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은 나와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독립적이고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언제나 안전거리를 두려고 한다. 반면 '집착형 애착'을 지닌 사람들은 언제나 사랑을 확인해야지만 마음이 편하다. 집착형과 회피형의 서로 상반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부부가 되니까, 한쪽은 계속 쫓아가고 한쪽은 도망가는 '톰과 제리'같은 관계가 되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한 남편, 함께 있어도 외롭다며 항상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아내, 24시간을 항상 함께하고 있지만, 서로 전혀 다른 성향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는 트로트 '셀러브리티' 부부의 사연이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9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74회에서는 '노래는 함께 하지만 사랑은 늘 어긋나, 불협화음 부부' 편이 그려졌다.
 
결혼 25년 차 이영재-만송이 부부는 트로트 가수 겸 행사 MC로 함께 활동하고 있었다. 아내는 원래는 초등학교 미술 교사였지만, 남편을 만나면서 무대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만송이라는 예명까지 지으며 가수로 전업하여 숨겨놓은 끼를 마음껏 발산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부부는 무대 위에서의 환상적인 호흡과는 달리, 단 둘만 있을 때는 잦은 싸움으로 갈등을 빚으며 이혼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사연을 신청한 남편은 "부부는 같은 직업을 가지면 안 된다. 의견, 생각, 행동, 모든게 다 충돌한다"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함께 일을 시작한 것을 몹시 후회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내는 "무대 위에서의 남편은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남편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지친다. 저녁에 밥을 먹자고 전화하면 연락도 안 받고 나타나지도 않는다. 남편에게 바라는 건 가족처럼 같이 살아봤으면 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낮에는 지역 행사에 출연하고 저녁에는 인터넷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등, 24시간 하루종일 함께 붙어다니며 바쁜 일과를 보냈다. 아내가 행사의 메인 MC이자 가수로 활동하는 동안, 남편은 사전-보조 MC, 음향-기계체크, 영상감독 등 여러 가지 궃은 일을 도맡으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에너지 넘치는 아내는 "무대만 올라가면 너무 행복하다. 무대가 내 만병통치약"이라며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무대에 서는 것을 극구 싫어했던 아내에게 동업을 제안하며 설득한 것이 바로 남편이었다고. 하지만 정작 현재의 남편은 "내 무덤을 내가 팠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남편은 "아내는 즐거워서 난리지만 나는 머슴이 되어버렸다. 처지가 서로 뒤바뀌어버린 것"이라며 어느새 아내를 보조해주는 역할로 주객이 전도된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며 씁쓸해했다. 스케줄을 즐기는 아내와 달리, 사실상 하루종일 매니저에 가까운 궃은 일을 전담해야 했던 남편은 녹초가 되어버렸다.
 
부부는 급기야 바쁜 스케줄로 인해 서로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남편은 "내가 당신의 들러리나 보조가 아니지 않나. (아내의 뒷바라지를) 다 해주는 게 너무 힘들다"며 쌓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내도 "나도 힘들지만 참고 있는데, 스케줄이 끝나면 시작되는 남편의 잔소리 때문에 더 지친다"고 항변했다.
 
예전에는 혼자 가수로서 활발하게 무대를 누볐던 남편은, 아내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터인가 필요할 때 아내를 받쳐주는 감초 역할로 전락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호소했다. 일로 쌓인 남편의 스트레스는 자연히 아내를 향한 짜증과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었다.

오은영은 "남편은 아내의 방송은 아내가 주체가 되어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싫다고 하지는 못한다. 마음이 여려서 막상 안 해주면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남편도 동의하며 "저도 개인 취미, 운동, 정리, 휴식 등의 시간이 필요한데, 아내를 돕다보니 제 시간이 없더라. 조금만 본인이 노력하면 되는데, 나만의 공간이 없다"며 아내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다음날, 휴일을 맞이하여 부부는 함께 외출했다. 그런데 아내는 무리한 스케줄의 후유증으로 몸에 무리가 왔는지 두통과 구토 증세까지 보이며 힘들어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내의 상태에 시종일관 무관심했다. 오히려 남편의 조기축구 일정까지 굳이 따라나선 아내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퉁명스러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아내는 남편이 축구를 하는 동안 기다리며 먼 발치에서 지켜만 봐야했다. 아내는 "남편이 있는데 마음이 외롭다. 가슴도 답답하고 제 마음에 안타까움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하루종일 남편과 함께 있어도 정작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나 홀로 견디는 시간이 익숙해져버렸다는 외로움이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취미생활을 즐길 개인 시간이 없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조기 축구 회원들이 식사를 제안했으나 남편은 아내가 기다리고 있어서 마지못해 거절하고 일찍 빠져나와야했다.
 
