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네 살 아이가 미라처럼 말라 사망하는 사건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무고한 아이를 끔찍한 고통속에서 비극적인 최후로 몰아넣은 범인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뒤에는 성착취, 가스라이팅,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인간이 하지말아야 할 짓들만 골라서 저질렀던 악마같은 어른들이 있었다.

6월 10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살아서 미라가 된 가을이, 누가 비극 속 진짜 악역인가?' 편을 통하여 2022년 부산 아동학대사망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조명했다.
 
지난 2022년 12월 14일 오후 7시 40분경, 부산의 한 응급실에 한 여성이 작은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 아이의 이름은 서가을(가명)로 2018년 7월 출생이었다. 가을이는 곧바로 집중치료실로 옮겨졌지만 이미 병원에 올때부터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끝내 사망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의료진은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않은 모습을 보고 더 충격을 받았다.
 
가을이의 몸에서는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이 발견되었고, 갈비뼈가 부러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의료진은 가을이의 몸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했고 이를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친모 이혜주씨(가명)를 현장에서 긴급 체포했다. 부검 결과 아이의 직접적인 사망원인도 두개골 골절으로 인한 뇌손상이었음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사망 당시 생후 4년 5개월이었던 가을이는 놀랍게도 신장 87cm, 체중 7kg으로 또래 평균(104.1cm, 17.1kg.)보다 훨씬 작은 체구에, 생후 4개월의 신생아 수준에 불과했다. 체질량 지수도 9.25로 평균(18.5-22.9)에 크게 못미쳤다. 가을이의 상태를 직접 확인했던 목격자들은 아이가 좀전까지 살아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짝 마른 미라같은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제작진은 고심 끝에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책임있는 자들을 엄벌하기 위해서 가을이의 사망 당시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비극과 참상이라는 단어로도 모두 표현이 불가능한 아이의 안타까운 모습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나 아동학대 전문가조차 고개를 돌리며 말을 잇지못하거나 끝내 눈물을 흘렸다.
 
친모 이 씨는 경찰에 체포되어 자신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사망 당일에는 과자를 몰래 먹은 것을 훈육하다가 가을이가 쓰러지면서 침대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가을이는 대체 왜 그리 참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것일까. 경상도의 한 시골마을에서 집안의 둘째로 태어난 가을이는 본래 아빠와 언니도 있었지만, 친모 이 씨가 전 남편의 가정 폭력과 아동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을이와 가출하여 2020년 9월부터 모녀 둘이 부산으로 내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갈곳 없는 이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인물이 최수빈(가명)이라는 인물이다. 이 씨와 최씨의 인연은 아이의 식단을 공유하던 엄마들의 한 단체 채팅방에서 비롯됐다. 이 씨는 방장이었던 최씨가 똑부러진 성격에 육아에도 능숙한 모습에 감명을 받고 "저 사람처럼 되고싶다"고 동경했다고 한다. 최씨는 가을이 모녀의 사정을 듣고 자신이 있는 부산으로 올 것을 권했고, 이 씨는 최씨만 맏고 연고 하나 없는 부산행을 선택했다.
 
최씨의 집에는 이미 남편과 두 아들이 있었다. 이웃들은 이미 가정을 꾸린 부부가 아내 친구와 거주하는 것을 두고, 이상한 조합이라며 의아하게 여겼다. 이 씨는 최씨의 집에서 거주하며 부산에서 일을 시작했고, 자리를 비운 시간에는 최씨가 가을이의 육아를 대신 맡아줬다고 한다. 최 씨는 SNS 상에서 육아 고수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실제로 부산 이사 초기에는 가을이가 건강한 모습을 유지한 기록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에 가을이의 모습은 참혹하게 바뀌어 있었다.

이씨는 경찰 수사에서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는 게 귀찮다거나, 아이가 살찔 것같다는 핑계로 분유에 밥을 말아 하루 한끼만 주거나 아예 그마저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가을이 정도 4-5세 나이의 아이에게는 하루 1400칼로리(kcal)의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망 당시의 상태를 고려할 때 가을이는 평균 200칼로리 이하의 영양소를 섭취하는데 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고작 소세지 일곱 조각 정도의 열량에 해당한다. 이 씨의 진술대로라면 가을이는 늦게잡아도 사망 약 6개월 정도부터 지속적인 굶주림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을이 모녀를 부산으로 부린 장본인이자 집주인인 최씨 가족은 상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경찰에 따르면 최수빈은 엄마 이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훈육에 개입할수 없었으며, 사망 당일에는 방에 찾아왔을 때는 가을이가 이미 쓰러진 상태여서 이씨에게 가을이를 병원으로 데려갈 것을 남편과 함께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않은 해명이다.
 
