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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지역 전장연 시위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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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첫 출근일인 1월 2일, 장애인 수십여 명이 지하철 탑승을 거부당했다. 장애인들이 지하철역 내 엘리베이터 설치, 이동권 확보 등을 위한 예산·입법을 촉구하며 탑승 시위를 벌이려 하자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가로막은 것이다.

장애인들은 지난 12월 19일 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에 따라 5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탑승 시위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경찰과 교통공사가 물리적으로 봉쇄하면서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

장애인들이 탑승 시도를 계속하자 급기야 열차가 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대통령실과 불과 400미터 떨어진 서울 한복판,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확성기 동원해 '장애인 항의' 묻어버린 서울교통공사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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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4호선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숙대입구역 방면으로 가는 역사에서 탑승 시위를 시도했지만 오후 5시가 넘어서까지 지하철에 타지 못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수십여 명은 맨 앞인 1-1 승강장서부터 절반 정도 되는 곳까지 퍼져있었지만, 경찰들은 모든 승강구에 빈틈 없이 도열해 장애인들의 탑승을 막고 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지하철에 타게 해달라는 장애인들과 수차례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곳곳에서 비명 소리와 고성이 오갔다.

양측의 대치가 격렬해진 오후 3시께에는 열차가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하기까지 했다. 지난 12월 14일에 이어 두 번째 무정차 통과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은 장애인 탑승을 거부한 열차를 5분에 한 번씩 떠나 보내며 "우리도 시민이다, 우리도 타게 해달라"고 울먹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는 승강장에 드러누운 채 얼굴을 감쌌다.

이날 내내 '소란을 피우는 행위를 중단하고 퇴거하라'는 방송을 튼 서울교통공사 측은 장애인들이 "법원 조정안대로 하겠다는데 왜 막나"라며 마이크를 대고 항의하자, 이에 맞춰 음량이 더 큰 확성기를 동원해 아예 장애인들의 소리를 묻어버렸다.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 장애인들의 결의대회는 한 마디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장애인은 마이크를 두 개나 들고도 자신의 발언이 전혀 전달되지 않자 "이것도 장애인 차별입니다"라며 울었다.

"여러분 이것도 차별입니다.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말하려고 하는데 저렇게 방해하는 것도 장애인 차별입니다. 저는 이 사회가 이렇게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권력에 의해 권리가 가로막힌 곳에서 혐오와 차별은 난무했다. 일부 시민들은 생면부지인 장애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갔다. 한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확성기를 기자의 귀 가까이에 대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하자 "기자인 줄 모르고 전장연 소속인 줄 알았다"라고 답변하며 물러섰다.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이 과정에서 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장애인들이 쓰는 마이크 발언을 완전히 무력화할 만큼 음량이 높은 확성기를 들고 장애인들 바로 앞에 서 있다.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이 과정에서 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장애인들이 쓰는 마이크 발언을 완전히 무력화할 만큼 음량이 높은 확성기를 들고 장애인들 바로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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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한 장애인은 서율교통공사 측의 확성기로 자신의 시위 발언이 완전히 전달되지 못하자, "이것도 장애인 차별"이라며 항의하며 울먹였다. 장애인들은 마이크를 두개 들고도 공사 측의 마이크 소리에 묻혀 제대로 발언을 할 수 없었다.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한 장애인은 서율교통공사 측의 확성기로 자신의 시위 발언이 완전히 전달되지 못하자, "이것도 장애인 차별"이라며 항의하며 울먹였다. 장애인들은 마이크를 두개 들고도 공사 측의 마이크 소리에 묻혀 제대로 발언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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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 세배한 수십여 명 장애인들 "폭력을 막아주십시오"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2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수십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탑승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제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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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서울교통공사의 강경 대응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날 방송에 나와 전장연 시위에 반대하며 "1분만 늦어도 큰일이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월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장연은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며 탑승 시위를 5분 이내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오세훈 시장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우리는 법원에서 조정안을 낸 대로 정당하게 지하철에 타겠다는데 무슨 권한으로 장애인들이 지하철 타는 것을 막나"라며 "우리도 시민이다. 지하철은 비장애인만 탈 수 있는 것이냐"라고 항의했다.

새해를 맞아 오전에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세배를 한 장애인들은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지금도 하루 종일 반복해서 외치고 있다.

"한 번만 저희 얘기를 들어봐 주십시오. 저희도 지하철을 타게 해주십시오. 시민분들께 호소합니다. 지하철행동은 장애인 권리예산과 입법을 향한 권리투쟁입니다. 지하철행동은 '세상에서 목소리가 없다고 여겨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듣지 않는 세상, 들으려 하지 않는 세상을 향한 실천이자 저항입니다.

시민여러분, 2023년 새해는 탐욕스런 '권력투쟁'에 강요된 각자도생보다 권리를 향한 연결과 관계의 공간을 내어주시기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비장애인만 시민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장애인만 타는 시민권 열차에 탑승시켜주십시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브레이크 없는 무정차 폭력을 시민의 힘으로 막아주십시오."

태그:#전장연, #장애인, #이동권, #인권,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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