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시즌 개막 후 8번째 경기 만에 감격적인(?) 첫 승을 따냈다.

구나단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BNK 썸과의 홈경기에서 66-57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7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7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신한은행은 안방에서 지난 시즌 준우승팀 BNK를 꺾고 개막 한 달 여 만에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1승 7패).

신한은행의 에이스 김소니아는 36분 27초를 소화하며 3점슛 3방을 포함해 34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하는 '원맨쇼'를 펼치며 신한은행의 첫 승을 이끌었다. 맏언니 이경은도 10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안혜지와의 포인트가드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이적생 김지영은 9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의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신한은행의 첫 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 시즌 앞두고 트레이드로 팀 옮긴 선수들
 
 하나원큐에서만 8년 동안 활약했던 김지영은 하루 만에 두 번의 이적을 경험했다.

하나원큐에서만 8년 동안 활약했던 김지영은 하루 만에 두 번의 이적을 경험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대부분의 선수들은 전주원(우리은행 우리원 코치)이나 박정은(BNK 감독)처럼 이적 없이 선수생활을 시작했던 팀에서 현역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선수생활을 하다보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팀을 옮기게 될 때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뜻밖의 이적이 선수생활의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하는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적지 않은 선수들이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새 환경에서 농구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번 시즌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지난 5월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이명관이다. 이명관은 또 다른 이적생 유승희가 시즌 첫 경기에서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면서 예상보다 많은 출전기회를 얻고 있다. 이번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평균 26분 29초를 소화하고 있는 이명관은 지난 11월 15일 KB스타즈전 버저비터를 포함해 7.9득점 3.1리바운드 1.3스틸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하나원큐는 2023-2024 시즌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던 지난 9월4일 BNK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시온을 영입했다. 하나원큐가 1라운드 지명권을 2장이나 내줄 정도로 출혈을 감수한 트레이드였다. 지난 시즌 BNK에서 안혜지와 이소희의 백업역할을 수행하면서 평균 21분 29초를 소화했던 김시온은 하나원큐 이적 후 출전 시간이 7분이나 늘어나면서 실질적인 주전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하나원큐의 가드 이채은이 KB로 이적하고 KB의 포워드 최지선이 하나원큐 유니폼을 입은 1대 1 트레이드가 있었다. 이채은과 최지선은 나란히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 동기 출신으로 아직 프로 입단 후 눈에 보이는 실적을 올리진 못했다. 두 선수는 새로 이적한 팀에서도 나란히 백업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하나원큐의 최지선이 7경기에서 평균 10분 41초를 소화하면서 조금씩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박다정은 지난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 출신이지만 프로 입단 후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신한은행, 우리은행을 거치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18분 20초를 소화하며 5.2득점을 기록했던 2018-2019 시즌을 제외하면 평균 5득점 이상을 기록한 시즌조차 없는 박다정은 지난 5월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4번째 팀 BNK로 이적했다. 박다정은 이번 시즌 BNK의 백업가드로 경기당 평균 11분 39초를 소화하고 있다.

안혜지-이소희 상대하며 공격에도 기여
 
 김지영은 BNK전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 있는 플레이로 신한은행의 시즌 첫 승에 크게 기여했다.

김지영은 BNK전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 있는 플레이로 신한은행의 시즌 첫 승에 크게 기여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우리은행의 통합우승으로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맏언니 김정은은 친정팀 하나원큐로 컴백을 선택했고 우리은행은 하나원큐로부터 김정은의 보상선수를 지명할 차례가 왔다. 우리은행은 포워드 또는 골밑자원이 필요했지만 하나원큐에는 위성우 감독을 만족시킬 정도의 즉시전력감 포워드와 센터가 부족했다. 결국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6.8득점 3.2리바운드 3.9어시스트를 기록했던 포인트가드 김지영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김지영이 즉시전력감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김지영은 박혜진과 박지현, 그리고 리딩능력이 뛰어난 포워드 김단비까지 보유한 우리은행에서 절실히 필요한 자원은 아니었다. 결국 우리은행은 보상선수 지명 하루 만에 신한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지영을 내주고 유승희를 받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2015년 하나원큐에 입단해 8년 동안 한 팀에서 뛰었던 김지영이 하루 만에 두 번이나 팀을 옮기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신한은행은 국가대표 출신의 베테랑 이경은이 버티고 있고 강계리와 이혜미 등 김지영과 스타일이 비슷한 포인트가드 자원이 많은 팀이다. 그럼에도 김지영은 이번 시즌 20분 이상의 꾸준한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하나원큐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시즌 개막 후 7연패에 빠지며 침체가 길어졌다. 나머지 팀들의 전력이 안정되면서 신한은행의 연패가 더욱 길어질 거라고 전망하는 농구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2일 BNK와의 경기에서 8경기 만에 드디어 시즌 첫 번째 승리를 따냈고 그 중심에는 이날 김소니아 다음으로 많은 출전시간(34분 19초)을 기록한 김지영이 있었다. 김지영은 이날 안혜지, 이소희와 번갈아 가며 매치업이 되는 상황에도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이경은과 함께 팀을 조율하며 3점슛 1방을 포함해 9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로 활약했다. 특히 리바운드 4개 중 3개가 공격리바운드였을 정도로 뛰어난 집중력을 선보였다.

개막 한 달 만에 힘들게 시즌 첫 승을 따낸 신한은행은 오는 6일 부천에서 하나원큐를 상대로 연승에 도전한다. 신한은행의 다음 상대가 8일과 11일 우리은행, 15일 KB라는 점을 고려하면 6일 하나원큐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따낼 필요가 있다. 하나원큐는 김지영이 지난 8년 동안 활약했던 '친정'으로 김지영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팀이다. 하지만 김지영은 6일에도 친정팀에 대한 애정은 잠시 잊고 신한은행의 연승을 위해 코트를 누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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