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9 15:32최종 업데이트 24.03.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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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이주다문화 전문기자가 보내는 유권자의 DM. ⓒ 박종현

 
필자는 이주다문화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그럼에도 이주민 당사자는 아니다. 이번 총선에 나선 후보들에게 제안을 함에 있어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다문화가족이나 이주민 가운데 국적을 취득한 사람의 비중이 절반에 훨씬 미치지 못 하므로, 이들을 대신해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투표권이 없어서 국회의원 후보들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계층, 이주민.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홀대'하고, 또 정책적으로 '무시'해도 상관 없는 걸까?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답해야 한다.

그들의 한국 이주, 누가 원했나?

외국인노동자에게 편견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누가 한국에 오라고 했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

그러나 이 말은 명백히 틀렸다. 한국 정부는 노동력 부족, 배우자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야 한다고 '정책적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외국인 고용허가제(EPS)가 생긴 것이고, 결혼이민비자(F-6)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 정부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를 들이게 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freepik

 
문제는 노동력이 부족해서 노동력을 들여왔는데 '사람'이 왔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이다. 노동력만 수입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한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우리는 외국인노동자만 해마다 10만 명 이상 받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188만 명의 외국인이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이다(2023년 말 기준, 단기 체류 제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놀라운 사실은 그중 40만 명이 미등록(불법) 체류자라는 점이다. 왜 그런가? 그들은 왜 우리가 만든 제도 밖에서 머물고 있나?

법무부는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3만 8000여 명의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해서 출국시켰다. 법무부는 이러한 성과를 매우 자랑스럽게 홍보한다.

그런데 2022년 말에 41만 명이었던 불법체류자가 2023년 말에 42만 명이 됐다.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3만 8000명을 쫓아냈는데 다시 4만 8000명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현실. 해마다 법무부와 외국인노동자는 사투를 벌이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쯤 되면 법무부는 자기가 하는 일을 스스로 의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무부의 정책 의도가 실은 불법체류자 확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비자코드에 얽매인 이주민의 삶
 

'대한민국 비자포털'에 기재된 입국목적별 비자 종류 일람표. ⓒ 대한민국 비자포털 갈무리

 
외국인 체류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한 연구원과 학자들은 근본적으로 한국의 비자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할 때 받는 비자코드에 그들의 삶을 한정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은 E-9 비자를 받는데 한국에서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직장을 함부로 바꿔서도 안 되고, 결혼을 해서도 안되며, 아이를 낳아서도 안 된다. 밤에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안 된다. 한국에서는 오로지 '일'만 해야 하며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면 떠나야 한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E-9 근로자가 직장을 바꾸는 것은 '사장님의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하므로' 안 된다. 결혼은 할 수 있겠지만 그 배우자에게 비자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입국할 수 없다. 자녀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미 한국에 온 E-9 비자 소지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 엄마는 직장에서 출산에 따른 혜택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낳은 아이에게도 비자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엄마가 아이를 안고 모국으로 출국하거나 불법체류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은 생애주기에 따라 학업·결혼·출산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러나 한국에 일하러 온 기간에는 설사 그 기간이 10년을 넘더라도 오로지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의 비자 정책이다.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결혼이민비자(F-6)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결혼이민을 한 지 20년 정도가 지나면, 모국의 부모가 늙고 병드는 사례가 많이 생긴다. 하지만 부모를 한국에 초청해 모실 수는 없다.

법무부가 3개월 단기비자 외에는 절대 허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국에 홀로된 부모님을 모시지 못 하는 결혼이민자의 눈에선 피눈물이 나지만 예외란 없다.

다행히 한국 정부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해 E-9 노동자가 대학에 다니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만 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는 E-9 노동자가 회사의 잘못으로 비자 연장을 하지 못 하는 경우를 2025년까지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우리 곁 누군가의 간절함에 대해... 정치가 답해야
 

계절근로자가 일하는 모습. 이 사진은 기사 속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장수군

 
문제는 간절함이다.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노동자의 간절함, 한국에 결혼이주한 다문화가족의 간절함,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의 간절함에 대해 한국의 정치는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배려하고 있나.

외국인노동자의 간절함은 더 나은 일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은 요즘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모국가족이 한국에서 단기간이라도 일할 수 있도록 계절근로자로 초청하는 것이 가장 간절하다. 유학생은 졸업 후 한국에서 일자리를 얻고 더 나은 비자를 얻어 생활하는 것을 바란다.

그런데 이 모든 간절함이 한국 정부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저출생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도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이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쫓아내기 위해, 외국인들은 남아있기 위해 여전히 사투를 벌인다.

한국 정부는 생애주기별 변화에 따라 이주민이 삶에 변화를 가질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주면 된다. 정책 목표 달성에만 골몰하지 말고 이주민의 절실함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입법 등 이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 정비 등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럼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먹고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다른 나라 사람까지 챙기나?'라고. 일견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필요해서 들여온 것이 단순히 노동력이나 물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곁 누군가가 불행한데 우리만 행복하게 살 수 없다. 

이제야말로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실현할 때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은 널리 한국인만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이주민들의 간절함에 귀 기울이고 응답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새롭게 꾸려질 22대 국회에 이런 인식을 가진 정치인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파파야스토리)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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