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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해가 바뀌었다고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달력의 숫자만 달라질 뿐 날마다 살아가는 일상은 그날이 그날, 단조로운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똑같이 아침을 먹고 어제와 다르지 않게 반복되는 날들이다. 나는 책도 좀 읽다가 컴퓨터도 하고 습관처럼 혼자 노는 걸 즐긴다. 어느 사이 아침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겨울은 휴지기라 했던가? 나이 들고 날씨가 추우면 외출이 쉽지 않다. 더욱이 요즈음 미세먼지가 심해 외출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쉬면서 이것저것 일거리를 찾아서 논다. 걷기 운동도 집에서 하고 남편과 함께 차 마시는 일도 빼놓지 않는 하루 일과다. 겨울 쌀쌀한 날씨에는 보이차를 우려 마시면 맛이 깊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겨울에 마시기 알맞다.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보이차를 즐겨 마신다
▲ 보이차 마시기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보이차를 즐겨 마신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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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마주하며 마시는 차 맛은 참 향기롭고 편안하다. 산다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소소한 내 일상 속에 행복을 줍는다. 삶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 우리가 사는 삶은 한 번뿐인 한정판이나 다름없다. 살아갈수록 더욱 시간이 소중하다.

내가 마주하는 시간은 내가 관리한다. 때때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나 혼자 놀아도 해야 할 일이 잔뜩이다. 며칠 전부터 물컵 주머니를 만들다 멈추었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몇 사람만 해주려 했던 주머니를 더 만들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천 조각을 맞추어 가며 만들고 있다. 바느질을 할 때면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다. 아마도 내 그리움을 더해주고 싶어서다.

다도 할 때 쓰던 천들이 서럽 안에 남아 있었다. 서랍에서 잠자고 있던 천을 사용할 용도가 있어 다행이다. 필요한 곳에 내가 시간을 더 해 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만든 숫자가 10개가 넘어가니 이 일도 힘이 든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시작한 일을 쉴 수 없어 계속하다가 오늘에야 끝났다.

시 낭송 연습을 하면서 물을 마실 때 좋이컵을 써왔다. 어느 날 안되겠다고 생각한 회장님이 종이컵 쓰는 것을 멈추고 스텐 컵을 쓰자고 회원들 모두에게 선물을 해주었다. 컵을 선물 받고 감사한 마음에 나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컵 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 낭송 회원들은 25명이 넘는데 다 만들어 줄 수는 없고 나이 든 분들, 내가 빚진 것 같은 분들에게 만들어 주려다 보니 10개 가까이 되었다. 손바느질은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삶의 시간을 선물하는 듯 하다.
 
조각천으로 물컵 주머니를 만들었다
▲ 컵 주머니 조각천으로 물컵 주머니를 만들었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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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낭송을 할 때 종이 컵 대신 스텐 물 컵을 쓴다
▲ 물컵  시 낭송을 할 때 종이 컵 대신 스텐 물 컵을 쓴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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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이 나이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감사한 마음을 무엇으로 전할까 생각하다가 작은 정성을 건네주려고 컵 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이 들면 받기보다는 주고 살아야 한다. 받으면 마음이 무겁다. 빚을 지는 마음이다. 사람은 줄 때 행복감을 느낀다. 내 나이는 받는 것보다는 주어야 할 나이다.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기를 희망해 본다.

시 낭송 회원들은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따뜻하고 서로를 잘 챙긴다. 새해가 되면서부터 나는 마음으로 다짐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혹여라도 밥 얻어먹지 않기, 욕 안 얻어먹기, 요구하지 않기, 다른 사람 평가하지 않기 등. 매번 노력해 왔지만 새해가 되면서 한번 더 마음으로 다짐을 한다.

겨울은 해가 짧아 하루가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하루 세끼 밥 챙겨 먹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해가 지고 나면 내가 무엇을 하며 오늘을 보냈나, 생각하면서 내 뒷모습을 돌아본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뒷모습이란 것이 있다. 동물이나 식물 같이 살아있는 생명체만 있는 게 아니라 바위나 산이나 강물에도 뒷모습이 있다." 나태주 시인의 말이다. 누군가 지켜볼 내 뒷모습을 생각하며 나도 잘 살아야 할 것 같다.

한동안 손 놓았던 바느질 놀이를 하면서 새롭고 재미있다. 내가 꼼지락꼼지락 천을 꿰매 만들면 좋아하는 물건이 되는 기쁨을 알게 된다. 재봉틀로 곱게 만들어 놓은 것보다는 투박하지만 손바느질로 만든 물건은 정이 가고 운치가 있다. 이 작은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고 아니면 도리 없는 일이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지 않다.

어느 날부터 내가 생각하게 된 일은, 모든 물건이나 마음도 내게서 떠나면 내 것이 아니며 받는 사람 몫이 된다는 생각이다.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단순하게 사는 일이 나를 살게 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작가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물컵,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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