희귀한 모습의 바위들 이러한 모습은 수백만 년 전 화산의 폭발로 만들어지 화성암이 내부의 화학작용과 그리고 바람과 물로 인한 물리작용으로 쪼개지고 마모되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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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입구로 들어서면 넓게 펼쳐져 있는 조슈아 나무들과 두서없이 바위를 쌓아놓은 듯한 생소하면서도 황량한 광경이 펼쳐진다. 조슈아트리 공원은 이름 그대로 조슈아 나무들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방문객들이 찾아가 즐기는 곳은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다.

멀리서 보면 돌을 쌓아 올린 공사장 같기도 하고 돌 성벽 같기도 한데, 이 바위들은 수백만 년 전 화산의 폭발로 화성암이 만들어지고 이 화성암이 내부의 화학작용과 그리고 바람과 물로 인한 물리작용으로 쪼개지고 마모되어 오늘날의 희귀한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방문객들은 바위의 신기한 모습에 탄성을 지르고 바위 정글을 오르내리며 숨바꼭질을 한다. 바위는 녹색의 나무 대신 그늘과 바람막이가 되어 공원의 밤을 즐기는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석양 속의 조슈아 나무를 감상하고 싶어 이틀 일정으로 길을 나섰다. 원시적인 조슈아트리 공원을 만끽하기 위해 두 발로 산 위를 오르고 트레일을 걸으며 조슈아 나무와 초야 선인장에 대해 배우고 바위를 타며 바위층 협곡을 탐험했다.

Skull Rock 트레일
 
바위에 쌓인 물이 서서히 바위를 침식해 만든 두 개의 구멍이 우리 눈에는 해골 모양으로 보인다
▲ Skull Rock 바위에 쌓인 물이 서서히 바위를 침식해 만든 두 개의 구멍이 우리 눈에는 해골 모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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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골바위로 향하다 만난 엄청난 규모의 바위산인 Jumbo Rock
▲ Jumbo Rock  해골바위로 향하다 만난 엄청난 규모의 바위산인 Jumbo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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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ull Rock은 조슈아트리 공원의 주도로인 Park Boulevard 길가에 위치한 해골 모양을 한 바위이다. 하지만 해골바위만을 보기에는 주변 경관이 아깝다. 해골바위로 향하다 보면 엄청난 규모의 바위산이 차를 멈추게 한다. Jumbo Rock이다.

바위를 오르내리며 해골바위로 향했다. 바위에 쌓인 물이 서서히 바위를 침식해 만든 두 개의 구멍이 우리 눈에는 해골 모양으로 보였다. Skull Rock 트레일은 Park Boulevard를 건너 왼쪽으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Split Rock 트레일 방향표시기를 보고 오른쪽으로 접어들었다.

Split Rock 트레일
 
Split Rock과 Split Rock 트레일에서 마주친 Face Rock
▲ Split Rock과 Face Rock Split Rock과 Split Rock 트레일에서 마주친 Face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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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트리 공원의 트레일은 뚜렷하지 않다. 트레일 양편에 돌을 쌓아 표시해 놓았으나 사막이다 보니 사방이 길처럼 보인다. 결국 길을 잃고 Split Rock을 목표로 구글 지도를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 다행히 Split Rock 트레일을 걷다 역시 길을 잃어 지친 부부를 만나 협력하며 Split Rock에 도착했다.

아래에서 위로 쪼개진 Split Rock을 중심으로 4km의 트레일이 이어졌다. 트레일 양쪽으로 조슈아 나무와 여러 종류의 선인장이 보였고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나타났다. 희미한 트레일에서 방향을 잃을 즈음 Skull Rock 트레일에서 갈라진 길이 나왔다. Split Rock 트레일 완주는 못 했지만, 우리만의 트레일을 완성한 셈이다.

Arch Rock 트레일
 
가운데 파란 하늘을 보이며 활처럼 휘어진 바위가 내 눈에는 목을 길게 뺀 공룡으로 보이기도 뱀같이 보이기도 했다
▲ Arch Rock 가운데 파란 하늘을 보이며 활처럼 휘어진 바위가 내 눈에는 목을 길게 뺀 공룡으로 보이기도 뱀같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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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Rock 트레일을 살짝 빠져나온 길에 있는 Heart Rock
▲ Heart Rock Arch Rock 트레일을 살짝 빠져나온 길에 있는 Heart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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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이 아치 모양을 띠고 있다니 이름만 들어도 심상치 않다. Arch Rock을 중심에 둔 막대사탕 모양의 트레일은 2km 정도의 짧은 트레일이나 트레일을 살짝 빠져나온 길에 있는 Heart Rock을 보거나 Arch Rock에 기어오르고 각종 포즈로 사진을 찍다 보면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가운데 파란 하늘을 보이며 활처럼 휘어진 바위가 내 눈에는 목을 길게 뺀 공룡으로 보이기도 뱀같이 보이기도 했다. 아치 위로 올라가 보이는 바위들도 장관이었다.

초야(Cholla) 선인장 가든
 
초야 선인장의 가시는 부드러운 솜털 같아 만지고 싶은 유혹이 드나 가시에 독이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 Cholla Cactus  초야 선인장의 가시는 부드러운 솜털 같아 만지고 싶은 유혹이 드나 가시에 독이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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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트리 공원에는 초야 선인장이 밀집한 장소를 초야 가든이라 부르며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다
▲ Cholla Cactus 가든 조슈아트리 공원에는 초야 선인장이 밀집한 장소를 초야 가든이라 부르며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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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부에 자생하는 초야는 새끼 곰이나 푸들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선인장이다. 특히 석양 속 선인장은 투명한 가시가 빛을 받아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다. 초야 선인장의 가시는 부드러운 솜털 같아 만지고 싶은 유혹이 드나 가시에 독이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조슈아트리 공원에는 초야 선인장이 밀집한 장소를 초야 가든이라 부르며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다. 해가 산 너머로 물러남에 따라 변하는 선인장을 관찰하기 위해 우린 짧은 초야 선인장 트레일을 돌고 또 돌았다.

