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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난방비 폭등에 정부·여당은 어김없이 '전임 정부 탓'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JTBC <윤 대통령 "난방비 폭탄은 전 정부 탓"... 국제 LNG값 추이 보니>(2023/1/26)에 따르면, 이런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참모들에게 난방비 대책을 지시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는데 날짜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은 1월 25일 오전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때문에 난방비가 올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자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화답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뿌린 보도자료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문재인 정부가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고 있다가 대선 패배 직후 가스비를 올렸다는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내보내고 있습니다.
 
△ 국민의힘 의원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문재인 정부가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았다가 대선패배 직후 가스비를 올렸다고 보도한 기사(1월 28일 네이버 뉴스 검색화면 캡쳐)
 △ 국민의힘 의원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문재인 정부가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았다가 대선패배 직후 가스비를 올렸다고 보도한 기사(1월 28일 네이버 뉴스 검색화면 캡쳐)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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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한 장으로 반박되는 '전 정권 탓' 논리

그럼 가스요금은 문재인 정부 내내 낮았다가 왜 대선을 전후해 인상됐을까요? 국제 천연가스 가격 추이를 보면 그 의문은 단박에 해소됩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간 대부분 천연가스 가격은 20년 내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가 집권 말기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 1997~2022 국제 천연가스 가격 추이(출처 : tradingeconomics.com)
 △ 1997~2022 국제 천연가스 가격 추이(출처 : tradingecono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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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세계 금융위기 전후 크게 뛰었던 천연가스 가격은 2010년대 중반 셰일 가스 붐으로 공급이 늘자 하락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은 그 영향이 남아있을 때였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스가격은 최저치에 근접하게 됩니다. 2021년 세계적인 코로나 봉쇄 해제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상승했으나 가스요금 조정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기엔 오히려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그러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3배 이상 급격하게 올랐고, 이 상승세는 유럽의 겨울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들자 다시 급격하게 꺾이게 됩니다.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2019년 수준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하필이면 대선 기간을 전후해 가스요금이 오른 것은 가격 변동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덧붙여, 2022년 5월 가스요금 인상은 대선 전인 2021년 12월 결정됐습니다.
 
왜 가스요금은 늦게 변할까? '가스공사 미수금'의 역사

언론은 난방비 인상이 전 정권 탓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마치 천연가스 가격을 즉각 가스요금에 반영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퓰리즘이라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8차례 인상 묵살하다 대선 패배하니 요금 올린 문 정부>(1/30)에서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 교체가 결정되고 나니 그때서야 요금 인상을 승인한 것"이라며 "원래는 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원료비가 인상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스요금도 인상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가스요금은 원료비 인상 요인과 다소 시차를 두고 결정됩니다. 그리고 원료비 인상분을 무조건 반영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스공사의 독특한 회계처리 방식과 관련이 있는데요. 가스공사는 원료비에 비해 가스요금이 낮으면 이를 '미수금'으로 회계 처리하고, 나중에 원료비보다 가스요금을 더 받아 해소합니다. 이는 회계학에서 말하는 '미수금'과는 다른 지표로, 가스공사가 공개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2008년부터 언론보도로 확인되는 연말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 잔액 추이(※2020년 말 자료는 가스공사가 공개하지 않아 2020년 4월 자료 인용)
 △2008년부터 언론보도로 확인되는 연말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 잔액 추이(※2020년 말 자료는 가스공사가 공개하지 않아 2020년 4월 자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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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2008년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연말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 추이입니다. 2020년 말 자료는 가스공사가 공개하지 않아 2020년 4월 말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로 이명박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크게 올랐지만,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는 가스요금을 원료비보다 더 받아 해소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 LPG가격은 13.9% 감소했지만 가스요금은 10.7% 인하되는 데 그쳤습니다. 미수금은 2018~2019년 사이 소폭 늘었지만, 2020년 세계적인 저유가로 감소했다가 2021년부터 '코로나 재오픈' 충격으로 다시 증가했고 2022년 대선을 전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공공요금을 강력히 억제하고 있는 대표적 나라입니다. 공기업 부실화를 낳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극심한 에너지 가격변동에서는 국민을 보호하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즉, 언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국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전 정권 흠집내기에 골몰하는 정부여당 주장에 부화뇌동할 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가스가격 상승의 충격을 국가가 얼마나,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08년~2023년 1월 30일까지의 가스요금 관련 기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에도 실립니다.


태그:#난방비, #가스요금, #전정권탓, #받아쓰기 저널리즘,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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