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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있는 김정수 묘. 서훈 취소 후 4년 만에 묘비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서훈 취소 및 유족에게 원외 이장을 요청한 상태임을 알리는 임시표지판이 대신 세워져 있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있는 김정수 묘. 서훈 취소 후 4년 만에 묘비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서훈 취소 및 유족에게 원외 이장을 요청한 상태임을 알리는 임시표지판이 대신 세워져 있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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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0월 촬영한 김정수의 묘 사진으로 당시에는 묘비가 세워져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촬영한 김정수의 묘 사진으로 당시에는 묘비가 세워져 있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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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짜 독립유공자'로 판명 나 서훈이 취소된 김정수(1909~1980)의 묘비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묘비가 철거된 자리(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 181)에는 서훈 취소 및 유족에게 원외 이장을 요청한 상태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임시로 세워져 있다.

서울현충원 관계자는 "서훈 취소자(김정수)의 유가족에게 원외 이장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장이 이뤄지지 않아 작년 11월 묘비 철거 후 표지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서훈 취소 결정 후 무려 4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김정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만주 지역의 대표적인 항일조직 참의부에서 활동한 공로로 1968년 건국훈장 애국장(현 독립장, 3등급)을 받아 현재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상태다.

김정수의 할아버지 김낙용(1860~1919), 큰아버지 김병식(1880~미상), 아버지 김관보(1882~1924), 사촌동생 김진성(1913~1950) 등이 모두 독립유공자로 서훈되면서 3대에 걸친 독립운동 가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독립운동가 김진성(1914~1961) 선생의 아들 김세걸(2020년 작고)씨에 의해 김정수 일가의 실체가 뒤늦게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1993년 현충원에 안장된 김진성(김정수의 사촌동생)이 부친의 공적을 가로챈 가짜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서훈 취소와 파묘 등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김정수 역시 독립운동가 김정범(1889~미상)의 공적을 가로챈 가짜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을 파악한 김씨는 국가보훈처에 김정수의 서훈 취소를 요구해왔다. 이에 보훈처는 2018년 8월 김정수 일가(김낙용·김병식·김관보·김정수)의 서훈을 전격 취소했다. 김씨가 민원을 제기한지(1998년) 20년 만에 이뤄진 조치였다.

'현충원 파묘법', 3년째 국회에 계류 중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 내 김정수 묘 앞에 세워진 임시표지판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 내 김정수 묘 앞에 세워진 임시표지판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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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김씨는 지난 2018년 10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20년 만에 밝혀진 가짜 독립운동가 집안의 진실"에서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 묘역 파묘'를 정부 차원에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행 국립묘지법상 이장을 강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김정수는 여전히 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상황이다.

<현충원 역사산책> 저자인 동작역사문화연구소 김학규 소장은 "현충원 측에서 묘비를 강제 철거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유족의 동의 없이는 강제 이장이 불가능한 현행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소장은 "서훈 취소자에 대해 정부가 강제로 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단 법적 근거만 만들어지면 유족이 이장을 거부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유족이 이장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 등 10명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일명 '현충원 파묘법)'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람 또는 '상훈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서훈이 취소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됨을 명확히 하고, 국가보훈처장이 그들의 유골이나 시신을 국립묘지 외의 장소로 이장하도록 명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친일반민족행위자 혹은 서훈 취소자의 묘를 유족의 동의 없이도 정부 차원에서 강제 이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울현충원 측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원외 이장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법률 개정과는 별개로 묘 이장을 위해 김정수의 유가족을 지속적으로 설득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태그:#김정수, #김세걸, #현충원, #가짜독립운동가, #국립서울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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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근대사 전공) / 취미로 전통활쏘기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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