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라운드(16강)에서 만난 정현(한국)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한 이후 노박 조코비치의 호주 오픈 단식 기록이 26연속 승리까지 왔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참가조차 못 한 것이 흠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기록만 놓고 보면 조코비치의 호주 오픈 기세는 누구도 막기 어려울 듯하다. 어쩌면 조코비치가 이 대회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상대 선수보다는 현재 붕대를 감고 뛰는 왼쪽 햄스트링을 더 걱정해야 할 듯하다. 

세계 남자테니스 단식 랭킹 5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우리 시각으로 25일(수) 오후 5시 45분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3 호주 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 토너먼트에서 6위 안드레이 루블레프(러시아)를 2시간 3분 만에 3-0(6-1, 6-2, 6-4)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4강에 올라 미국의 토미 폴(35위)을 만나게 됐다.

조코비치의 네트 행운... 햄스트링은 버텨줄까?

1세트를 단 1게임만 내주고 일방적으로 따낸 노박 조코비치는 2세트도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루블레프가 서브를 넣은 다섯 번째 게임에서 0:40으로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은 것이 결정적인 갈림길이었다. 결국 게임 포인트는 루블레프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며 찍혔다. 

그리고 2세트 여덟 번째 게임에서 루블레프가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듀스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조코비치가 마지막 고비에서 서브 포인트로 끝냈다. 이어진 3세트에서 두 선수 사이에 가로 놓인 네트가 조코비치에게 묘한 선물을 두 번이나 줬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나왔다.

3세트 첫 게임 서브권은 루블레프에게 있었지만 조코비치의 포핸드 크로스가 네트 상단에 맞고 왼쪽 라인 위에 떨어지는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상대적으로 루블레프에게 이 순간이 불운 그 이상으로 작용한 것처럼 스트로크 실수가 나왔고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 역시 조코비치의 것이었다. 결국 게임 포인트는 비교적 쉬워 보였던 루블레프의 포핸드 발리가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조코비치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네트가 선물한 조코비치의 행운은 여섯 번째 게임을 가져갈 때에도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조코비치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이 네트 상단에 맞고 아슬아슬하게 넘어가 떨어진 것이다. 이 정도라면 루블레프가 무엇을 해도 안 되는 날이었다.

안드레이 루블레프가 메이저 대회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까지 모두 일곱 번이었는데 한 번도 그 고비를 넘어 4강에 올라간 적이 없다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듯 보였다. 그에게 조코비치의 능수능란한 스트로크 기술보다 네트가 더 얄미웠을 것이다.

반면에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엔조 쿠아코(프랑스)에게 2세트를 타이 브레이크 5-7로 내준 것 말고는 4강에 오르기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붕대를 감고 뛰는 왼쪽 허벅지 뒤쪽 근육이 걱정이긴 하다. 노박 조코비치는 3세트 시작 직전에도 벤치에 왼쪽 다리를 올리며 스트레칭을 시행했고 코트 베이스 라인에 서서도 그 근육이 올라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발목을 자주 돌려주어야 했다. 

조코비치처럼 코트 커버 능력이 매우 뛰어난 미국의 토미 폴과 만나는 4강까지 햄스트링 부상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23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8강 결과
(1월 25일 오후 5시 45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 - 멜버른 파크)

★ 노박 조코비치 3-0(6-1, 6-2, 6-4) 안드레이 루블레프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노박 조코비치 14개, 안드레이 루블레프 6개
더블 폴트 : 노박 조코비치 5개, 안드레이 루블레프 3개
첫 서브 적중률 : 노박 조코비치 64%(56/88), 안드레이 루블레프 70%(64/92)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80%(45/56), 안드레이 루블레프 61%(39/64)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50%(16/32), 안드레이 루블레프 32%(9/28)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36%(5/14), 안드레이 루블레프 0%(0/5)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73%(11/15), 안드레이 루블레프 67%(6/9)
위너 : 노박 조코비치 32개, 안드레이 루블레프 26개
언포스드 에러 : 노박 조코비치 21개, 안드레이 루블레프 29개
서브 최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204km/h, 안드레이 루블레프 209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86km/h, 안드레이 루블레프 186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60km/h, 안드레이 루블레프 147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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