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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8일 <조선일보> A04면에 실린 기사 "챗GPT에 신년사 써보게하니 훌륭... 잘 연구해보라".
 2023년 1월 28일 <조선일보> A04면에 실린 기사 "챗GPT에 신년사 써보게하니 훌륭... 잘 연구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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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행정안전부 등 업무보고에서 "제가 이쪽을 잘 아는 지인한테 2023년도 대통령 신년사를 '챗GPT'가 한번 써보게 해서 받아봤다. 정말 훌륭하더라"면서 챗GPT를 극찬했습니다. 이어 과거 장관이 언론 간담회 예상 질문에 답하기 위해 2주간 밤12시까지 일한 일화를 전하면서 "이런 '챗GPT'가 있으면 2주일 동안 밤을 안 새우고 하루만 해도 되지 않겠나 싶다"며 "잘 연구해서 우리 공무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행안부에서 리드해주기를 바라겠다"고 말했습니다. 

챗GPT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모델입니다. 사용자가 질문하면 사람이 작성하는 것처럼 글로 답변하는 서비스입니다.

윤 대통령이 극찬한 '챗GPT 신년사'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챗GPT에게 대통령의 한해 국정운영 철학이 담긴 신년사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맞는 지 여부를 떠나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챗GPT에게 대통령 신년사 작성해 보게 했더니 

그래서 챗GPT에게 대통령 신년사를 작성해 보도록 했습니다. 챗GPT는 같은 질문을 해도 다르게 답변하기 때문에 똑같은 신년사는 아니겠지만, 대략적인 내용과 수준을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질문자의 썸네일은 사진편집프로그램에서 오마이뉴스 로고로 교체했습니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질문자의 썸네일은 사진편집프로그램에서 오마이뉴스 로고로 교체했습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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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오래된 정보를 기반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신년 연두교서를 작성할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연두교서'를 '신년사'로 바꿔 다시 요청했습니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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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신년사 작성을 거부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이라니… 자료를 찾아보니, 현재 공개된 챗GPT는 2021년까지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답변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것은 2022년 5월. 챗GPT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학습되지 않은 정보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빼고 삼고초려 했습니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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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성장이라는 무난한 화두가 제시됐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작성된 글이라는 점은 놀랍지만, '훌륭'한 수준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공정'과 '자유'를 주제로 신년사를 작성해 달라고 했습니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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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요구"에서 글이 끊겼습니다. 챗GPT는 기본적으로 짧은 글을 작성하며, 긴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계속'을 입력하거나, '1000단어로 다시 써줘' 등의 요청을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정과 자유가 신년사에 많이 등장하지만, 챗GPT의 "언론 자유와 시위 자유를 존중하겠다"라는 대목은 윤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행보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영어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인 '노동, 교육, 연금 개혁'을 주제로 한 신년사를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관련 정보가 많아 영어로 요청하면 좀더 완성도 높은 글을 작성한다고 하더군요. 영어 번역은 '파파고'를 이용했습니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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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통령 신년사와 3대 개혁 부분만 비교해 보겠습니다. 왼쪽이 윤 대통령의 신년사이고, 오른쪽이 챗GPT가 작성한 신년사입니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왼쪽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 중 3대 개혁 관련 부분이며, 오른쪽이 챗GPT가 작성한 3대 개혁 관련 신년사 번역본이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왼쪽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 중 3대 개혁 관련 부분이며, 오른쪽이 챗GPT가 작성한 3대 개혁 관련 신년사 번역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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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부분만 비교해 보면, 윤 대통령의 신년사는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고, 챗GPT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엄과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 챗GPT로 대통령 신년사 작성하는 게 올바를까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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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챗GPT에게 대통령의 신년사를 작성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한번 물어봤습니다.

"실제 대통령의 신년사는 국가 정책과 정치적 관점, 대외 관계, 국민들의 요구 등을 고려하여 작성"해야 하는데, 챗GPT는 "이러한 요소를 고려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인간이 겪을 위기와 정치인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물어봤습니다.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챗GPT 질의응답 캡쳐화면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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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답변하기에 파파고 번역을 돌려 봤습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복잡한 윤리적, 사회적 딜레마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정치 지도자들이 AI의 이점을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사전 예방적이고 사려 깊은 접근을 해야 하며, 동시에 잠재적인 위험과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기계와 알고리듬이 이전에 인간이 수행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자리 이동과 실업의 가능성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돕기 위한 훈련과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실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AI가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개인과 커뮤니티의 사생활과 보안을 보호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기술의 개발과 배치에 대한 세심한 규제와 감독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술의 잠재적 위험과 이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치 지도자들은 AI의 혜택이 그들의 배경이나 사회 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사람이 디지털 경제에 완전히 참여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기회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결론적으로 AI의 발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도전을 해결하고 AI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사려 깊은 접근을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들의 책무이다."

챗GPT는 "일자리 이동과 실업의 가능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혜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사려 깊은 접근을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들의 책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챗GPT의 성능을 추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의 이점을 사회구성원들에게 어떻게 공유할지, 잠재적인 위험요소는 어떻게 사전예방할지 미리 대비하도록 준비해야 하는 일 아닐까요? 

태그:#챗GPT, #윤석열,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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