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다친 에이스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가 빠진 일본의 측면은 위력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비교적 일본 축구를 잘 알고 있는 필립 트루시에(프랑스) 베트남 감독이 수비 집중력을 높인 3-4-1-2 포메이션을 내세운 이유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상대 팀이 약체라는 선입견과 실수가 겹친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후 8시 30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D조 첫 게임에서 베트남에게 4-2로 재역전승을 거두었다.
 
 14일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일본과 베트남의 경기 시작에 앞서 일본 선수들이 팀포토를 찍고 있다.

14일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일본과 베트남의 경기 시작에 앞서 일본 선수들이 팀포토를 찍고 있다. ⓒ 연합뉴스

 
세트피스, 세컨드 볼 응집력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은 게임 시작 후 11분만에 첫 골을 터뜨리며 대승을 예고했다. 코너킥 세트피스 집중력이 돋보이는 골 장면이었다. 왼쪽 코너킥을 비교적 길게 처리한 일본이 오른쪽 풀백 스가와라 유키나리의 세컨드 볼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골을 노렸을 때 베트남 수비수 발에 맞고 방향이 바뀐 것을 미나미노 다쿠미가 낮게 깔리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차 넣은 것이다. 

세트피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집중력도 놀라웠고, 항상 세컨드 볼을 위력적으로 살리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은 괴거 일본 대표팀을 지휘했던 트루시에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도 마찬가지로 준비한 부분이었다.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베트남이 두 번의 세트 피스를 활용하여 역전골까지 뽑아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베트남은 첫 골을 내준 뒤 5분만에 절묘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플레이 메이커 도 홍 중의 왼쪽 코너킥 크로스를 받은 베트남 새 골잡이 응우옌 딘 박이 니어 포스트 헤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응우옌 딘 박이 앞으로 마중 나오면서 얇은 헤더로 돌려놓은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반대쪽 구석으로 기막히게 떨어졌다.

더 놀라운 일은 33분에 벌어졌다. 측면에서 프리킥을 얻은 베트남이 또 하나의 세트피스 기회를 살려낸 것이다. 판 뚜언 타이의 프리킥 크로스를 받은 부이 호앙 안의 헤더 슛이 그렇게 위력적이지는 않았지만 일본 새 골키퍼 스즈키 시온이 제대로 쳐내지 못하는 바람에 팜 뚜언 하이의 세컨드 볼 오른발 발리슛이 적중했다.

세트피스 자체도 그렇지만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세컨드 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골을 터뜨리는 결정력을 높이는 집중도가 양팀 모두 놀라웠던 것이다. 출중한 개인 능력으로 뽑아내는 슈퍼 골들도 있지만 현대 축구 상당수의 골은 예측하기 힘든 세컨드 볼 상황에 어울리는 대응력, 결정력으로 답해야 한다는 점을 잘 가르쳐준 장면들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골까지 나오는 바람에 일본 선수들의 눈빛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2골을 몰아넣어 게임 흐름을 다시 뒤집어버린 응집력은 우승 후보다운 면모였다. 45분에 엔도 와타루의 스루패스를 받은 미나미노 다쿠미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침착하게 동점골을 넣은 장면도 남달랐지만 전반 추가 시간 4분에 나카무라 케이토가 오른발로 감아차 꽂아넣은 재역전 골은 조별리그 베스트 골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는 슈퍼 골이었다. 이미 2골을 넣은 미나미노 다쿠미는 이 재역전골 도움 기록까지 보태며 현재 일본 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아찔한 역전골에 휘청거린 일본이 전반전 추가 시간에 재역전골까지 터뜨린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후반전에 추가골 기회를 완벽하게 만들어내지 못한 조급한 게임 운영은 그들과 우승 트로피를 다툴 것으로 예상하는 한국, 카타르, 이란 등이 주목할 부분이다.

후반전 교체 카드 5장을 모두 사용한 일본은 85분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 골을 더 넣어서 불안했던 승리 기운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63분에 나카무라 케이토 대신 들어간 도안 리츠와 84분에 미나미노 다쿠미 대신 들어간 구보 다케후사가 슈퍼 서브 역할을 분명히 해낸 덕분이었다.

그 이전까지 베트남 골문을 확실하게 흔들지 못한 후반전 게임 운영은 답답함 그 자체였지만 도안 리츠와 구보 다케후사가 짧은 패스로 좁은 공간을 흔드는 방법은 일본 특유의 조직력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이 도움을 받은 우에다 아야세가 상대 수비수 다리에 맞는 굴절 슛으로 4-2 점수판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첫 고비를 넘은 일본은 오는 19일(금) 오후 8시 30분 알 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이번 대회 다크 호스로 꼽히고 있는 이라크를 만난다. 베트남도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 도하에 있는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한다.

2023 AFC 아시안컵 D조 결과
(1월 14일 오후 8시 30분, 알 투마마  스타디움 - 도하)

일본 4-2 베트남 [골-도움 기록 : 미나미노 다쿠미(11분), 미나미노 다쿠미(45분,도움-엔도 와타루), 나카무라 케이토(45+4분,도움-미나미노 다쿠미), 우에다 아야세(85분,도움-구보 다케후사) / 응우옌 딘 박(16분,도움-도 홍 중), 팜 뚜언 하이(33분)]

일본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호소야 마오(46분↔우에다 아야세)
AMF : 나카무라 케이토(63분↔도안 리츠), 미나미노 다쿠미(84분↔구보 다케후사), 이토 준야
DMF : 모리타 히데마사(77분↔사노 카이슈), 엔도 와타루
DF : 이토 히로키, 다니구치 쇼고, 이타쿠라 코, 스가와라 유키나리(77분↔마이쿠마 세이야)
GK : 스즈키 자이온

베트남 선수들(3-4-1-2 포메이션)
FW : 응우옌 딘 박(64분↔응우옌 반 쯔엉), 팜 뚜언 하이
AMF : 도 홍 중
DMF : 판 뚜언 타이, 응우옌 타이 손, 응우옌 뚜언 안(46분↔르 팜 탄 롱), 팜 슈언 만(78분↔쯔엉 티엔 안)
DF : 부이 호앙 안, 보 민 쭝(64분↔쿠앗 반 캉), 응우옌 탄 빈
GK : 응우옌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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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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