Ryan Mountain 트레일
 
사진 왼쪽 중간의 시커먼 둥근 언덕은 수백만 년전 폭발한 화산이란다
▲ Ryan Mountain 정상에서 바라본 조슈아트리 공원 전망 사진 왼쪽 중간의 시커먼 둥근 언덕은 수백만 년전 폭발한 화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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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산 정상을 오르려면 324m의 높이를 2.5km가량 걸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은 운동량을 요구하는 코스인 셈이다. 그늘 없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나 정상에 오르면 공원 중심부의 탁 트인 360도 전망이 펼쳐졌다. 다음 행선지인 Hall of Horror도 보였다.

Hall of Horror 트레일
 
왼쪽은 Hall of Horror 바위 뭉치로 가운데 W자 모양이 바위로 들어가는 두 개의 입구이다. 오른쪽은 몸을 쥐어짜 통과해야 하는15cm 바위 속 골목이다.
▲ Hall of Horror 왼쪽은 Hall of Horror 바위 뭉치로 가운데 W자 모양이 바위로 들어가는 두 개의 입구이다. 오른쪽은 몸을 쥐어짜 통과해야 하는15cm 바위 속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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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자연이 선사하는 공포를 즐길 차례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커다란 바위 뭉치가 앞을 가로막았다. 안내서에 따르면 바위 뭉치 왼쪽 길로 들어서 두 번째 바위 뭉치에 Hall of Horror가 나타난다는데, 내 눈에는 바위 뭉치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모두 재미있어 보였고 바위를 타고 노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인내심인가 보다. 기웃거리며 500m가량 걷다 보니 'Hall of Horror'라고 쓰여 있는 조그만 안내판이 나왔다.

Hall of Horror에는 바위로 들어가는 두 개의 구멍이 있다. 오른쪽은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몸을 쥐어짜 15cm 바위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제법 넓은 바위 사이의 홀이 나와 바위를 중심으로 여러 놀이를 할 수 있다. 왼쪽은 몸을 비틀어 바위 사이를 통과한 후 바위를 타고 올라 조슈아트리 공원의 광활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돌아가는 길은 용기가 있다면 4m 높이의 바위를 타고 내려가 바위 반대편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있다. 

Hidden Valley Nature 트레일
 
이름 그대로 바위 성벽 안에 숨어있는 트레일로 조슈아트리 공원에서 가장 경치가 좋고 인기 있는 곳이다
▲ Hidden Valley Nature 트레일 이름 그대로 바위 성벽 안에 숨어있는 트레일로 조슈아트리 공원에서 가장 경치가 좋고 인기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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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대로 바위 성벽 안에 숨어있는 트레일로 조슈아트리 공원에서 가장 경치가 좋고 인기 있는 곳이다. 1.6 km의 루프 길로 평탄한 트레일이나 바위를 오르내리고 조슈아 나무와 각양각색의 선인장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제법 걸릴 수 있다.

Barker Dam/Wall Street Mill 트레일
 
Barker Dam 트레일에서는 지금은 말라버린 작은 호수를 인공으로 막았던 댐을 볼 수 있고, Wall Street Mill 트레일에서는 1930년대 금을 캐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 Barker Dam 과 Wall Street Mill 트레일에 남겨진 사람의 흔적 Barker Dam 트레일에서는 지금은 말라버린 작은 호수를 인공으로 막았던 댐을 볼 수 있고, Wall Street Mill 트레일에서는 1930년대 금을 캐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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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Mill 트레일에서 일몰 시각을 넘겼다
▲ Wall Street Mill 트레일에서 마주한 석양 Wall Street Mill 트레일에서 일몰 시각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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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트리 공원에도 사람이 살았었다. 아메리칸 인디언은 물론 금을 캐러 온 사람도 있었다. 같은 주차장에서 갈라지는 두 개의 트레일이 그 흔적을 보여준다. Barker Dam 트레일에서는 지금은 말라버린 작은 호수를 인공으로 막았던 댐을 볼 수 있고 Wall Street Mill 트레일에서는 1930년대 금을 캐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Keys View에서의 석양
 
왼쪽에 해안선처럼 보이는 것은 Salton Sea다
▲ Keys View의 석양 왼쪽에 해안선처럼 보이는 것은 Salton Se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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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갇힌 조슈아 나무를 보려면 Keys View로 가야 한다. Keys View는 조슈아트리 공원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이며 서쪽을 향해 있으므로 석양을 감상하기에 최적인 곳이다. Wall Street Mill 트레일에서 일몰 시각을 넘겼기에 서둘러 Keys View로 향했다. 전망대로 올라서자 태양이 넘어가면서 남긴 붉은 빛 속에서 조슈아 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첫째 날: Jumbo Rock -> Skull Rock Trail ->Split Rock Trail -> Arch Rock Trail -> Cholla Garden
둘째 날: Ryan Mountain Trail -> Hall of Horror Trail -> Hidden Valley Nature Trail -> Barker Dam/Wall Street Mill Trail -> Keys View


태그:#JOSHUA TREE, #ARCH ROCK, #CHOLLA CACTUS, #RYAN MOUNTAIN, #HALL OF HO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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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동안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다가 다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도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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