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진 쓴 민주당 후보는 98명..
'입틀막' 사진은 36명

[총선 팩트체크 3편] 민주당 245명 선거 공보 전수 조사... 지난 총선 황교안 사진은 '32명'

선거 공보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약력과 재산 상황, 공약 등 필수 정보가 담겼을 뿐 아니라 선거 전략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한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하는데요. 여당인 국민의힘에 이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선거 공보를 살펴봤습니다.[편집자말]

제22대 총선에서 245개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98명이 이재명 대표 사진을 선거 공보에 사용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2대 총선 선거 공보가 공개된 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사라졌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 전수 조사 결과 지난 21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쓴 여당 민주당 후보가 157명이었던 반면, 이번 총선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쓴 여당 국민의힘 후보는 77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그럼 이재명 대표 사진도 지난 총선 제1야당 대표보다 줄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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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사진 쓴 민주당 후보 40%, 지난 총선 황교안 대표는 13%
이번 총선 254개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선거 공보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재명 대표 사진을 쓴 후보는 모두 98명(40.2%)이었습니다. 국민의힘 후보 254명 가운데 77명(30.4%)이 쓴 윤석열 대통령 사진보다는 많지만, 173명(68.4%)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선거공보 기준. 인천 계양을 이재명 후보 선거공보는 분석에서 제외).

지난 2020년 4월 총선 때는 어땠을까요? 당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 선거 공보를 전수 조사했더니, 황교안 대표 사진을 쓴 후보는 전체 236명 가운데 32명(13.6%)에 그쳤습니다.

물론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후보였고 지금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여서 인지도나 영향력 면에서 당시 황교안 대표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제1야당 후보 선거공보에 들어간 당대표 사진을 비교하면, 이 대표가 황 대표보다 3배 이상 많은 건 사실입니다.


21대 총선과 22대 총선 선거 공보에 들어간 제1야당 대표 사진 비율 비교. 22대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 사진을 사용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8명(40.2%)이었고, 21대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 사진을 사용한 미래통합당 후보는 32명(13.6%)이었다(자료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2대 총선 홈페이지와 중앙선관위 도서관 역대 선거 '후보자 선전물' 자료). ⓒ 김시연

서울-대전보다 강원-경북 후보들이 이재명 사진 더 많이 써
선거 공보에 이재명 대표 사진을 사용한 후보 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수도권에서도 이 대표가 도지사를 지낸 경기도(31명, 51.7%)와, 이 대표가 출마한 계양을이 속한 인천(8명, 61.5%)은 사진 사용 비율이 절반이 넘었지만, 서울은 29.2%(14명)에 그쳤습니다.

이 대표 사진은 전남(8명, 80%), 광주(6명, 75%), 전북(7명, 70%) 등 호남권에서 사용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이 대표가 태어난 안동이 속한 경북(5명, 45.5%)과 강원(5명, 62.5%), 충북(5명, 62.5%) 등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높은 지역에서도 많이 활용했습니다.

반면, 대구와 제주, 세종은 이 대표 사진을 사용한 후보가 단 1명도 없었습니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각각 최택용 후보(부산 기장군)와 우서영 후보(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1명씩(각각 5.9%, 6.3%)에 그쳤습니다. 대전과 충남도 각각 2명(28.6%)과 3명(27.3%)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고, 울산(2명, 40%)은 평균 수준이었습니다.



2024년 국회의원 총선 254개 선거구 총선 카토그램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진을 공보에 쓴 후보는 98명입니다. 윤석열 대통령(77명)보다는 많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173명)보다는 적게 사용된 셈입니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사진을 공보에 사용한 후보는 32명 뿐이었습니다.



지난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후보 236명 가운데 13.6%인 32명이 황교안 대표 사진을 사용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총선 당시 황교안 대표 사진을 쓴 미래통합당 후보는 지역별로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서울에서는 은평을에 출마했던 홍인정 후보 1명(2.1%)뿐이었고, 인천과 광주, 세종, 충북, 전남에서는 단 1명도 없었습니다.

미래통합당 당선자가 많았던 부산과 대구도 각각 2명(11.1%, 16.7%)에 불과했고, 경남도 3명(18.8%)에 그쳤습니다. 경기도 숫자는 11명(18.6%)으로 가장 많았지만, 1/5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경북에서는 13명 가운데 5명(38.5%), 전북에서는 4명 가운데 2명(50.0%)이 황 대표 사진을 실었습니다.

민주당 36명은 '입틀막' 사진... 부산경남은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 많아


제22대 총선 선거 공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올린 국민의힘 후보(오른쪽)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편, 민주당 후보들은 이재명 대표뿐 아니라 문재인, 노무현,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 사진도 선거 공보에 많이 활용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 사진 비율이 낮았던 부산이나 경남 지역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이 많았습니다.

반면,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도중 치른 탓에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전직 대통령 사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후보들은 이른바 '입틀막' 사진도 많이 활용했습니다. 지난 1월 강성희 진보당 의원에 이어 지난 2월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대통령실 경호원이 윤 대통령 연설 도중 항의하는 졸업생 입을 틀어막고 끌어내 큰 논란이 됐는데요.

선거 공보에 '입틀막' 사진을 사용한 민주당 후보는 36명(14.7%)에 달했습니다. 민주당 후보들은 이밖에 '875원 대파'를 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 부부 사진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선거공보에서는 외국 순방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김건희 여사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들도 '조국 사태'를 부각하려고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사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대통령보다 '지역색' 약한 당대표 사진,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은?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주로 수도권과 충청, 호남 지역에서,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진은 주로 영남과 강원 지역에서 많이 등장했습니다. 후보마다 현직 대통령 사진이 선거 공보에 들어갔을 때 득표율에 미칠 영향을 따져 나름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반면, 한동훈 위원장이나 이재명 대표 등 당 대표 사진은 대통령 만큼 '서고동저'나 '동고서저' 현상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에 비해 당대표의 득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기도 하고, 영입 인사나 정치 신인의 경우 당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이나 지역 연고 등 다양한 요소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걸로 추정됩니다.

선거 공보를 통한 후보들의 '전략적 선택'이 선거 결과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총선이 끝난 뒤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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