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11

'번아웃' 의사, 부실진료 만연... 의사 부족 결정적 증거

[주장] 의대 증원 반대하는 의사단체 주장과 집단행동이 명분 없는 까닭

24.02.19 12:04최종 업데이트 24.02.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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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사단체간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이 의사단체 주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의대증원 관련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전공의 집단사직 돌입하나…정부·의료계 갈등 최고조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중단,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결정,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추진 등으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 목표는 '일방적인 의대증원'을 막겠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국민여론은 압도적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 12일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지난 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76%이 찬성하는 걸로 나타났다. 의사단체들은 이러한 여론이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고, "의대 정원을 늘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는데도 정부가 졸속으로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가? 우선 국책연구기관들 및 전문가들이 내놓은 결과를 먼저 보자.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2030년 1만 4334명, 2035년 2만 7232명 부족
- 한국개발연구원 : 2050년 2만 2000명 부족
-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 2035년 1만 650명 부족
- 홍윤철 서울대의대 교수 : 2035년 1만816명, 2050년 2만 6570명 부족
-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교수 : 2050년 2만 8279명 부족
- 이철희 서울대 교수 : 2050년 2만 1413명 ~ 2만 9777명 부족
- 경실련 : 2030년 1만 9000명, 2040년 3만 9000명 부족

이처럼 지속가능한 의료의 미래를 위해 수많은 국책연구기관들과 전문가들이 치밀한 연구를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내놓고 있는데도 의사단체들은 '일부 연구자들의 편향적인 연구 결과', '정치적 요구에 의한 수치'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박 자료라도 내놓으면 좋겠지만,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의사단체들은 '향후 인구가 감소하면서 의사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근거가 없다. 인구가 줄어들어도 급격한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국민 요구도 증가로 인해 의료수요는 늘어나고, 현재 3058명 의대 정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의사단체들은 '은퇴 의사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의대 정원을 많이 늘리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의사 부족으로 고령의 은퇴 의사들을 다시 채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제대로 치료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진료시스템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하는 일부 폐단들이 나타나고 있다. 은퇴 의사 활용만으론 의료수요 증가로 인한 의사 부족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의사 부족으로 이미 현장에는 불법의료·부실의료 만연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의사 수는 충분할까?

첫째, 의료현장에 의사가 부족해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들이 의사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의료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101개 의료기관 중 대리처방 72곳(71.28%), 대리 동의서 서명 64곳(63.35%), 대리 처치·시술 54곳(53.46%), 대리수술 7곳(6.93%) 등 의사업무를 대리하는 불법의료가 만연해 있다. 의사업무를 대리하면서 불법의료로 내몰리는 PA인력(진료지원인력) 숫자만도 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둘째, 의사 부족으로 인한 부실진료도 심각하다. 앞서 언급한 실태조사 결과, 의사인력이 부족해 진료 대기시간이 30분 이상 길다고 응답한 곳은 101곳 중 71곳(70.29%)이었고, 의사인력이 부족해 환자 대면 진료시간이 3분 이내로 짧다고 응답한 곳은 65곳(64.35%)이었다. 의사인력이 부족해 환자·보호자들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다는 응답은 73곳(72.27%)이었고, 의사인력이 부족해 진료·치료·처방이 연기·취소·불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응답한 곳은 64곳(63.36%), 의사인력이 부족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응답한 곳은 80곳(79.20%)이었다.

뿐만 아니라 의사인력이 부족해 환자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응답한 곳은 78곳(77.22%)이나 됐고, 의사가 부족해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한 곳도 64곳(63.36%), 의사인력이 부족해 실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곳도 37곳(36.63%)이나 됐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는 의사가 부족해 환자들이 부실진료의 피해자가 되고, 상시적인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셋째, 의사 부족으로 의사들의 근무여건도 열악하다. 지난해 11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발표한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주일 실제근무시간이 77.7시간이었고, 52%가 4주간 평균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57.1%는 휴가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75.6%가 몸이 아플 때 병가를 쓰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수련을 중도 포기하고 싶다는 전공의가 절반을 넘는 51%였다. 이처럼 의사 부족으로 의사들은 장시간노동과 과도한 업무량, 당직근무, 휴일근무로 번아웃에 내몰리고 있다. 이 또한 의사 부족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

이처럼 의료현장에서는 의사 수 부족으로 불법의료·부실의료가 난무하고, 의사들은 과도한 업무와 당직근무로 번아웃 상태다. 의사 수 부족으로 환자들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원정치료, 상시적인 의료사고 위험에 내몰려 있다. 현실이 이런데, 정말 의사단체 주장대로 '의사 수'는 충분한가?

