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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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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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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던져진 '중대선거구제'라는 화두가 총선을 1년여 남긴 시점에서 다양한 반응과 논의를 끌어내고 있다. 서울 은평구를 지역구로 둔 박주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6일 '개방명부형 권역별 대선거구제'를 대표발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6일에는 여야 국회의원 60여 명이 참여한 '초당적 정치 개혁 의원 모임'이 "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제를 고치겠다"고 모인 바 있다. 국회 내 선거제도 개편의 공식 기구라고 할 수 있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19일 전문가들을 초빙한 공청회를 열며 여론 수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권의 단골 화두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는 계속해서 지적돼 왔고,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논의는 끊인 적이 없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항상 '아사리판'에 가까웠다. 선거제도 개편의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게 되면 논의하는 말소리보다도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컸던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제도는 곧 '어떻게 뽑을 것인가'의 문제이고, 이는 국회의원들의 밥줄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그간 선거제도 개편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과대대표돼 민심이 왜곡되지 않으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탈피하는 방향으로 추진돼 왔다. 그 말은 즉슨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주의가 강화되고, 특정 정당의 지지율이 과대하게 표집돼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뒷받침하는 제도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의 다수는 이를 '소선거구제'의 폐해로 규정하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호명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 중과 대는 다르다

과연 호명되는 '중대선거구제'는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맞을까. 그 전에 '중대선거구제'란 무엇인가. 선거제도는 결국 퍼즐 같은 것이다. 다른 모든 조각과 맞는 조각은 퍼즐에 없는 것처럼, 무조건 좋은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가장 적합한 퍼즐 조합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선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선거구제는 이러한 선거들이 치뤄지는 선거구, 즉 단위를 정하는 제도다. 예시로 대통령 선거의 경우 전국을 선거구로 치르는 선거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지역구 선거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 비례대표 선거는 전국을 선거구로 정당 득표에 따라 당선자들을 정하는 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역구 선거를 먼저 살펴보면, 결국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이란 당선자 1명이 선출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2명에서 9명까지 보다 큰 선거구에서 더 많은 당선자들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선거구의 크기에 따라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로 나눌 수 있으나 이를 묶어 '중대선거구제'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렇듯 소선거구제 외의 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묶어 언급하기에는,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는 그 과정과 결과의 차이가 분명하다. 중선거구제는 대개 2~4명을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일컫고, 대선거구제는 4~9명을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가리키게 되는데, 중선거구제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의 선거구 2-3개를 합친 크기의 선거구에 해당하게 된다.
 
선거 이미지 (사진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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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기초의원선거 지역구 30곳에서 3~5인 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도입된 30개 선거구의 109명 당선자 중에서 군소정당 후보는 단 4명으로 3.9%에 그쳤다. 물론 전체 선거구에서의 군소정당 후보 당선율이 0.9%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지만, 중선거구제가 군소정당 진출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결과다.

이는 양당의 복수 공천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4인 선거구라 하더라도 군소정당의 첫 번째 후보가 아닌 양당의 두 번째, 세 번째 후보가 당선됐던 것이다. 이러한 중선거구제가 공천의 영향력을 높여 양당 내 계파 정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대선거구제도 이와 비슷하나 일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거구제의 경우 선거구가 더욱 넓어져 하나의 권역에 가깝게 형성될 수 있다. 양당의 복수 공천 가능성은 중선거구제 만큼이나 크지만, 많게는 9명에 달하는 후보 숫자로 인해 유권자에겐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게 되고 군소정당이 진출할 가능성은 중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에 비해 높았듯이 대선거구제에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 중 하나로 대두되는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에 대해, 당선된 국회의원 1인이 더 넓은 권역을 대표하게 됨으로써, 국민을 대변하지 않고 지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문제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대선거구제 역시 단점도 명확하다. 선거구가 넓어짐에 따라 선거비용에 대한 부담은 커지고, 소선거구제에 비해 많은 후보군으로 인해 유권자의 어려움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 그 단점이다.

