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6 11:51최종 업데이트 23.10.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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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지뢰제거 작업 (자료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도 군인과 군무원의 당직 수당은 평일 1만 원, 휴일 2만 원이다. 원래 5000원이던 평일 당직 수당이 2019년에 이르러 겨우 1만 원이 되었는데 이후로는 변화가 없다. 식비도 따로 지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밥 먹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고 한다.

다른 공무원들은 어떨까? 경찰공무원은 평일 3만 원, 휴일 10만 원, 소방공무원은 평일 5만 원, 휴일 10만 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군인, 군무원의 당직 수당을 정상화하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집권 이후 두 번째 제출한 예산안에서도 군인, 군무원의 당직 수당은 동결을 면치 못했다.


그뿐인가. 통상 12시간 당직을 서고 나면 하루 근무를 쉬게 해줘야 하는데 일부 부대에서는 11시간만 당직을 세우고 반일만 근무를 쉬게 해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부대에서는 인력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꼼수로 손해 보는 당사자들에겐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인력난에 악순환 반복, 땜질식 처방만

군대 곳곳이 인력난에 아우성이다. 군인 간부 충원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정원을 늘려 뽑아둔 군무원들은 불합리한 처우에 진저리를 치며 군대를 떠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전군의 부사관 충원율은 82.9%였다. 1만 1107명을 뽑으려고 했는데 9211명만 임관한 것이다.

육군 부사관 충원율은 심지어 80%에도 미치지 못한 77.1%였다. 10명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7~8명이 수행하게 된 셈이다. 2023년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부사관을 늘려 군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정원만 늘렸지 군인 할 사람은 없는 것이 오늘 날 우리 군이 마주한 현실이다.

사람이 부족하니 온갖 불합리한 조치만 반복된다. 앞서 언급한 당직 오프 꼼수는 물론이고, 쌓인 휴가를 쓰지 못하는 사람, GP·GOP에 투입되었는데 교대 인력이 부족해 제때 교대를 못 하는 사람, 여러 보직을 겸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군인이 부족하다며 전혀 성격이 다른 일을 하던 군무원들에게 위병소 근무와 당직 근무 등 군인의 업무를 전가한다.

나아가 아예 군무원에게 군인 임무를 시키는 걸 규정과 지침으로 제도화하려고 한다. (관련기사: 국방부의 취업 사기? 군무원 잔혹사https://omn.kr/23imq) 오죽하면 참다못한 군무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한 3개 법률 제·개정을 요구하며 국회 입법동의청원을 올리고 5만 명을 모아 청원을 성사시키기까지 하겠는가. 사정이 이러니 다들 군대를 떠나고, 군대에서 일하려는 이는 계속 줄어든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그런데 군을 지휘하는 이들은 이런 사정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요즘 군인들이 정신력이 약하고, 희생정신이 없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근본적 대책이 없고 단기복무 장려수당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 생색만 낸다. 작금의 상황을 투정 부리는 초급 간부들을 달래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지난 5월 정부가 공개한 '초급간부 복무 여건 개선 추진 계획' 8개 사업 중 2024년 예산에 반영된 사업은 2개 사업뿐이다.

위아래가 따로 노는 군대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 9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무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가행진하는 장병들에게 두손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자꾸 이런저런 부대를 만드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활보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윤석열 정부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얼마 전에는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사령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실 드론 운용이며 북핵 대응, 전략자산 운용은 이미 담당해서 하는 부대들이 있다. 기능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새로 부대를 만든다고 하니 마치 인력과 자원을 보강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부대를 만든다고 전체 군인 정원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 어딘가에서 근무 중인 군인들을 차출해서 새 부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 원 소속 부대에는 빈자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대가 늘어날수록 일선 군인들의 근무 여건이 악화되는 것이다. 득 볼 이들은 새로 생긴 사령관 자리에 부임할 장성들뿐이다. 껍데기는 번지르르해지는데 내부 구조는 구멍이 숭숭 나는 꼴이다. 이런 식의 신설 사령부들이 몇 년 운영해 보고 통폐합되기 일쑤인 이유가 여기 있다.

군의 상부와 현실의 괴리가 나날이 커진다. 위아래가 따로 노는 것이다. 얼마 전 취임한 신원식 장관이 연일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도발하면 수 시간 내 북한의 장사정포를 궤멸하는 화력전을 수행하겠다던가, 북한이 도발하면 끝까지 응징하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군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람이 부족한 자리를 사람으로 갈아 넣는 처지에 화력전은 누가 수행할 것이며 응징은 또한 누가 할 것인가. 겉모습이 화려하고 지휘관의 말이 용맹하다고 나라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생계를 위해 이직을 고민하는 야전 부대 군인들과 국군의 날을 맞아 온갖 신형 무기를 앞세워 시가행진하는 군인들을 보며 흡족해하는 대통령의 모습. 그것이 오늘 날 우리 군의 위아래를 정확히 표상하는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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