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06 09:01최종 업데이트 23.09.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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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8월 30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이하 금호강 대책위)와 낙동강네트워크는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9월 공사 예고한 '금호강 사색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기반하고 있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금호강 대책위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환경영향평가에선 법정보호종은 수달과 원앙, 삵 등 3종밖에 없었다고 조사됐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9종이나 발견됐다는 것.

금호강 대책위 소속 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사업 대상지에서 ▲멸종위기종 1급 얼국새코미꾸리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남생이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멸종위기종 2급 담비 등 총 6종을 더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호강 대책위는 "민간단체에서도 9종이나 되는 법정보호종을 발견하는데 전문기관이 단 3종밖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는 결정적 증거다"라며 "특정 지역에 정주해 살아가는 수리부엉이와 개체 수가 적지 않은 얼룩새코미꾸리는 빠뜨릴 수 없는데, 이들마저 빠졌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멸종위기종 담비의 '숨은서식처', 이곳을 없애려 한다니요 https://omn.kr/25gme)

단 한 번만으로도 현장 환경조사 가능하다?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담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른바 전문기관이 시행한 환경영향평가인데 왜 이렇게 문제가 생길까? 환경영향평가정보시스템(eiass.go.kr)을 통해 공개된 '대구시 금호강 사색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 환경보전방안', 즉 환경영향평가 원문을 보면 아쉬운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금호강 동식물 현장 조사는 단 한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해야 하는 영역은 식물상 식생,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곤충류, 어류,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부착 조류 등 상당히 많은데 단 한 차례 현장 조사로 이 모든 영역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물론 문헌조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한 차례 현장 조사만으로 이 많은 것들을 확인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다.

반면 시민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8월까지 11개월간 현장 탐사를 최소 15차례 이상 진행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처장이 보내준 '팔현습지 모니터링 보고서'에 의하면, 얼룩새코미꾸리는 2022년 10월 26일과 2023년 6월 5일 발견됐고, 수리부엉이는 2023년 6월 9일부터 8월 8일까지 9차례 발견됐다. 남생이는 2023년 5월 30일, 흰목물떼새는 2022년 10월 7일, 황조롱이는 2022년 12월 31일, 담비는 2023년 8월 1일 발견됐다. 

결국 투자한 시간의 문제가 이런 차이를 나타낸 게 아닐까?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사업 담당자는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용역 기간 동안 발견된 것이 3종밖에 없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생태자원 지키겠다'는 낙동강환경청, 제발 그러길 바란다
 

금호강난개발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낙동강네트워크는 8월 30일 오전 창원 소재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사실 현장 조사가 한 번밖에 없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잘못 하더라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셈이다. 필자는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나왔다고 해서, 또는 잘못됐다고 해서 지금까지 그 책임을 묻거나 용역에서 배제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물관리 일원화 전엔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무분별한 토건 사업을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부처였다. 하지만 이번 공사의 경우 물관리 일원화에 따라 부산국토관리청에서 낙동강유역환경유역청으로 사업이 넘어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시민단체로부터 '환경 훼손' 비판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최종원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홈페이지 기관소개 글에서 "생태친화적인 국토관리를 통한 지역민의 환경복지 실현을 위해 낙동강 수질 개선과 환경안전사고 예방대응체계 강화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환경오염을 줄이고 아름답고 생태적 가치가 큰 자연자원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모든 직원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발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현재 금호강 대책위는 금호강 팔현습지 지키기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https://forms.gle/HW3za4wVWWK9g9oT7)
 

덧붙이는 글 글쓴이인 백경록 기자는 스픽스대구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SPEAKS_TV_TK)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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