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10

전공의 사직 러시... 환자 가족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살고자 애쓰는 환자와 가족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함께 이 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길

24.02.19 11:41최종 업데이트 24.02.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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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설 연휴 이후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지난 12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의사 인력을 2035년까지 1만 명 늘리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늘린 정원을 5년 이상 유지할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2025년 입학생이 의대를 졸업하는 2031년부터는 매년 2000명씩 의사가 늘어나며, 2035년에는 의사가 총 1만 명 많아진다는 얘기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을 늘리겠다고 할 때도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을 결정했던 바 있다. 포퓰리즘이든 아니든, 시민 개개인의 일상적 생각이 모여 정치인을 움직이게 하고 그것이 정책이 만들어지는 동력이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또한 그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전 같았으면 의대 정원 확대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암 환자의 가족이다 보니 의사 파업 예고가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환자와 가족들이 품고 있는 불안감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빅5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공의들의 사직이 이어지면서, 실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는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고 있기도 하다. 
 
"엄마가 폐암 4기라 항암치료로 약 2년간 치료받다가 항암치료 약도 이제 없는 와중에 폐랑 뼈 사이에 암세포가 좀 떨어져서 수술 날짜 잡고 다음 주에 수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피검사하고 수술 전에 마지막 검사 들어갔는데 갑자기 담당 교수한테 전화가 오더니 응급실 제외하고 모든 의사들이 파업을 해서 출근을 안 하고 있다고 수술이 안 된다고 얘기했다네요. 요즘 뉴스는 봤지만 이런 일이 우리한테도 일어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 지난 2월 16일 한 커뮤니티에 '다음 주가 엄마 폐암 수술이었는데 의사 파업으로 수술이 밀리게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

긴급하게 수술을 결정하고 기다리는 환자 입장에서 설 연휴 이후 집단휴진이나 파업예고는 불안감을 느끼기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입원 병동이나 수술실 등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전공의들도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니, 당사자가 아니면 불안한 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울 것 같다.

파업을 하면 의료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할 거라고 보도되지만 종합병원의 시스템 자체가 마비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사로서의 사명에 충실한 이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또한 환자들이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닐뿐더러 파업의 정치적 논의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그들에겐 없다. 환자와 가족들은 다만 살고자 애쓸 뿐이다. 

'의사 수를 늘리자'는 논의를 넘어서   
 

전공의 집단사직 돌입하나…정부·의료계 갈등 최고조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없더라도, 대형 병원에 갈 때면 병원에서 온통 하루를 보낼 생각을 각오해야 한다. 미리 예약을 했어도 한두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본, 의사와의 면담을 위한 각종 검사도 역시 순번을 기다려야 가능하다. 어찌 보면 병원의 의료 시스템은 환자들의 긴긴 기다림과 동의어가 된 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의사가 양산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런데 그 질은 누가 평가하는 것인가. 개인 즉, 환자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신뢰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가족들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야기 나눴을 때, 의료망 전체에 경쟁을 통해 고루 도움이 될 거라는 낙관적인 입장도 나왔지만,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거라는 어두운 전망도 내린 이도 있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의대 정원 확대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첫 단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논의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자'는 수준에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필수 의료 붕괴의 문제나, 지방 의료 현실 등에 대한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의료계에선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보다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에 의사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 복잡한 문제가 단순히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환자들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고 함께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함께 잘 풀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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