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17 14:05최종 업데이트 24.04.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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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가 재정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1년차 재정 운용 성적표가 발표되었다. 지난 11일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가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것이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많은 언론에 보도되었던 것처럼 이번 국가결산보고서는 발표부터 문제가 있었다.

국가재정법에 의하면 국가결산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4월 10일까지 감사원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 감사원은 이를 검사해 그 보고서를 5월 20일까지 기재부에 송부해야 하며 정부는 감사원 검사를 거친 국가결산보고서를 5월 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행정에서 법적 일정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까지 국가결산이 4월 10일을 넘은 적은 없다. 가장 늦은 2011년 결산안이 2012년 4월 10일 화요일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법정기일 전에 제출했다. 심지어 2009년과 2017년 결산안은 3월에 제출되었다.

이번에도 3월에 준비되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법적인 유권해석까지 받은 후에 4월 10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4월 11일에 통과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항상 화요일에 있던 국무회의마저 목요일에 열어 통과시킨 것이다.

총선 때문이라고 추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결산은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추경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온전하지 않은 절반의 윤석열 정부 예산이라면 2023년 결산은 편성부터 결산까지 온전히 윤석열 정부의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성적표는 총선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숨기고 싶었을까
 

2023회계연도 국가채무 결산 결과 ⓒ 기획재정부


위법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결산보고를 늦춘 이유가 있다. 첫째, 국가채무 때문이다. 국가부채가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나라 빚은 1126조 7000억 원으로 GDP의 50.4%에 해당하며 전년 대비 1.0% 늘어 59조 4000억 원 증가했다. 2021년 970조 원이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67조 원이 되었고 2023년 1126조 원에 이른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로서는 취임 첫해 2022년 결산에서 국가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섰고 온전히 책임 있는 2023년 결산 성적표는 1100조 원을 넘어선 데다 GDP 대비 비율도 50%를 넘어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둘째, 재정건전성에 실패한 결과 때문이다. 재정수지 적자 기준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빚이 늘어난 이유는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재정수지라고 한다. 정부는 통합재정수지가 36.8조 원 적자(GDP 대비 1.6%)이고 사회보험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87조 원(GDP 대비 3.9%) 적자라고 밝히고 있다. 일단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삼는 GDP 대비 3% 적자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야말로 들어온 돈과 나간 돈만 계산한 것이다. 지난해 예산안 대비 총수입이 51조 8000억 원 줄었다. 따라서 적자가 더 크게 늘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적자가 더 늘지도 않고 지출 규모를 줄인 것도 아니며 국가채무가 예산보다 더 늘어난 것도 아니라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셋째, 적자를 줄인 꼼수가 있다. 바로 여윳돈을 가져온 것이다.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우리는 외국환평형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내 외환을 사서 보유하고 팔고 하는 기금이다. 예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 기금의 여유 재원을 가져다 쓴 것이다. 예산 외의 여유 재원을 가져다 썼으니 적자가 적게 보이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불용(예산을 편성하고도 실제로는 쓰지 못하는 돈)을 활용했다. 45조 7000억 원에 이르는 불용이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을 불용 처리한 것으로 이만큼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줄어든다. 특히 이중에 18조 6000억 원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주지 않는 것으로 처리한 것이다. 한마디로 부담은 전가하고 적자는 적게 보이는 통계적 착시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재정 적자는 총수입 결손분을 더한 110조 원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아래의 표를 보면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재정적자가 3%를 넘는 시기는 없다. 2022년에 적자가 많은데 이는 윤석열 정부가 취임하고 나서 53조 원이나 되는 초과 세수를 이유로 중소상공인 지원금 등 대규모 재정지출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몇달 전인 대선 직전에 재난지원금은 세수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국채를 발행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난 4월에 엄청난 규모의 세수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기재부가 모르고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다.
 

14년~23년 총수입, 총지출 및 재정수지 변화 ⓒ 나라살림연구소

 
국정기조를 바꾸어야

윤석열 정부의 성적표가 나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국정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들어오는 돈을 늘리거나 쓰는 돈을 줄여야 한다. 둘 다 하면 좋겠지만 어려운 이야기이다.

들어오는 돈을 늘리기는커녕 감세로 줄여왔다. 세법을 고치는 더 큰 감세는 국회가 막아왔고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앞으로도 막을 것이다. 하지만 시행령으로 하는 감세가 5년간 80조 원이 넘는다.

지출을 줄일 수도 없다. 올해 예산에서 연구·개발(R&D) 예산 5.2조 원을 줄였다가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지방에 떠넘기는 것도 이제 더는 어렵다. 지방에서도 재정 부족으로 똑같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은 2.8% 증가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이다. 작년에는 세수가 54조 원 줄어 638조 원 예산의 9% 가까운 액수다. 올해 예산에서는 세수가 2.2% 줄어드는 것으로 잡고 있다. 그렇다면 7%에 해당하는 세입 증가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상황으로는 그리고 감세로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국채를 늘려야 한다. 재정건전성이라는 이념에 의한 재정정책은 이를 어렵게 한다. 따라서 갖가지 꼼수가 등장한다. 작년에 이은 여윳돈 빼 쓰기도 예상되지만 당장은 일시적인 재정증권발행이나 한국은행에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일시 차입을 하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분기에 한은에서 33조 원가량을 빌려 썼다고 한다. 통계가 존재하는 2011년 이후 최대로 이자만 638억 원이다.

기재부의 4월 재정 동향을 보면 집행률은 매우 높였다. 작년 2월까지 지출이 114조 원인데 올해 2월까지는 지출이 127조 원이다. 11.4% 넘는 지출 증가다. 올해 3월까지 재정집행을 늘리라는 강력한 지시가 공공부분에 내려왔다고 한다. 보통 재정조기집행을 독려하는 일은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 경과가 높은 집행률로 이어지고 있다. 

국정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념적인 재정건전성을 말하고 현실적으로는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고 재정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정의 목적은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쓰여야 한다. 멋진 말이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시민이 있는 곳에 재정지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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