이씨도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오히려 가을이를 잘 챙겨주라고 했다며 무고함을 주장했다. 아동학대는 보호자의 책임이기에 제 3자인 최씨에게는 방임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제작진은 취재과정에서 이 사건을 추적했던 여성인권센터 측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최수빈의 진짜 정체는 바로 이혜주 씨를 '성착취 피해여성으로 만든 업주'였다는 것.
 
최씨는 이씨의 휴대폰에 채팅 앱을 설치하고 성매매를 시켰으며, 그 수익은 모두 최씨의 통장으로 들어간 정황이 발견됐다. 이씨는 약 1년 6개월간 최소 1574회 이상의 성매매를 했고 약 1억 3천만원이 넘는 수익은 고스란히 최씨에게 갈취당했다는 것. 평균으로 환산하면 하루 4회 이상의 성매매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씨는 성매매 일을 할때마다 최씨의 감시를 받았고, 일이 끝난 뒤에는 집에서 각종 가사일과 최씨 자녀의 육아까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성매매로 번 돈을 최 씨의 계좌에 입금한 뒤에야 최씨 아들의 방에서 토막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최씨 가족은 이 씨가 번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렸다. 보험 설계사를 했던 최 씨는 이씨가 성매매 시작한 시점부터 일을 그만두고 전업 주부로 지내며 이 씨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했다. 이씨를 성매매시키는 동안 최씨가 가을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을 감안하면, '공동보호자'로서 가을이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것. 결국 최씨는 성매매 강요및 아동학대와 살해 방조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됐고, 최씨의 남편 혁시 상습아동유기 및 방임-방조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씨는 최근 최씨 부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면서 그간의 입장을 번복하고 최씨의 숨겨진 만행을 폭로했다.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최씨가 가을이가 음식을 훔쳐먹었다며 자신에게 훈육을 시킬 것을 강요했으며 심지어 때리는 방식과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주문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석연치않은 것은 다 큰 성인인 이 씨가 성매매에서 아동학대까지 최씨의 비상식적인 요구에 무조건 순응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 씨의 입장에서 '빚을 지게 된 심리 상태'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정신적으로 세뇌당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상태)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씨의 행동은 최씨의 가스라이팅으로만 이해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이씨는 자신의 인생과 아이까지 망치는 상황에서도 항거도 도주도 신고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씨의 심리상태를 "지능보다 성격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씨는 성격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을 회피하거나 영향력있는 타인에게 의지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하나의 마지막 퍼즐은 이씨에게 물리적인 위협을 가할수 있는 대상의 존재였다. 제작진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씨의 집에서 함께 지내던 '제 3의 인물'이 있음을 찾아냈다. 최씨의 전 남자친구라는 박강호(가명)라는 인물은 사기, 특수절도, 방화미수 등의 전과를 가진 인물로 출소 후 6개월 정도 가을이 모녀와 함께 최씨 집에 얹혀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박씨는 이씨의 휴대폰에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하여 감시하고, 성매매 일을 제대로 안하면 구타를 하는 등, 사실상 최씨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이 씨를 착취했던 것이 드러났다. 박씨는 심지어 가을이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씨의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성향, 가정폭력의 과거력, '은인'이라고 생각했던 최씨에 대한 심리적인 부채의식에 더하여, 박씨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더해지면서 이씨가 "심리적으로 무력화"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반면 박씨는 이씨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이유는 오히려 "가을이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 그랬다"고 주장하며 가을이의 사망에서 자신과 최씨는 무고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가족과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으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긴 듯, 조금씩 수사 당시와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이씨는 가을이의 사망 당일 최씨 부부가 "끝까지 자기 살 생각만 하고 장난하면서 '니가 징역 살고 나온나' 하면서 자기들끼리 웃었다. 우리 가을이는 죽어가는데 증거 숨기기에 바빴다"라고 주장했다. 최씨 부부는 이씨가 체포된 다음날부터 4차례에 걸쳐 이씨 가족의 물건들을 다 버린 것으로 확인되며 증거은폐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은 관련자중 유일하게 구속되지않은 최씨의 남편인 김우철(가명)을 찾았다. 김씨는 학대 혐의에 대하여 부인하며, 이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자기 혼자 죽기 싫어서, 감형을 받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일축했다. 제작진이 "아이가 그렇게 죽었는데 사과를 하거나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어야하지 않냐"고 일침을 놓았지만, 김씨는 "애가 죽었든 말든, 상대방이 싫다고 하지않냐. 그거 한다고 내가 이득보는게 없지않냐"고 화를 내며 인터뷰를 거부하고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현재 최대 쟁점은 가을이의 정확한 사망 원인이다. 이씨와 최씨 모두 가을이의 죽음을 우발적 사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을이의 사인인 머리뼈 골절로 인한 급성 경막하 출혈이 '외력을 가한 손상'이라는데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가는 "아이를 던진다든지 아니면 높은 위치에서 떨어뜨린다든지, 물체를 이용해 폭행했다든지"라며 외력이 가해졌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씨는 최근 최씨가 가을이를 마지막으로 폭행한 사람이라고 진술을 바꾸었다. 이 씨는 본인이 가을이를 훈육하던중, 방으로 들어온 최씨가 손을 편 상태로 가을이의 눈 쪽을 두번 세게 때렸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최씨 측은 이를 부인했다.
 
