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18 10:35최종 업데이트 23.11.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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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을 사흘 앞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팬들이 사전 행사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고척돔과 영화관은 매진됐고 수많은 관중이 거리 응원을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 축구 이야기가 아니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열정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번 가을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인 롤드컵 결승전이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롤드컵은 세계 각 리그 최고 팀들이 모여 LoL 최강팀을 가르는 대회다. 한국에서 롤드컵이 개최되는 것은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올해로 3번째다. 이번 결승에는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한국의 T1과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이하 WBG)이 맞대결을 펼친다.

전 세계인의 e스포츠 축제 롤드컵
 

15일 오후 서울 중구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파이널 미디어데이에서 뉴진스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결승전은 엄청난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한국의 T1과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이하 WBG)이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e스포츠 최대 라이벌의 한중전이 결승에서 펼쳐지는 만큼 양국 팬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결승에는 LoL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LoL 캐릭터를 재해석해 만든 가상 보이그룹 '하트스틸'(Heartsteel) 멤버 엑소(EXO) 백현과 이번 롤드컵 주제가 '갓즈'(GODS)를 부른 걸그룹 뉴진스의 오프닝 세레모니가 예고되어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증명하듯 롤드컵 결승전 좌석 1만 8000석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10분 만에 매진되었고 온라인상에 암표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이번 결승전 티켓 가격은 구역별로 8만 원부터 24만 5000원까지 책정됐다. 그러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20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결승전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수많은 팬을 모두 고척돔에 수용할 수 없었던 라이엇 게임즈는 다양한 방식으로 롤드컵 결승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결승 당일인 19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롤드컵 결승을 생중계한다. 마치 월드컵에서나 보던 거리 응원이 롤드컵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실제로 e스포츠 역사상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 응원이 열린 적은 없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1만 5000여 명의 관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롤드컵의 열기를 느낄 수 있도록 전국 CGV 30여 극장에서 롤드컵 결승을 상영한다. CGV는 몇 년 전부터 롤드컵이나 국내 리그의 중요 경기를 상영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 결승전 역시 예매 시작 3시간 만에 전국 주요 극장에서 매진이 될 정도로 엄청난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CGV 티켓까지 암표 거래의 대상이 되면서 티켓의 정가는 2만 8000원이지만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4만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수를 본다면 롤드컵의 위상을 확실히 알 수 있다. e스포츠 시청자 수를 집계하는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지난 롤드컵 4강 T1과 징동게이밍의 맞대결을 시청한 사람은 430만 8901명이었다. 이번 대회 최다이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최고 기록은 2022년 롤드컵 결승 DRX와 T1의 맞대결에서 기록한 514만 7699명이었다. 이번 결승은 세계 최고의 팀인 한국의 T1과 중국의 인기팀 WBG가 맞붙는 만큼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이 수치는 전 세계에서 e스포츠 열기가 가장 뜨거운 중국 시청자 수를 제외한 수치다. 중국까지 포함한 최고 시청자 수는 2021년 롤드컵 결승에서 한국의 담원 기아와 중국의 EDG가 맞대결했을 때 기록한 7386만 742명이다. 2023 월드 시리즈의 최고 시청자 수가 1427만 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임을 알 수 있다.

'페이커'의 '꺾이지 않는 마음'
 

15일 오후 서울 중구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파이널 미디어데이에서 T1의 '페이커' 이상혁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롤드컵이 2014년과 2018년 한국에서 열린 지난 대회들보다 더 대단한 흥행력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0년 넘게 서비스한 LoL의 'IP 파워'와 함께 최고 인기팀 T1이 결승에 올라갔다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LoL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차지한 것도 흥행 요인 중 하나다. 아시안게임 최초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LoL에서 금메달이란 성과를 거두며 국내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연달아서 LoL 최대 축제인 롤드컵이 한국에서 개최되며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이 롤드컵에 쏠렸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페이커' 이상혁의 존재다. '페이커'는 농구의 마이클 조던, 축구의 리오넬 메시와 같이 e스포츠를 상징하는 최고의 선수다. LoL을 모르는 사람도 '페이커'는 알 만큼 절대적인 위상이다.

하지만 '페이커'의 올 한해는 쉽지 않았다. 2022년 봄부터 지금까지 여러 국내외 대회에서 결승에 5번 진출했으나 모두 준우승을 기록하며 아픔을 겪었다. 더군다나 지난여름에는 선수 생활 최초로 손목 부상을 겪으며 한 달간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참가한 이번 롤드컵에서도 극적인 상황에 놓였다. 8강에서 '페이커'가 이끄는 T1을 제외한 한국팀이 모두 탈락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4강에 중국팀만 남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으나 '페이커'가 8강과 4강에서 중국의 강팀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위기 상황마다 팀을 구한 '페이커'의 엄청난 플레이에 수백만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이제 '페이커'는 통산 4번째 롤드컵 우승이라는 대업에 도전한다. 3번째 우승 이후 7년 동안 역경과 고난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페이커'의 열정은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원래 LoL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과거 LoL을 즐겼으나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도 '페이커'의 서사에 주목하고 있다.

e스포츠가 보여준 가능성
 

지난 9월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쵸비' 정지훈, '페이커' 이상혁,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이 시상대에 올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스포츠는 단순히 게임이란 틀을 넘어 기성 스포츠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거 게임은 청소년들의 일탈을 조장하는 '사회악'이자 그들만의 하위문화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더 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주류문화로 자리 잡았다.

현재 LoL 리그를 중계하는 전용준 캐스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LoL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순간 다음 대회 스폰서 구하기도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때와 지금 e스포츠의 위상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롤드컵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가득 거리를 메우고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페이커'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뒤 "e스포츠를 스포츠라 인정하지 않는 기성세대가 많다"라는 질문에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페이커'의 말처럼 e스포츠와 스포츠는 다르지 않고 e스포츠의 영향력도 프로 스포츠 못지않다. 메시의 월드컵 우승 도전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마음과, '페이커'의 롤드컵 우승을 기원하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 19일 고척돔에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을 통해 e스포츠의 열기와 선수들의 열정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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