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공식 포스터

영화 <바비> 공식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진행자의 '불편한' 농담으로 비판받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진행을 맡은 미국 코미디언 조 코이의 말이 문제였다.

코이는 올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킨 영화 <오펜하이머>와 <바비>를 언급하면서 "바비는 큰 가슴이 달린 플라스틱 인형으로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어이 "나는 바비를 재밌게 봤다"라면서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플라스틱 인형에 끌리는 것이 이상하긴 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바비 주연 배우인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을 향해 "당신들에 관해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위상 되찾으려던 골든글로브에 '찬물'

그러나 코이의 농담은 시상식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로비와 고슬링 등 <바비> 관계자들은 헛웃음을 터뜨리거나 정색했다. 이 밖에도 셀레나 고메즈, 헬렌 미렌 등 다른 참석자들도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코이는 미국에서 인기 많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과거에 제이 레노와 유명 토크쇼 <더 투나잇>을 진행했고, NBC방송의 유명 토크쇼 <첼시 레이틀리>에 출연했다. 

코이의 농담은 곧바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 <뉴욕타임스>는 "코이는 시상식에서 연예인들을 놀리는 할리우드의 전통으로 돌아갔다"라며 "그의 농담은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나쁜 순간"이라고 혹평했다.

<타임>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최근의 논란을 딛고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기회였으나 진행자가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이의 농담을 옹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분노와 비통함을 느꼈다"라며 "번거롭고 논쟁적이며, 극도로 불편한 말을 하면서 시상식의 감동을 전달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지난 몇년간 내부 비리와 인종차별 논란으로 TV 생중계가 중단되는 등 위기를 겪었다. 

"<바비> 봤다면서 어떻게 그런 농담을"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진행자 조 코이의 발언 논란을 보도하는 <타임>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진행자 조 코이의 발언 논란을 보도하는 <타임> ⓒ 타임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성인권 운동가와 작가들, 일반 시청자들의 더욱 날카로운 비판이 넘쳐났다. 
 
"남자의 세계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영화에 대한 미친 농담" (@laurengarafano)

"바비에 대한 코이의 농담은 지독히 재미없는 여성 혐오 발언이다. 나는 <바비>가 페미니스트 걸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를 큰 가슴을 가진 플라스틱 인형에 관한 영화로 깎아내리는 것은 역겹다" (@Ciarabelles)

"평소 남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별로 놀랍지 않은데, 어떻게 <바비>를 보고 나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StationxSoftbal)

<바비>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과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로 남성 중심 사회와 성차별에 대한 풍자를 내세웠다.

고개 숙인 조 코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
 
 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과 주연배우 마고 로비

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과 주연배우 마고 로비 ⓒ 골든글로브

 
코이는 이날 다른 농담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그는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미국프로풋볼(NFL)의 차이를 아느냐. 골든글로브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카메라에 나오는 장면이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연인이자 NFL 선수인 트래비스 켈시의 경기장에 방문하면서 중계 카메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빗댄 농담이다.

또한 최근에 딸을 얻은 배우 로버트 드니로를 향해 "어떻게 80세에 여자 친구를 임신시켰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객석에 앉아있던 드니로는 당황했으나 웃음으로 코이의 농담을 받아줬다. 

논란이 계속되자 코이는 결국 사과했다. 그는 "알다시피 힘든 날이었다.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이라며 "내가 부족했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있지만, 시상식 진행은 스타일이 다르다"라며 "시상식 진행 대본에는 내가 쓴 농담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쓴 농담도 있다. 분위기가 안 좋았던 것은 다 내가 썼다"라고 밝혔다. 코이는 "기분이 안 좋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바비 골든글로브 조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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