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이 비어 있다.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이 비어 있다. ⓒ 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월드컵, 각종 세계선수권대회, 동계올림픽, 유니버시아드 등 수많은 국제대회들과 글로벌 이벤트들을 나름 성공적으로 개최해 왔던 대한민국이었기에 이번 잼버리 파행에 대한 내외신 언론의 지적들은 국제적인 망신과 함께 국가브랜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특히,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평가받았던 평창동계올림픽과 이번 잼버리는 여러 면에서 많은 비교가 되고 있다.

아마도 6년이라는 준비기간 동안 잼버리 조직위는 기개최된 잼버리대회와 글로벌 메가 이벤트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벤치마킹하여 대책을 수립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새만금과 마찬가지로 7월의 폭염 속 간척지에서 개최됐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2015년 일본 세계잼버리대회 사례에서 많은 시사점과 대책을 도출했을 것이라 판단됐지만 결국은 파행으로 끝나 안타까울 뿐이다. 타 대회 및 이벤트를 분석하여 좋은 방안과 대책들을 마련했다지만 제때 상황에 맞게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필자는 스포츠마케팅 관점에서 이번 잼버리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전세계 150여 개국에서 4만 2000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글로벌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뿐만 아니라 11개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정부지원위원회조차 제 역할도 기능도 제때 지원도 하지 못하며 "우왕좌왕", "허둥지둥", "좌충우돌"하며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서로 책임만 미루다 총체적인 부실과 파행으로 끝났다고 판단된다.

물론 조직위가 밝히고 언론에서 지적하는 대로 파행의 주된 원인은 예상치 못한 폭염 등 날씨, 간척지라는 지역적 특성 등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가장 큰 원인은 한마디로 전문가의 부재이고 이를 일사분란하게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부처 장관과 국회위원 등 허울좋게 공동위원장만 5명 있었지만 잼버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현장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올 2월에서야 뒤늦게 합류한 한국스카우트연맹의 강태선 총재 뿐이었다. 이마저도 공동위원장 체제이니 어느 누구도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조직위 주변의 전언이다.

이뿐 아니라 3개 부처와 전북도의 공무원 등 잼버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파견직으로 조직위의 주요 부서를 담당하고 의사 결정과 예산을 집행하는 구조다 보니 전체적으로 조직위가 비대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었고 전체적으로 실질적인 행사 준비와 상황 대처, 위기관리체제가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인천아시안게임과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등도 정부부처의 주도하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위를 구성하고 스포츠 전문가들은 부수적으로 지원하다 보니 지원예산에 비해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 결국은 실패로 마무리됐던 사례도 있었던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더구나 지난해 8월 테스트이벤트 형태로 반드시 치뤄졌어야 할 프레잼버리 행사도 행사 개최 2주를 앞두고 '코로나 재확산'을 이유로 취소되어 시설 인프라, 폭염대책, 위생시설 점검 등 제대로 된 사전 점검을 하지 못한 것도 준비 부족의 큰 이유라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은 조직위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비한 시설인프라 등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에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스카우트 정신'만을 강조하는 일부 분위기가 이번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실무 책임이 있는 조직위와 이를 관리감독하고 지원해야 할 중앙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합쳐져 발생한 사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7년 개최 예정인 충청유니버시아드의 경우도 현재 충청권의 지자체 단체장 4명이 공동으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어 행사 준비와 의사 결정 등 전체적인 준비에 차질이 없을지 우려된다.

또 한 가지, 스포츠이벤트의 주무부서인 문체부와 정부 관계자들이 축구 팬들과 K 리그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는 점이 있다. 국제행사인 잼버리는 열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졌고 외신을 비롯한 언론의 날선 비판에 정부 고위층에서는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안으로 성대한 K-팝 콘서트를 개최함으로써 그나마 불만과 부정적 평가를 만회할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K-팝 콘서트를 11일 K 리그가 개최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가 또다시 태풍 때문에 전주가 아닌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K-팝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잼버리 불똥에 갑작스럽게 섭외된 K-POP 스타들과 애꿎은 축구 팬, 그리고 축구구단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여기에서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아웃사이드였고 잼버리 결정의 단순 전달자였을 뿐이다.

대규모 콘서트가 개최되면서 무대가 들어서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훼손이 될 것이 뻔하고, 이는 구단의 경기력에도 지장을 줄 것이다. 한참 시즌 중이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해당 K리그팀들과 축구 팬들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뿐이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무관심과 잼버리의 즉흥적인 졸속 행정에 축구 팬들과 K리그는 말도 못하고 안타까운 속만 태우고 있을 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새만금잼버리 스포츠 이벤트 K 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주)스포츠플러스 대표이사

이 기자의 최신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