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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너무 좋은데 두 번은 못 보겠다."

tvN <캐나다 체크인> 1화가 끝나고나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미 프로그램을 보면서 몇 번이고 운 다음이었다. 이효리가 울 때마다 나도 따라 눈물이 흘렀다. 

<캐나다 체크인>에서는 그간 꾸준히 임시보호(아래 임보)를 비롯해 유기견 관련 활동을 했던 가수 이효리가 해외로 입양보낸 개들을 다시 만나러 캐나다로 떠난다. 이효리와 제주도에서 유기견 봉사를 했던 지인 고인숙씨도 이 여정에 동행한다. 
 

특히 고인숙씨가 과거 임보했던 강아지를 1년 만에 만나 "공손!"이라고 부르자 마치 알아봤다는 듯 고인숙씨에게 뛰어오는 장면에서는 별 도리 없이 울음이 터졌다. 캐나다로 입양 된 강아지 '공손'은 '애로우'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지만 자신의 한국 이름과 자신을 키워준 임시보호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강아지가 임시보호자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오는 모습에 나처럼 눈물을 쏟은 시청자들이 많았나보다. <캐나다 체크인> 1화가 방송된 이후로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울었다는 시청자들의 사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니까.

작년 한 해, 나 또한 강아지들 덕분에 울고 웃었기 때문에 화면 속에 나오는 이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강아지를 입양하고 달라진 것들
 
내 첫 반려견 '밤이'
 내 첫 반려견 '밤이'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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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나는 3개월 된 진도믹스 강아지를 한 마리 입양했다. 그 전까지는 동물을 키워본 일이 없었으므로 그 후로는 모든 것들이 예상치 못했던 일의 연속이었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게 있다. 나는 그저 개를 한 마리 입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개와 더불어 따라오는 것들이 많았다.

이를 테면 내가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던(때로는 알기를 원치 않았던) 한국의 반려견 실태를 강아지를 키우면서 저절로 알게 됐다. 이전까지는 반려견 실태에 크게 관심 없었지만 입양한 강아지를 사랑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뜬장에 갇힌 강아지의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날이 많았다. 

강아지를 학대하거나 버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도 절절히 느끼게 됐다. 인간을 중심으로 굴러가던 내 세계가 동물까지 확장되면서 나는 알 필요 없었던 것들까지 알게 됐다. 불편했다. 그렇지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건 나와 가족이 된 강아지와 관련된 일이니까. 그러므로 나의 일이기도 하니까.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나는 다른 강아지를 한 마리 임보하기로 결정했다. 임보란 그 강아지가 입양을 갈 때까지 혹은 정해진 시간만큼 임시로 집에 강아지를 들여서 밥을 먹이고 입양을 위한 교육을 시키는 활동을 이른다. 
 
처음으로 임시보호했던 강아지 '산초'(임시보호 당시 이름은 '천혜향'이었다)
 처음으로 임시보호했던 강아지 '산초'(임시보호 당시 이름은 '천혜향'이었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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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임보를 했던 강아지는 운좋게도 3주 만에 입양을 갔다. 너무 기뻤다. 임보를 했던 기간은 3주에 불과했지만 마치 내가 가족을 찾아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생긴 나는 원래 임보를 약속했던 기간이 있으니 다른 강아지 한 마리를 그 기간 동안 다시 맡아 돌보기로 결정했다. 

다음으로 임보한 강아지는 제주에서 태어난 강아지라서 내가 사는 서울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야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무서웠는지 켄넬 안에다 대변을 보고 말았다. 나는 그 강아지와의 첫만남을 냄새로 기억하고 있다. 한 번도 실내생활을 해보지 않은 강아지라 함께 지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강아지를 교육시켜서 무사히 입양시키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 강아지는 내가 잠이라도 자려고 하면 계속 낑낑대면서 울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니 강아지가 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두 마리가 된 강아지와 산책도 두 배로 더 해야 하는 나로서는 잠이 절실해졌다. 

게다가 강아지는 보호자가 있는 침대에 자꾸 올라오고 싶어했다. 그러다 침대에 배변 실수를 하기도 해서, 강아지용 침대에서 지내도록 훈련하기도 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상태로 임보 기간이 끝났다. 백방으로 애를 써봤지만 입양자를 찾지는 못했다. 

그 강아지를 우리집이 아닌 다른 임시보호처에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입양하지 못해서, 그리고 보호자를 찾아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그 강아지가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침대가 먼저 눈앞에 보였다. 침대에 올라오게 해줄 걸 그랬다, 생각하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2022년 한 해 동안 가장 잘 한 일
 
두번째 임시보호 강아지 '스위티'
 두번째 임시보호 강아지 '스위티'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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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아지는 몇 달 뒤 좋은 가족을 만나 입양을 갔다. 운이 좋게도 입양자는 내 지인이기도 했기에 나는 입양자에게 전화를 걸어 강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약속을 잡아 그 집에 방문했다. 강아지는 연신 점프를 하면서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샅샅이 핥았다. "임보자를 아직 기억하나봐요!" 입양자는 미소를 지었다. 

강아지 두 마리를 차례로 입양보내고 나서 다들 내게 운이 좋다고 그랬다. 임보했던 강아지 두 마리가 모두 한국으로 입양을 갔지 않았느냐면서 말이다. 나는 원하면 언제든 차를 타고 가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 체크인>에도 나오듯 모두가 나처럼 운이 좋은 건 아니다. 내 친구는 임보했던 강아지를 미국으로 보내야 했다. 그는 한동안 강아지를 입양보내고 나서 수건을 들고다녔다. 그 강아지 생각이 날 때마다 눈물이 나는데 휴지로는 닦을 수 없을 정도의 양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그 강아지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임보를 시작했다. 

임보는 피곤한 일이다. 특히 어린 강아지의 경우 입양포털인 '포인핸드'나 SNS 등을 통해서 입양 홍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사회화 시기를 놓치지 않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모른 척 하기 쉽지 않다. 임보마저 하지 않으면 그 강아지의 생은 뜬장 안에서 끝날 확률이 높다. 임보는 그 강아지에게 따뜻한 집과 함께 입양 가능성을 보다 넓게 열어주는 일이다. 

장기로 임보를 하기 어렵다면 혹한이나 혹서에 잠시라도 임보를 할 수 있다. 혹은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으로 갈 때 이동봉사를 해도 좋다. <캐나다 체크인>에 자세하게 나온 것처럼 이동봉사는 추가로 돈을 낼 필요 없이 공항에 출국 한 시간 전에만 일찍 도착해서 강아지의 임보자들과 만나면 된다.

당신에게는 작은 행동일 수 있지만 가족을 만나려는 강아지들에게 그 행동은 삶이 바뀌는 일이나 다름 없다. 임시보호처나 이동봉사자를 구하지 못하면 강아지들의 입양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게 된다. 

힘들어서 이제는 임보를 못할 것 같다고 말하지만 나는 다음 임보를 언제쯤 하면 좋을지 자꾸만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내가 한 마리의 강아지에게 잠깐 집을 빌려줘서 그 강아지가 가족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나는 임보를 몇 번이고 다시 해보려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좋은 가족을 만난 사랑스러운 두 강아지의 '임보자'여서 기뻤다. 이들을 임보했던 건 내가 2022년 한 해 동안 가장 잘 한 일이었다.

태그:#임시보호, #캐나다체크인, #유기견,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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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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