가을이는 세상을 떠났고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은 이씨와 최씨 둘만 남았다. '마지막 폭력'에 대한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리지만 가을이가 쓰러진 후 함께 담배를 피우러 갔다는 진술은 일치하는 상황이다. 아이의 몸에 남은 흔적은 숨진 당일만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폭력을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사망 당일 '어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폭력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죽어가던 가을이를 홀로 방치하고 떠났다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한편으로 제작진의 취재를 통하여 최씨의 비정상적이고 폭력적 성향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최씨는 반려견을 학대한 후 파양한 전력이 있었고, 지인의 아이를 '못생겨서 기분나쁘다'라는 이유로 부모가 보지않을 때 학대행위를 했다는 증언이 니왔다. 가을이에게도 직접 학대 행위를 했던 것을 이웃들이 목격했다. 또한 최씨의 메시지 내역에서는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가을이에 대한 폭행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가을이는 이미 사망한지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는 이때 최씨 부부가 사전에 혐의를 피하기 위하여 이씨와 입을 맞췄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수사 초기에 이씨가 최씨를 변호하려했던 것도 지시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가을이의 사망 당시 상태에 대한 이씨와 최씨의 진술 속에서는 심각한 모순이 드러난다. 두 사람은 가을이가 말을 듣지않아 훈육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사망 직전 반 미라나 다름없던 가을이의 몸상태를 감안할 때 스스로 침대를 혼자 오르내리거나 몸을 가누기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을이의 등과 허리에는 누워서 오랫동안 지낸 것으로 추정되는 다발성 표피 박탈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누워서 꽤 오랫동안 지냈을 것으로 추측됐다.
 
사망 6개월전 12kg였던 가을이의 몸무게는 반년만에 절반 가까운 7kg까지 떨어졌다. 이씨는 가을이가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분유도 먹여보고 영양제도 먹여봤다고 아이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의료진은 가을이가 실제로 뭘 삼킬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어 분유를 먹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사망 10개월 전 가을이의 병원 방문 기록에서는 심각한 뇌 손상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2022년 3월에서 5월에 걸쳐 진행된 병원 검사에서 가을이는 뇌 위축 증상이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시 이씨는 가을이의 정밀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최씨의 지시에 따라 더 이상 병원에 방문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당했을 심한 고통을 생각하면 엄벌이 필요하다"라며 가해자들에 대한 문책을 촉구했다. 또한 "학대라는 맥락에서 봤을 때 이 집단의 핵심은 최 씨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최 씨의 아동학대 방임을 사실상 엄마 이 씨가 묵인한 것으로 보는 게 좀 더 적절할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이 씨는 그것을 말리거나 저항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임에도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도 학대적인 행위에 가담한데 책임져야 한다"라는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고, 2심부터는 검찰이 기소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인물을 추가로 기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가을이의 사망 당시 몸상태를 고려할 때 반복적으로 아이에게 외력을 행사한 주범이 누구인지 규명할 것과, 최씨와 조력자로 보이는 박씨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이 가슴아픈 사건을 정리하며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누가 더 악하고 누가 덜 악한가가 아니다. 우리가 찾고 싶은 건 사망 당일 아이를 폭행한 이의 얼굴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아이의 마지막을 고통으로 채웠던 그 어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엄격한 처벌뿐이다"라고 당부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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