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1 12:02최종 업데이트 24.03.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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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현실성 있고, 제대로 준비된 저출생 정책을 요구하는 유권자의 DM ⓒ 오마이뉴스

 
안녕하세요? 저는 지방에 거주 중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곧 있을 총선을 앞두고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저출생 관련 정책들을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각종 현금성 지원과 육아휴직 제도의 개선이 주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작년에 11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때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한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육아휴직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육아휴직은 휴직과 돌봄에는 최적화되어 있지만, 100만 원 남짓한 육아휴직 수당으로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업무공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육아휴직으로 빠진 자리가 즉각적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면, 다른 팀원들이 한 명의 몫을 나누어 분담해야 합니다. 충원되는 인력이 신입 근무자라면 팀 전체의 업무 능률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복직의 문제도 있습니다. 휴직 이후 복귀 시점에 빈자리가 없다면 복직 시기가 늦춰지거나 전혀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이러한 어려움들을 감내하며 육아휴직을 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육아휴직을 쓴다고 해서 출생률이 높아질까요?

왜 안 낳는가 묻는다면 
 

분기 출산율 사상 처음으로 0.6명대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한 관계자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 연합뉴스

 
출생률은 결혼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많이 해야 하죠. 결혼 생각이 없는 청년들에게 돈을 주면서 "출생률 저하로 인한 국가 소멸 방지에 동참해 주세요"라고 호소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의 의식 변화'를 보면, 2022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36.4%에 불과했습니다. 2012년 56.5%보다 20.1%p 감소한 결과입니다. 이는 정책을 논하기 이전에 출산과 결혼이 외면받는 현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3년 0.72명이라는 합계출산율이 단순히 재정적 결핍으로 인함일까요. 돈이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951점입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자살률이 1위이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또한 1위이죠. 

취업난, 내 집 마련, 독박육아, 기후위기 등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삶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삶조차 버거운 사람이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은 자기 자신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돌봄의 부재는 돈으로 채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맞벌이 가구가 많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맞벌이가구 비율은 46.1%에 육박합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것도 있지만, 높은 주거비용과 자녀교육 등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자녀가 아플 때입니다. 부부 모두가 일터에 있을 때 자녀가 아프다면 부모의 속은 타들어가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탄력적으로 연차를 사용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요. 근처에 양가 부모님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교 후 아이들이 시간을 보낼만한 곳이 마땅히 없는 것도 맞벌이 가정에 부담이 됩니다. 모든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지는 않고, 매일 학교 운동장이나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공원처럼 우리 자녀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과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참관을 위해 2023년 7월 3일 경기도 수원초등학교를 방문, 교실에 붙은 식단표를 살펴보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자녀들의 돌봄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이번에 야심 차게 준비를 했더라고요. 기존의 돌봄 교실과 방과후학교 제도를 통합한 '늘봄학교'가 지난 3월 4일부터 전국 17개 시, 도, 2741개 초등학교에서 시행되었습니다. 오후 1시면 수업이 끝나는 학생들이 오후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그 시간 동안 부부가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늘봄학교를 담당하는 인력은 기본적으로 교원이 우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의 인권과 삶이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늘봄학교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을 교원들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들 또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부모일지도 모릅니다.

정부의 말만 믿고 있다가 당장 자녀 돌봄에 공백이 생긴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는 기사들을 봅니다. 인력도, 예산도, 시간도 모두 부족하기에 늘봄학교가 아무런 문제 없이 시행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부족한 교원을 메꾸기 위해 급한 대로 '아무 인력'이나 투입되지는 않을지, 교원들에게 강압적인 요구는 없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급한 불만 우선 끄고 보자는 주먹구구식의 대처를 보면서 어떤 부모가 마음 놓고 자녀를 맡길 수 있을까요?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지금보다 나아지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그런 삶이 행복할까요? 늘봄학교 운영이 잘된다는 것은 부모와 아이들이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더 늘어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기기보다는, 정시 퇴근이 보장되어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삶이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닐까요?

저출생 극복을 위한 국가적인 관심과 해결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이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정책만으로는 앞으로도 변화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정책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반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양식도 바뀌는데, 정작 정책은 그대로라면 앞으로도 미래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결혼과 출산이 천대받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삶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새로운 생명을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게 펼쳐질 이들에게 더 많은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직 이들의 손에 달려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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