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를 끝낸 '코미디'가 다시 전성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지상파가 공개 코미디의 손을 놓아버린 후, 웃음을 업(業)으로 하는 이들은 설 곳을 잃었다. 외면받은 그들은 살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야 했다. 불러주는 곳이 없었기에 생계를 위해 업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허다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은 '유튜브'로 갔다. 그곳은 최후의 보루였다. 

척박하다고 여겼던 그곳은 오히려 무한한 기회의 장이었다.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은 '개그'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창작자를 옭아매는 검열도 없었고, 폐쇄적인 라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숏박스(구독자 수 240만 명)', '피식대학(185만 명)', '꼰대희(84만 명) 등 다양한 채널들이 각광받고 있다. 폭발적인 반응의 '다나카'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한 장면.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한 장면. ⓒ 쿠팡플레

 
OTT도 코미디의 부활에 한 축을 담당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는 시그니처라 할 성인 개그를 통해 시선을 끈 후 정치 풍자 개그 등으로 보폭으로 넓혀나갔다.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최근에는 신입 사원과 기성 회사원들의 세대 갈등을 그린 'MZ 오피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NL 코리아 시즌3'에는 송승헌, 박해수, 김옥빈, 고수 등 유명 배우들도 앞다퉈 출연할 정도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안다. 그래서 웃음을 선물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이들, '코미디언'에게 깊은 고마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웃음을 위해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넘어지고 기쁘게 망가지는 이들이다. 사람들의 무례에도 '우리가 웃기는 사람이지 우스운 사람은 아니'라며 자존감을 지키는 이들이다. 

그뿐인가.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저는 '코빅' 사랑해달라, '채널 십오야' 사랑해달라 하지 않겠습니다. 코미디를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신규진, 개그맨)"고 말하는 이들이다. 신규진의 저 말이야말로 대한민국 코미디언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일 것이다. 그들을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아쉬움'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한 '여적여' 구도, 불편하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한 장면.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한 장면. ⓒ 쿠팡플레이

 
최근 너무나 잘나가는 SNL에 '불편함'이 느껴진다.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와 MZ세대에 대한 조롱과 비하를 웃음의 도구로 활용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MZ 오피스'에서 신입사원(MZ세대)들은 업무 중 '에어팟'을 착용하고 소통을 거부하는 등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며, 눈치가 없어 (상사의 심부름을 잘 하지 않아) 사회성이 떨어지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또, 회사의 분위기를 망치는 민폐 캐릭터는 주로 여성으로 한정되어 있다. 2011년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 속 '인턴기자(주현영)' 캐릭터를 통해 보여줬던 '여성과 낮은 지위의 사람은 프로답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재생산하고 있다. 처음에는 '현실고증'이라는 측면에서 웃음을 줬던 'MZ 오피스'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기성 세대와 MZ세대 간의 갈등만 조장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소재' 선정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SNL 코리아 시즌3'는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를 패러디했다. 주현영은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 역을, 이수지는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았다. 그들이 선택한 '더 글로리' 속 장면은 이른바 '고데기 열 체크'였다. 드라마에서 박연진은 고데기의 열을 체크한다며 문동은의 몸을 고데기로 지지며 고문한다

'SNL 코리아 시즌3'에서는 그 장면을 고데기로 쥐포를 익히는 것으로 패러디했다. 문제는 이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던 학교 폭력 사건(2006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졌던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이라는 점이다. 학교폭력은 그 자체로 개그 소재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은 데다, 피해자에게 평생 트라우마가 될 사건을 회화화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최근 들어 'SNL 코리아 시즌3'가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코미디가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건 마냥 좋은 일이 아니다. 빡빡한 규제와 과도한 윤리적 잣대는 웃음을 퇴화시키기도 하지만, 적정한 선을 벗어난 코미디는 언제나 불편함을 가져오고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다. 따라서 웃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민감하고 예민해야 한다. 

코미디 열풍에 힘입어 KBS도 '개그콘서트'를 부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코미디의 암흑기는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시 설 곳을 찾은 코미디언들을 응원하지만, 그런 만큼 조심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상처주지 않고 웃길 방법이 많다고 믿고 있다. 그들의 해학과 풍자가 '약자'를 향하지 않기를, 이해와 포용을 전제로 한 것이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SNL 코리아
댓글2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