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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만에 다시 들린 평산마을 매미소리(세계일보, 8월 22일)"
"文 귀향 7개월 만에 평온 되찾은 평산마을… 유튜버 관심도 '시들'(한국일보, 12월 6일)"


2022년 연말, 문 전 대통령의 귀향 7개월 차에 평산마을이 예전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직접 평산마을에 다녀왔다. 
 
28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의 평산마을 모습.
 28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의 평산마을 모습.
ⓒ 곽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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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들른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여느 시골 마을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이 평화롭고 적막했다. 마을을 지나다니는 '지산1' 마을버스 안에는 노인 승객이 드문드문 보였고, 동네를 거니는 주민보다 전기차 등 탈 것이 더 많이 오갔다. 그럼에도 마을회관 속 노인 경로당에서 간간이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 어떤 친숙함이 느껴졌다.
 
평산마을 입구로 향하는 도로의 모습.
 평산마을 입구로 향하는 도로의 모습.
ⓒ 곽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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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마을 마을 입구와 경호구역 표지판.
 평산마을 마을 입구와 경호구역 표지판.
ⓒ 곽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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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골 동네와 비교되는 부분은 마을 내외부에 걸린 현수막의 존재였다. 마을 어귀에 들어섰을 때, 도로 펜스에 태극기, 새마을기, 미국 성조기 등이 수십 개 꽂혀 있었고, 그 맞은편의 삼림 펜스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들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 이곳을 지키던 두 중년 남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법적 처벌에 대한 내용을 반복해 외쳤다.

또 마을 내부에 들어서자 '現 지점부터 경호구역입니다'라고 쓰인 표지판,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 교통관리 및 질서유지에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등이 보였다. 이는 지난 8월 '사저 울타리'에 한정돼 있던 경호구역이 '울타리에서 최대 300m'까지 늘어나게 한 조치의 일환인 듯했다. 이러한 현수막과 표지판이 평산마을 곳곳에서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대통령직에서 퇴임하고 양산 평산마을에 전입신고했다. 그는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라고 했지만, 40여 가구의 100여 명 주민이 살던 이 작은 마을은 전국민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민이 주도한 집회·시위 소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12월 말 평산마을에는 외부인 안내사항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12월 말 평산마을에는 외부인 안내사항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 곽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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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 평산마을에는 외부인 안내사항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12월 말 평산마을에는 외부인 안내사항 표지판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 곽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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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산마을 찾는 사람이 있나요. 사람들 올 이유가 없잖아요."

경냠 양산의 한 택시기사 이야기다. 그의 말처럼 마을 내 경호구역을 30여 분간 거닐 동안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저 입구 길목에 차를 세웠다가 대통령경호처 인력으로부터 "여기서 차를 세우면 안 된다"며 제지당한 한 여성이 전부였다. 

"요즘은 어쩌다 한 번씩 주말에 들러 차 타고 사저 주변 구경하는 사람들이 다예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대통령님 자택이 다른 민가에 가려서 잘 안 보이잖아요. 여기 올 이유가 크게 없겠죠."

마을회관 앞으로 운동을 나왔던 한 평산마을 주민의 이야기다.

그는 이어 "대통령 사저가 상대적으로 마을 위쪽에 있잖아요? 그래서 마을 입구에서 벌이는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이 거의 안 들릴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을회관 인근에선 집회 소음을 인지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문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 들어섰을 땐 더 작아져서, 의식해서 듣지 않는다면 그 소음의 존재 자체를 알기 어려울 법했다.
  
다만 만난 주민들은 외부인의 취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주민은 "난 평산마을 주민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 후 마을로 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저번에 몇 마디 했더니 TV에 나와 마을 주민들로부터 야단을 맞았다"며 취재를 사양했다.
 
평산마을의 모습.
 평산마을의 모습.
ⓒ 곽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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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문 전 대통령을 맞이한 평산마을은 마을 역사상 가장 큰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이다. 2023년에 평산마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과연 '잊혀진 공간'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태그:#곽명곤, #평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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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단순 무식한 용기를 겸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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