외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지 말라?
 

전공의 집단사직 돌입하나…정부·의료계 갈등 최고조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 연합뉴스

 
의사단체들은 '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환경이 다르다. 단순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국토 면적당 의사 수가 많아서 의료접근성이 높은 만큼 의사 정원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많은 것은 의사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행위별 수가제도 하에서 수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의사들의 진료량을 늘린 결과이지 의료접근성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특히 의사 수 기준을 국토면적당 의사 수로 비교한 것은 정말 황당하다. 의사 수는 인구 대비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12명으로 OECD 평균(3.69명)보다 1.57명 적다. 의대 졸업생수 또한 인구 10만명 7.2명으로 OECD 평균(13.2명)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국가 평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8만 1196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또 의사단체들은 '한국의 대기시간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짧다. 한국은 아무 병원이나 제한 없이 방문해 언제든 그 분야의 최고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암환자를 비롯한 중증환자들은 입원과 수술을 위해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는 의사가 없어서 응급환자조차도 줄을 서야 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 뺑뺑이 돌다 사망하기도 한다. 

반면 의사단체들이 말하지 않는 비교 자료도 있다. 첫째는 의사 수는 적은데 의사 수입은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국가의 57%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의사 수입은 OECD 의사 수입의 1.7배(170%)이다. 둘째는 일본, 독일, 미국, 영국 등 많은 나라들이 급속한 고령화와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대비해 지난 20여년간 의대 정원을 23%~50% 늘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19년째 의대 증원을 동결해왔다. 셋째,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적으로 진료중단을 선언한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의사 수 늘리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의사단체는 의사 수를 늘리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첫째, 의사단체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 비용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의사 수가 늘어나도 적정진료를 하면 의료비용은 증가하지 않는다. 의료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수익 창출을 위한 과잉진료와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의사 몸값 경쟁 때문이다.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규제를 강화하고, 적정 의사인력을 확충해 적정진료를 하면 오히려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의사 수가 늘어나면 과다한 경쟁이 우려된다'는 의사단체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과다한 경쟁은 의사 수가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필수 인기진료과로 쏠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사가 없어 진료가 중단되고, 파행진료를 겪고 있는 곳에 필요한 의사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의사단체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의사 수가 늘어나야 의사가 해야 할 수술·시술·처치·처방·설명·회진 등을 다른 의료인력이 대리하는 불법의료를 막을 수 있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늘리면 부실교육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2025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은 의대 교육과 임상 실습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이미 의과대학 조사와 점검·검증을 통해 확인됐다. 

정부가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한다?

의사단체들은 정부가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의대증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1년간 28차례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해 이를 논의했다. 또 복지부는 현장 소통 자리 33회, 지역별 의료 간담회 10회 등을 진행했다. 더구나 의대 증원은 의사단체가 결정해야 할 전유물이 아니다. 의대 증원은 붕괴 위기에 내몰린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국가 과제이고 절대다수 국민의 요구이므로 국가적 필요에 따라 국민의견을 수렴하여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국가정책이다.

필수의료 관련해서도 의사단체들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필수의료로 가지 않는 의사들을 필수의료로 유입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의대 증원을 통한 의사 수 확대'와과 '필수의료 쪽으로 의사인력 유입정책',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정답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돌입하나…정부·의료계 갈등 최고조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 연합뉴스

 
정부는 의대 증원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의사단체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그에 따라 필수의료에 5년간 10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과 계약형 지역의사제도 도입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필수의료 수행에 따른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런데도 의사단체들이 필수의료 살리기 패키지 정책을 폐기하라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필수의료로 의사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5년간 10조원을 투입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의사단체들이 반대할 일이 아니라 환영해야 할 일이다. 단체행동을 벌일 일이 아니라, 구체적인 필수의료 지원방안에 대해 협의와 대화를 어어 가야 할 일이다.

다만, 필수의료에 대한 대규모 보상책이 수가 퍼주기나 예산 낭비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바로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개원쿼터제 도입, 병상총량제 엄격 시행, 혼합진료 금지, 비급여 통제 급여화, 실효성있는 실손보험 규제 강화 등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도 폭넓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

의사 윤리강령은 '국민건강 증진, 환자 이익 보호, 환자 존중,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 보호'를 담고 있다. 의협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의사'를 표방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은 의사 윤리강령 위반이며 국민생명을 위협한다. 의사들이 국민과 멀어질수록 국민의 사랑과 존경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국민들의 질책과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나영명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