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16강에 턱걸이로 올라온 인도네시아였기에 어려운 게임은 아니었지만 호주 선수들의 골 결정력은 역시 놀라웠다. 전체 7개의 슛 기록 중 상대 골문 안쪽으로 날린 유효슛이 4개(57.1%)였는데, 상대 선수 발에 맞고 들어간 자책골을 포함해서 4골을 뽑아냈으니 그 어느 팀보다 실리 축구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16강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이긴다면 호주와 8강에서 만나게 된다.

그레이엄 제임스 아놀드 감독이 이끌고 있는 호주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8일(일) 오후 8시 30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16강 토너먼트 첫 게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올라 한국과 사우디 아라비아 승리 팀과 4강 진출권을 놓고 만나게 됐다.

'잭슨 어바인'의 공간 침투 주목

B조 1위로 올라온 호주가 조별리그 3게임을 통해 4골밖에 넣지 못했지만 16강 토너먼트 첫 게임에서 무려 4골을 몰아넣었으니, 8강 상대 팀 입장에서 볼 때 경계해야 할 부분이 여러가지로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게임 초반 도전 의식을 크게 드러냈지만 비운의 자책골로 흔들리고 말았다. 게임 시작 후 12분만에 호주 미드필더 잭슨 어바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시도한 얼리 크로스가 바로 앞 인도네시아 수비수 엘칸 바고트 발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들어간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호주의 게임이 안 풀릴 때마다 잭슨 어바인이 귀중한 골을 터뜨리며 승점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호주의 살림꾼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가운데 미드필더로 뛰면서 팀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데 공격이 전개될 때마다 상대 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 공간으로 파고드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한국의 미드필더 황인범과 이재성의 장점을 모아놓은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잭슨 어바인의 활약으로 비교적 쉽게 승리 조건을 갖추게 된 호주는 전반전 종료 직전에 또 하나의 오른쪽 측면 얼리 크로스로 귀중한 추가골을 뽑아냈다. 45분, 게신 존스가 인도네시아 골문 바로 앞을 통과하는 낮은 크로스를 보냈고 반대쪽에서 이를 믿고 몸을 날린 마틴 보일의 헤더 골이 벼락같이 들어간 것이다.

첫 골과 두 번째 골 모두 오른쪽 측면에서 비교적 낮게 시도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로 만들어낸 호주의 공격 패턴을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이다. 후반전 인도네시아의 저항이 거세게 이어졌기 때문에 추가골을 쉽게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87분에 바꿔 들여보낸 호주의 왼발잡이 에이스 크레이그 굿윈이 결정적인 쐐기골을 만들어주었다. 

87분에 교체로 들어간 선수가 88분에 왼발로 쐐기골을, 그리고 추가 시간 1분도 안 되어 또 하나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으니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크레이그 굿윈에게 큰 것 두 방을 얻어맞은 셈이다. 

88분 호주는 세 번째 골을 깔끔하게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나다니엘 앳킨슨의 크로스가 날아왔을 때, 호주의 살림꾼 잭슨 어바인이 프리 헤더 슛을 날렸고 이 공을 인도네시아 골키퍼 에르난도 아리가 가까스로 쳐냈지만 교체 선수 크레이그 굿윈이 기다렸다는 듯 왼발 발리슛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이번에도 호주 살림꾼 잭슨 어바인이 결정적인 공을 세운 셈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주의 네 번째 골이 오른쪽 프리킥 세트피스로 들어갔다. 세 번째 골을 넣은 슈퍼 서브 크레이그 굿윈이 왼발로 낮게 감아올린 공을 2미터 키다리 센터백 해리 수타가 솟구쳐 방향을 슬쩍 바꾸는 헤더로 꽂아넣은 것이다. 해리 수타는 그야말로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센터백이다.

호주 벤치에는 또 한 명의 키다리 골잡이 쿠시니 옝기가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 게임에는 나서지 않아도 됐다. 한국이 호주와 8강에서 만난다면 김민재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선수가 많다는 점, 크레이그 굿윈의 왼발 세트 피스가 매우 위력적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비교적 쉽게 8강에 가장 먼저 올라간 호주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2월 3일(토) 오전 0시 30분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한국 vs 사우디 아라비아' 게임 승리 팀과 만나게 된다. 한국이 사우디 아라비아를 이겨도 호주보다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절대로 부족한 편이다.

2023 AFC 아시안컵 16강 결과
(1월 28일 오후 8시 30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 도하)

호주 4-0 인도네시아 [골-도움 기록 : 엘칸 바고트(자책골), 마틴 보일(45분,도움-게신 존스), 크레이그 굿윈(88분), 해리 수타(90+1분,도움-크레이그 굿윈)]

호주 선수들(4-5-1 포메이션)
FW : 브루노 포르나롤리(61분↔미치 듀크)
MF : 조던 보스(87분↔크레이그 굿윈), 잭슨 어바인, 라일리 맥그리(61분↔코노르 멧칼프), 키아누 바쿠스(87분↔아이덴 오닐), 마틴 보일
DF : 아지즈 베히치, 키에 로울레스, 해리 수타, 게신 존스(69분↔나다니엘 앳킨슨)
GK : 매튜 라이언

16강 토너먼트 일정
타지키스탄 - 아랍에미리트 (1월 29일 오전 1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이라크 - 요르단 (1월 29일 오후 8시 30분,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카타르 - 팔레스타인 (1월 30일 오전 1시, 알 바이트 스타디움)
우즈베키스탄 - 태국 (1월 30일 오후 8시 30분, 알 자누브 스타디움)
사우디 아라비아 - 한국 (1월 31일 오전 1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바레인 - 일본 (1월 31일 오후 8시 30분, 알 투마마 스타디움)
이란 - 시리아 (2월 1일 오전 1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호주 아시안컵 인도네시아 잭슨어바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