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인어공주>로 화려한 부활을 알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미녀와 야수>,<알라딘>,<라이온 킹>,<포키혼타스>,<노틀담의 꼽추>,<뮬란> 등을 선보이며 1990년대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독점했다. 평균적으로 1년에 한 편씩 선보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적게는 제작비의 3~4배, 많게는 20배가 넘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올렸고 <미녀와 야수>는 1992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었던 천하의 디즈니도 2000년대 들어 그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994년 설립해 1998년부터 애니메이션에 뛰어든 후발주자 드림웍스가 새 천 년의 시작과 함께 <슈렉>이라는 엄청난 히트캐릭터를 선보였고 2008년 <쿵푸팬더>, 2010년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흥행작들을 꾸준히 배출했다. 자회사 픽사의 3D 애니메이션들도 정통 디즈니 애니메이션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결국 디즈니 역시 '3D'라는 대세에 따르기로 했고 2008년 <볼트>를 시작으로 2010년 <라푼젤>, 2012년 <주먹왕 랄프>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휩쓸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명성을 되찾게 해줬다고 평가 받은 작품은 따로 있었다. 지난 2013년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만든 그 유명한 <겨울왕국>이었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유한책임회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독식한 디즈니 애니

영화에서 음악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때로는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않았어도 주제가 또는 수록곡이 대중들의 귀를 타고 전해지면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1930년대부터 주제가상을 시상했는데 <오즈의 마법사>의 'Over the Rainbow'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Moon River' ,<탑건>의 'Take my Breath Away' 등은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을 받은 후 오랜 세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OST다.

1990년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독식하던 시절이다. 실제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7번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번의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그 시작을 알린 노래는 디즈니 역대 최고의 OST 중 하나로 꼽히는 <인어공주>의 'Under the Aea'였다. <인어공주>를 상징하는 OST가 된 'Under the Sea'는 사실 왕실 작곡가 세바스찬이 에리얼에게 바다에 남아달라고 애원하면서 부르는 슬픈(?) 노래다. 

1991년 <딕 트레이시>의 'Sooner or Later'에게 주제가상을 양보(?)한 디즈니는 1992년과 1993년 2년 연속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미녀와 야수>의 'Beauty and the Beast'와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였다. 특히 <미녀와 야수>는 그 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세 곡을 노미네이트시켰고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는 강력한 경쟁자였던 <보디가드>의 'I Have Nothing'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음악을 맡았던 <라이온 킹> 역시 1995년 세 곡이나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집안싸움'을 벌였다. 'Circle of Life'나 티몬과 품바가 유쾌하게 부르는 'Hakuna Matata'가 주제가상을 받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곡은 심바와 날라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이었다.

디즈니는 2000년 <타잔>의 'You'll Be in My Heart'를 끝으로 10년 넘게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침체의 길을 걸으면서 주제가 역시 주목을 받을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하지만 디즈니는 2013년 자신들의 역대 최다흥행 애니메이션 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작품과 주제가를 들고 나왔다. 레전드 애니메이션의 레전드 주제가가 된 <겨울왕국>의 'Let It Go'였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 <겨울왕국>에는 없다
 
 안나는 더빙판에서 박지윤 성우가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모두 담당했다.

안나는 더빙판에서 박지윤 성우가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모두 담당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유한책임회사

 
<겨울왕국>은 '아동문학의 아버지' 고 안데르센의 명작동화 <눈의 여왕>을 원안으로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일부 설정과 캐릭터의 유사성을 제외하면 <눈의 여왕>과의 공통점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따라서 <겨울왕국>은 <눈의 여왕>이 원작이라기 보다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만든 별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완성된 <겨울왕국>은 세계적으로 13억34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개봉 전 티저영상이 나왔을 때만 해도 <겨울왕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겨울왕국> 최고의 인기캐릭터인 올라프는 경쟁사 드림웍스에서 만든 <슈렉>의 동키, <쿵푸팬더>의 장화 신은 고양이와의 유사성을 의심 받기도 했다. 하지만 디즈니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서 <겨울왕국>의 장점을 꾸준히 강조했고 주제가 'Let It Go'가 공개되면서 <겨울왕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The Snow Queen'이라는 원제를 사용했던 <겨울왕국>은 제작과정에서 원작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Frozen'(얼어붙은)으로 제목이 변경됐다. 다만 각 나라로 수출되면서 개봉명이 변하기도 했는데 독일은 <얼음여왕>, 프랑스는 <눈의 여왕>, 러시아는 <차가운 심장>으로 개봉했다. 일본에서는 안나를 강조해 <안나와 눈의 여왕>, 모든 단어를 현지화하는 중국에서는 <빙설기연>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영상과 열풍을 일으킨 캐릭터 및 OST도 있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동화들의 클리셰를 박살냈다는 점은 <겨울왕국>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다. 옛날 동화에서는 만난 지 10분도 안된 공주와 왕자가 첫 눈에 반하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에서는 크리스토프가 한스왕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안나에게 "오늘 본 사람이랑 어떻게 결혼을 약속해요?"라며 지극히 '당연하고 현실적인' 충고를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관련 상품을 팔기 위한 정성스러운 광고영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개봉 후 수 많은 관련상품이 대거 출시된다. 디즈니가 <겨울왕국> 개봉 당시 엘사와 안나, 올라프 등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에 유난히 민감했던 이유도 부가상품 판매와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겨울왕국> 역시 제작비의 8배가 넘었던 엄청난 극장수익보다 부가상품 판매수익이 더 많다고 알려질 정도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부가수입을 올렸다. 

 안나 목소리 연기와 노래 모두 소화한 성우
 
 <겨울왕국>의 신스틸러 올라프는 단독 단편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겨울왕국>의 신스틸러 올라프는 단독 단편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유한책임회사

 
뮤지컬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캐릭터 목소리와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다른 경우가 흔한 편이다. <겨울왕국>에서도 엘사의 목소리는 성우 소연이 연기했고 노래는 뮤지컬 배우 박혜나가 불렀다. 하지만 <겨울왕국>에서 실질적인 주인공 안나의 목소리를 연기한 박지윤 성우는 안나의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모두 담당했다.

박지윤 성우는 안나를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박지윤 성우는 지난 11월 2일 jtbc의 <싱어게인3>에 출연해 <같이 눈사람 만들래?(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를 불렀는데 시간대 별로 다른 음색으로 안나의 감정을 표현하며 심사위원들로부터 '올어게인'을 받았다. 박지윤 성우의 <싱어게인3> 출연영상은 25일 현재 유튜브에서 25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귀여운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는 <겨울왕국>에서 두 명의 공주와 함께 관객들, 특히 어린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올라프는 귀여운 외모뿐 아니라 수다스럽고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겨울왕국>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7년에는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는데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 앞에 상영됐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겨울왕국 월트디즈니픽처스 박지윤성우 올라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