남편은 "당신 때문에 하루의 내 행동반경이 정해져버린다. 만일 아내를 안 데리고 혼자 나오면 수시로 전화를 해서 어디 있는지 확인을 한다. 내 공간 내 영역을 아내가 다 차지해서 움직이는 동선까지 다 오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쏘아붙였다. 남편과 모처럼 휴일에 데이트를 기대하고 나왔던 아내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또한 남편은 "아내가 나를 간섭하고 억압한다는 느낌이 든다. 내게도 나만의 취미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내에게는 내 공간도 자기 것이고, 자기 공간도 자기 것이다. 내가 숨쉴 공간이 없다"라며 답답해했다. 결국 아내와 365일 함께 붙어있는 내내 자신은 일만 하는 기분이 든다는 게 남편의 생각이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의부증으로 몰아간다"고 항변했다. 아내는 남편이 가끔씩 말도 없이 외출하고 연락이 두절되거나, 수상한 행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이를 지적하기라도 하면 남편은 "나를 왜 의심하냐", "왜 너는 나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데"라고 오히려 화를 냈다고.
 
아내는 "남편의 무시하는 듯한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남편은 " 본인의 생각대로 나를 나쁜 사람을 만들지 말라"고 반박하며 언성을 높였다. 지켜보던 패널들은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인정을 안 한다. 입장과 기억이 서로 너무 많이 다르다"며 안타까워 했다.
 
부부의 말다툼은 식당에 도착해서도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화가 난 남편은 식당에 아내를 혼자 두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했다. 잠시 후 부부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분위기를 풀려는 아내의 대화 시도에도 남편은 끝내 아무 대답 없이 묵묵히 식사만 하면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오은영은 남편이 아내의 평범한 안부 전화에도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분석하며 "남편은 아내의 전화가 자꾸 '나한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내는 혼밥을 싫어한다고 밝혔고, 이를 알고 있는 남편은 일주일 만에 개인 시간을 가지기 위해 외출했는데도 아내가 자꾸 전화를 걸어 캐묻는 것은, 결국 혼자 밥먹기 싫어서 자신을 부른다고 느끼기 때문이었다. 오은영은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의 전화가 내 안부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아내의 요구를 위한 전화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언짢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머쓱해진 아내는 "남편은 무언가 부탁과 요구를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 너무 잘해준다"라고 변명했지만, 남편은 헛웃음을 지으며 "그건 본인 생각"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책임감이 강하니까 아내의 요구를 결국 들어는 주지만, 반복되다보면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당연히 해야되는 요구에도 폭발하기 쉽다. 마치 물이 이미 가득 차 있는 잔에 한 방울만 떨어져도 잔이 넘치게 되는 것 같은 게 남편의 현재 심리 상태"라고 진단했다.
 
알고 보니 어릴 때 시골에서 지내다가 서울살이를 시작한 남편은, 누구의 도움이나 지원없이 홀로 자수성가 하는 동안 많은 마음의 상처를 겪어야 했다고. 심리검사에서 남편은 친밀한 관계보다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중시하고, 내면의 감정을 다른 이와 나누려고 하지 않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 타인에게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관대하지 못하며, 비협조적인 면이 강하여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반면 아내는 남편을 정신적으로 매우 의지하고 잠시라도 남편이 곁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남편과는 정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이고 애정욕구가 강한 성향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아내는 남편에게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지만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애정결핍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애착이라는 관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남편은 독립적이고 타인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회피형 불안정 애착'으로, 아내는 애착 대상자가 항상 자기 곁에 있어야 불안하지 않은 '집착형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두 사람의 관계를 서로 쫓고 쫓기는 '톰과 제리'에 비유하여 서로 상반된 애착유형으로 오해와 감정이 쌓이게 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가장 바라는 것에 대해 "자상한 남편, 같이 걱정해주는 남편, 저녁에 같이 밥이라도 먹을까라고 말해주는 남편이었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을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쏟아냈다. 오랫동안 품어온 아내의 진심은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하는 소박한 행복이었다.
 
부부를 위한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남편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낯도 가리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남편은 본인에게 주어진 일은 숙제처럼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남편에게는 아내가 밥 먹으러 가자는 것도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럴 때는 '내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라고 솔직히 표현하고 양해를 구해야한다"라고 제안했다.

아내에 대해서는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아내는 사랑, 관심, 배려, 인정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분이다. 그래서 아내의 마음 속에는 불안이 있다. 아내에게 있어서 남편은 그런 불안을 낮춰주는 진정제같은 존재다. 의지하는 남편과 있을 때 아내는 자신감을 얻고 행복해진다"라고 설명했다. 부부는 비로소 서로의 전혀 다른 성향 때문에 힘들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모든 솔루션을 마치고 남편은 한결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런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다. 아내와 제가 이런 성향이 있는지 몰랐다. 우리를 되돌아본 시간이 된 것 같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제야 남편을 이해하게 된 아내도 "늘 내일이 되면 이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남편이 '회피형'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 세 글자를 사랑으로 이해하고 다시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서로를 마주보며 그동안 못다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남편은 "좀더 내 마음을 표현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면서 좋은 관계가 유지될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내는 "하도 같이 살기 싫다고 해서 여기 출연신청을 한 것도 의외였다. 고마워, 이렇게 다시 출발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해"라고 진심을 전했다. 부부는 서로의 손을 붙잡고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시작을 기약했다.
결혼지옥 트로트셀럽부부 오은영 부부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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