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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1월 30일 자로 실내 마스크 의무가 부분적으로 해제된다고 했다. 3년간 숨 쉬는 듯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는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 직접 체험해야 실감이 날 것 같았다.

드디어 그 첫 날. 평소대로 출근 전 새벽에 헬스장을 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역시 습관은 무서웠다. 살짝 고민하다가 마스크를 캐비닛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주변을 살펴보니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절반 정도는 되었다. 마음이 놓였다.

[헬스장] 이렇게 상쾌할 수가
 
실내 마스크 해제 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러닝머신 위를 뛰었다.
▲ 헬스장 러닝머신 실내 마스크 해제 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러닝머신 위를 뛰었다.
ⓒ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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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스트레칭 하고 러닝머신 위에 섰다. 천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초반엔 별 느낌이 없었는데, 땀이 나고 숨이 찰수록 그 차이가 확연했다. 마스크를 썼을 땐 금세 땀이 차고 축축해서 수시로 닦아야 했다. 더구나 한증막 안에 있는 듯 호흡하기도 힘들어 오래 뛸 수조차 없었다.

마스크가 없으니 한결 편했다. 힘들면 뻥 뚫린 허공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면 그만이었다. 무려 40분을 뛰었다. 간만에 운동을 제대로 했다. 잠시 땀을 식히고 몸을 씻고 나오니 뭐라 표현할 방법조차 없이 상쾌했다.

[회사] 내 자리에서는 편안하게 숨 쉬기

출근해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젊은 직원 몇몇만 민얼굴이었다. 바라보는 나와 그들 모두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꼈다. 자리엔 앉았다. 마스크를 벗어 옆에 두었다. 열심히 일에 집중하는데 부장님의 호출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쓰고 부장실로 들어갔다. 부장님 역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간단한 보고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마스크를 벗었다.

이날 내내 내 자리에서만 마스크를 벗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냐. 실내 마스크 해제 전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평균 8~9시간을 쓰고 있었다. 야근까지 한다면 10시간 이상이었다. 초반엔 귀가 많이 아팠다. 고무줄이 계속 귀를 당기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순간 굳은살이라도 박인 듯 아무렇지 않았다.

솔직히 입 냄새도 문제였다. 아침엔 그래도 괜찮았지만, 오후가 될수록 스멀스멀 올라와 역겨웠다. 그렇다고 새로운 마스크로 바꿀 수도 없고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입 냄새 제거제를 사서 수시로 입안에 뿌렸다.

그래도 3년이 다 되었으니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한데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은 여태껏 곤욕이었다. 비록 하루였지만 마스크에 해방되어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이제 조금 시간이 지나면 마스크를 벗는 동료들이 점차 늘어나리라.

[대중교통] 전동차에서는 꼭 마스크 착용

퇴근하고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가기 전 다시 마스크를 착용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계속 써야 한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마스크를 쓰지 않는 젊은 커플이 다가와 내 옆에 서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여 저 멀리 이동했다.

지하철이 와서 타고 빈자리에 앉았다. 속으로 아까 보았던 커플이 몰상식하다며 구시렁댔다. 그리곤 핸드폰을 켜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실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구체적인 장소를 정리한 기사를 보았다. 맙소사. 대중교통 수단 승하차장, 지하철역, 기차역, 공항 등 내·외부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대중교통을 탑승 중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했다.

그 말은 즉 아까 그 커플은 아직 지하철 탑승 전이니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많이 헷갈렸다.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에서는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형마트에 있는 약국에서는 써야 했다. 일반 헬스장은 괜찮지만, 병원 등 의무 시설 내 헬스장에서는 마스크가 필수였다. 더구나 관할 지자체별로 추가도 가능하다니 꼼꼼히 챙기지 않고 실내라고 벗었다간 과태료 부과 등 낭패를 볼 수 있었다.

종착지에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데 마스크를 벗은 몇몇을 마주쳤다. 그래도 여전히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잠시 쉬던 중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실내 마스크 해제를 하루 동안 오롯이 체험했다. 마냥 편할 줄만 알았는데, 직접 겪고 나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여전히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벗고 쓰기 편한 마스크 줄은 필수

내 나름의 기준도 필요함을 느꼈다. 사람이 많이 밀집한 실내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마스크를 쓸 예정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탑승 전에도 벗지 않고 회사에서도 회의나 행사가 있는 경우, 실내라면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다.

실내 마스크를 부분적으로나마 해제할 정도로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코로나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3년 동안은 코로나 외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불편하더라도 마스크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부분 해제로 인하여 수시로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해야 함으로 마스크 끈 사용이 유용해졌다.
▲ 마스크 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부분 해제로 인하여 수시로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해야 함으로 마스크 끈 사용이 유용해졌다.
ⓒ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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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으러 세면장에 들어가려는데 아내가 불렀다. 거실에 가보니 양쪽에 고리가 달린 검은색 고무줄을 내밀었다. 물어보니 마스크 끈이라고 했다. 앞으로 마스크를 쓰고, 벗을 때가 수시로 있을 것 같으니 한번 사용해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고리를 연결하고 착용해 보았다. 마스크를 벗을 땐, 목에 걸고 있으면 되니 실용적이었다. 역시 준비성이 철저한 아내였다. 유용하게 잘 사용할 듯하다.

길고 길었던 마스크와의 이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어색하고 헷갈리는 점도 많지만,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는다. 또 아직은 일부라고 해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니 좀 살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도 발행됩니다.


태그:#마스크, #코로나, #실내마스크해제, #헬스장,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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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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