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8 13:32최종 업데이트 24.03.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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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5개월여의 끈질긴 추적. 검찰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벌여온 하승수 변호사의 '추적기'를 가감없이 전합니다.[편집자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자료사진) ⓒ 연합뉴스


지난 3월 12일 필자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검찰로부터 정보공개자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벌써 몇 번째 방문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이후, 검찰측은 복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자료를 나눠서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 서울중앙지검 특정업무경비의 경우 이제야 2017년 12월까지의 자료를 받았다.

필자가 자료를 받게 되어 있는 기간의 시작점이 2017년 1월이니, 12개월치 자료를 공개받는 데 작년 4월 대법원 판결 확정후 11개월이 걸린 셈이다. 이런 속도라면, 도대체 언제쯤 2018년, 2019년 자료를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보공개 지연과 은폐

이것은 복사를 맡고 있는 실무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평소 하던 업무를 하면서 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얘기였다. 조직에서 사람을 더 배치해주지 않으면, 실무자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결국 검찰지도부가 신속한 정보공개를 할 의지가 없어서 발생하는 '자료공개 지연'이다.

자료공개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검증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필자가 정보공개소송을 한 예산항목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세가지 항목인데, 그 중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는 어느 정도 검증을 했지만, 특정업무경비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청에서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유용한 문제'가 드러났지만, 특정업무경비 전반에 대해서는 자료공개 지연으로 인해 검증이 어려운 상황이다(관련기사 : 한동훈이 비호한 영수증 '휘발'·결제시간 '은폐'...이것 때문이었나 https://omn.kr/27bjq).
 

검찰이 시민단체에 제출한 특활비 지출 증빙 자료. 윤석열(대통령) 당시 검찰총장 서명이 눈길을 끈다.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그러나 검찰 몫 특정업무경비는 1년 예산이 466억 1400만 원(2023년 기준)에 달한다. 특수활동비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일부 정액으로 지급되는 것 이외에는 카드사용이 원칙인 예산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예산에 대한 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정보공개를 지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일부 자료를 숨기고 있다가 숨긴 사실이 드러나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대검찰청 각 부서에서 사용한 특수활동비 자료의 경우, 공개를 거부해서 현재 간접강제 신청과 행정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사실 지난해 6월 대검찰청에서 자료를 처음 공개받을 때만 하더라도, 대검찰청 각 부서별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현금수령증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대검찰청에서 자료를 공개할 때, 운영지원과와 검찰총장 비서실이 관리하던 자료만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다 지난해 8월쯤 <뉴스타파>가 검찰 내부 문건을 입수했는데, 그 문건을 보니 대검찰청 각 부서별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었다. 가령 대검찰청에 반부패부, 공공수사부같은 부서가 있으면, 그 부서별로도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대검찰청은 정보공개를 하면서, 이 자료의 존재 자체를 은폐했던 것이다.

필자는 대검찰청 각 부서의 특수활동비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청구에 나섰지만, 대검찰청은 '비공개'를 했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해 10월에 대검찰청을 상대로 다시 간접강제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간접강제 신청은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기간(2017년 1월~2019년 9월)의 자료를 공개거부하는 건 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기간(2019년 10월 이후)에 대해서는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법원에서 정보공개 판결을 내리더라도, 공개청구를 한 기간이 다른 경우에 또다시 비공개를 하면 소 제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검찰을 제외한 다른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한번 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서 또 비공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검찰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비공개를 하고 있다. 스스로를 법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이런 행태를 보일 수 없다.

특검 도입이 필요한 이유 
 

창밖 보며 대화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수고스럽더라도 소송은 필자가 하면 된다. 그리고 소송의 결과로 언젠가는 자료가 또 공개될 것이다.

그러나 검찰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등에 대해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는 단지 자료공개와 비판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범죄혐의가 이미 숱하게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료 불법폐기, 업무상 횡령(배임), 특가법(특정범죄 가종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죄 등으로 볼 수 있는 범죄혐의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특별검사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서 야당들이 특별검사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과 독립언론들의 노력으로 이 정도 혐의들이 드러났으면, 당연히 야당들이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에 사용한 특수활동비에서도 명절 떡값, 70억원 규모의 현금저수지 조성, 격려금 명목의 지급 등의 문제들이 드러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에서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던 검찰총장 비서실 직원들이 고스란히 용산 대통령실로 옮겨간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야당들에게 묻는다. 검찰 특수활동비 특별검사 도입에 대한 당론이 무엇인가? 말로만 검찰개혁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검찰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특수활동비 등 예산 오·남용 문제부터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자료불법폐기같은 명백한 불법이 드러났는데도, 특별검사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진정성있는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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