겨우 맞춘 퍼즐, 그리고 판을 엎은 위성정당

소선거구제, 중선거구제, 대선거구제 모두 각각 장단이 존재하는 선거제도일 뿐이다. 어느 것 하나 단점만 있거나 장점만 있는 제도는 없다. 결국 가장 적절한 선거제도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조합을 시도해 최선의 것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제 등의 다양한 제도의 조합이 나오게 된다.

대한민국은 300명의 국회의원 중 253명을 지역구 선거로, 47명을 전국을 권역으로 한 정당득표에 따른 비례대표 선거로 선출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지역구 후보에 1표, 지지하는 정당에 1표를 행사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독립 변수로 따로 시행되면 바로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된다.

현행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일부 조정된 제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합한 정당별 총 의석의 비율이 해당 정당의 득표율과 일치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주의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역구에 치우친 선거는 양당이 각각 받는 정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당선자를 배출해 국회에서 양당이 과대대표 되는 결과를 만든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총선 당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됐다. '준연동형'인 이유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연동돼 배분되는 의석의 절반만 배분하는 것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정당 A가 정당 투표에서는 10%의 득표율을 확보하고 지역구 선거에서는 10명이 당선됐다고 한다면, 국회의원 총 의석수인 300석에 정당 득표율 10%를 연동한 30명이 정당 A의 의석 수로 정해져, 해당 30명에서 지역구 당선자 10명을 뺀 20명이 비례대표 당선자 수로 정당 A에 배분되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여기에서, 연동돼 배분된 20명의 절반인 10명을 배분해 정당 득표율 10%에 지역구 선거 당선자 10명을 가진 정당 A가 총 20석의 의석을 가지는 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 것이다. 비록 절반으로 조정됐지만 지역구 당선자 수와 연동되기 때문에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적은 군소정당이 국민으로부터 받는 지지 만큼의 의석 수를 확보할 수 있어 다당제의 실현이 가능한 선거제도가 된다. 분명 당시에는 민심을 더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좋은 제도'였음에 틀림 없다.

하지만 양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어 놓고, '위성정당'을 통해 이러한 개편을 넝마로 만들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많은 지역구 의원 당선자로 인해 비례대표 의석을 거의 배분 받지 못 하는 양당이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창당해 기껏 만든 제도를 우회해 무의미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두고 두고 비판 받고 있는 대목이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가상 투표 이미지 (사진 :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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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법률상 내년 총선으로부터 1년 전 시점인 다가오는 4월 10일까지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 여야를 비롯한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앞다투어 자신의 안을 제안하며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잡한 셈법과 다양한 선택지로 인해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적어도 '위성정당 사태'를 반복할 수는 없다는 의견에는 여야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국민과 유권자의 입장에서 선거제도 개편 국면을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해당 선거제도가 대표성과 비례성을 적절히 고려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인지 그 여부일 것이다.

대표성은 사표의 비율과 연관이 된다. 지역구 선거의 경우 과반 이하의 득표로도 당선이 될 수 있는데, 이때 해당 후보를 뽑은 시민의 수보다 해당 후보를 뽑지 않은 시민의 수가 많을 수 있음에도 당선이 가능한 선거제도를 대표성이 낮은 제도로 볼 수 있다.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선거제 개편 방법으로는 '결선투표제' 도입이 제안된다.

비례성은 정당 득표율 즉 정당 지지에 비례해 의석 수가 배분됐는지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비례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각 정당에 대한 지지가 의석 수 분배에 제대로 반영됐다는 의미다. 21대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의 출현 없이 제대로 시행됐다면, 10% 이하의 정당 지지를 받는 군소정당들 다수가 국회로 진출해 더 다양한 구성의 국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승자 독식 구조를 통한 적대적 공생의 정치는 이미 종착점을 지났다. '초당적 정치 개혁 의원 모임'에 6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모인 것은 선거제도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모두가 직감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쟁으로 얼룩졌던 21대 국회였지만, 여야가 함께 선거제 개편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선거제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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