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3 10:37최종 업데이트 24.03.13 10:37
  • 본문듣기
'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아이가 풍족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 Pixabay

 
"다~ 한 집 아이예요?"

네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들어설 때면 종종 받는 질문이다. "네"하고 짧게 답하고 나면 몇 가지 멘트 내에서 대화가 이어진다.


"어떻게 네 명이나 낳을 생각을 했을까?"
"낳고 보니 넷이라 저희도 당황했습니다."

"젊은 엄마 아빠가 대단하시네~"
"대책 없었던 것을 대단하게 봐줘서 감사합니다."

"애국자네. 애국자야. 나라에서 상을 줘야 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상은 없더라고요."


예측 가능한 멘트에 자동반사적으로 대응 멘트가 나온다.

유독 애국한다면서 나라에서 상을 줘야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보니 그런 듯한데, 만나는 사람마다 같은 반응이다 보니 진짜 무슨 상 같은 게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많은 사람이 상을 줘야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데, 어째서 나는 경제적으로 벌을 받고 있는 기분일까? 다자녀 혜택이 많지 않냐고 물어 올 때마다 도대체 그 혜택이 무엇인지 되레 묻게 되는 것은 왜일까? 출산율 0.7 시대에 아이가 넷인데, 뿌듯함보다는 괜스레 위기감이 엄습해 왔다.

외벌이에 아이가 넷이다. 이 한 문장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우선 경제주체의 등골이 휘어지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생활이 간당간당하다. 저축은 거의 불가능하다. 월급은 고스란히 공과금과 보험료 그리고 생활비로 빠져나간다. 딱히 남는 것이 없다.

특히 식비가 무지막지하다. 아이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엥겔지수가 10%가량 뛰더니 이제는 엥겔지수로 분류한 극빈층(엥겔지수 70% 이상)에 육박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수치는 아이가 커나갈수록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인데... 흐읍. 생각만 해도 입을 틀어막게 된다.
  

엥겔지수 도표 극빈층이 멀지 않았다. ⓒ 네이버 지식백과

   
다자녀 가정이라고 하면 지원도 많고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다자녀 가정에 대한 흔한 오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해①]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 많지 않나?

혜택은 있다. 그런데 많지는 않다. 없는 것보다 낫다며 매번 감사해하면서도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확대되는 혜택은 실상 현재 다자녀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입장에서는 타이밍 상 늦은 감이 있다. 현재의 혜택은 아내와 내가 한참 아이를 낳을 때 없었던 것들이고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굵직한 신규 혜택은 출산 시에만 적용된다. 게다가 지자체마다 차별화되어 있기에 동일한 혜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해②] 다자녀 할인 있잖아~

1만6000원 한도의 전기요금 감면이나 최대 9000 가스요금 할인은 네 아이를 기르고 있는 가정에서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아이 수대로 비례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한계가 명확하고 누진세라도 붙으면 할인은 무의미해진다.

간혹 일부 시설에서의 다자녀 무료입장이나 할인이 일반적인 상황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무료인 경우는 적고 할인율도 카드사 할인이 더 높은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획기적으로 50% 할인을 적용한다고 해도 x4를 하면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특히나 요즘은 두 명만 돼도 다자녀에 속하니 아이 수대로 비례 적용되지 않는 한 아이가 많을수록 부담은 여전히 늘어나는 셈이다. 나들이를 계획할 때 매우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오해③] 연말 정산 때 좋겠네~

인적공제 대상이 많으니 좀 낫지 않겠냐는 짐작인데, 역시나 없는 것 보단 낫지만 그것보다 훨씬 큰 지출 덕분에 남들만큼 뱉어낸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돌려받은 적이 없다. 직장인의 세태크라고 해봐야 한계가 명확한데다 생활을 위한 지출이 느는 것만으로는 연말정산에 유리하지도 않다. 아이 양육을 위한 지출의 보전은 교육과 의료 관련 비용뿐이기에 가장 큰 식비 지출은 그저 지출로만 남을 뿐이다.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곤 한다. 애 낳을 때 돈도 주고 할인도 많이 해주지 않냐고. 다시 말하지만 없는 것보단 낫긴 하다. 그런데 그런 혜택이 결코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진 않는다. 게다가 아이가 둘을 초과하면서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을 접하게 되는데, 이게 또 다자녀 가정의 큰 걸림돌이다.

여행을 가려고 숙소를 찾다보면 기본이 2인, 많아야 4인이다. 가족을 위한 특가라고 나온 숙소지만 우리 가족을 수용할 방은 없다. 그러니까 그림의 떡인 셈이다. 택시를 이용할 때도 보이지 않는 벽을 만난다. 한 차에 탈 수가 없다. 본의 아니게 이산가족이 되어 이용한다. 가족이 한 공간에 머무를 수도 없는데 비용은 두 배나 든다는 사실에 가끔 헛웃음을 흘리고 있다.

자연스러운 애국이 되도록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것으로 애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자꾸만 애국자라는 호칭을 붙여준 핑계로 이야기해 보자면, 누구에게도 나같이 애국하라고 하진 못할 듯하다. 종종 다자녀로 인한 고충을 얘기할 때면 애국하려다가도 그만 둘 판국이다.

출산율이 심각한 문제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한다. 많은 나라가 획기적인 대안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은 소득과 무관하게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고 프랑스는 출산휴가를 6개월로 늘리고 지원금도 높인다고 한다. 우리도 한 발 더 나아갈 때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변화는 자연스러운 선택에 의한 변화다. 어떤 유인책으로 누군가를 '유인'하려면 의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관점에서 계책을 적어보자면, 현재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여유있고 걱정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유인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분기 출산율 사상 처음으로 0.6명대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한 관계자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 연합뉴스


다자녀 가정에 대한 확실한 지원을 바탕으로 그들의 풍요로운 생활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거다. '음, 아이가 넷인데도 다양하고 큰 혜택으로 여유가 있군' 혹은 '아이가 넷인데도 매달 여행하면서 저축도 가능하군' 하고 검증된 사실로 만들어 버리는 거다. 다자녀 가정에 대한 조건 없는 광대역폭 지원. 본보기가 있는데 출산을 주저할 이유가 있을까?

쩝. 행복한 상상이었다. 정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닐 테다. 여건이 되지 않고 결정이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리더가 바뀌더라도 쉽지 않을 문제이지만, 이렇게라도 현실과 이상향을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것은 어릴 때부터 배워온 희망을 놓지 말라는 가르침 때문이다.

출산에 있어서 아직은 기대나 희망보다 각오와 다짐이 필요하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이상 언제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믿는다. 종종 희망이 실망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희망은 어디선가 싹튼다. 비록 나의 세대에서 빛을 발하진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한 결정을 통해 희망 섞인 이상향을 이뤄주길 소망한다. 언젠가 내 아이들이 출산을 조건부 선택이 아닌 행복을 위한 당연한 선택으로 여길 수 있게끔.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