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으로 시작되는 노래 '어머니의 마음'과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로 시작되는 '어머님 은혜'는 어버이날에 불리는 대표적인 노래다. 물론 소외된(?) 아버지들을 챙겨주기 위해 후렴구 가사의 '어머니(어머님)'를 '어버이'로 개사(?)해 부르기도 하지만 원곡가사에는 '아버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일부 대중가수들은 아버지에 관련된 노래를 발표해 아버지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고 신해철은 N.EX.T 1집에 '아버지와 나'라는 내레이션으로 된 노래를 실은 적 있고 싸이도 2005년에 발표한 < Remake & Mix 18번 >이라는 비정규 앨범에 '아버지'라는 창작곡을 넣은 적이 있다. 2009년에 발표된 인순이의 17집 앨범에 수록된 '아버지' 역시 듣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노래다.

이처럼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사랑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식을 향한 사랑은 아버지 역시 어머니 못지 않다. 특히 1979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에서는 명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잘 보여줬다. 198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무려 주요 4개 부문을 포함해 5개 부문을 수상했던 더스틴 호프먼과 메릴 스트립 주연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였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북미에서만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북미에서만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 세경흥업(주)

 
아버지의 사랑을 주제로 만든 영화들

줄리아 로버츠, 수잔 서랜든 주연의 <스텝맘>과 봉준호 감독의 <마더>, 김윤진 주연의 <하모니>, 200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둠 속의 댄서> 등은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대표적인 영화들이다. 하지만 평소 무뚝뚝하고 표현이 적은 아버지들이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감정이 폭발할 때 감동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부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이유다. 

1997년에 개봉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부성애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영화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끔찍한 전쟁 속에서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도 어린 아들에게 끝까지 전쟁상황을 모르게 하려는 아버지의 노력을 보여준 영화다. 특히 독일군에게 끌려 가면서도 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우스꽝스럽게 걷는 귀도의 마지막 행동은 많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2003년에 개봉해 9억 4100만 달러의 놀라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던 픽사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역시 부성애를 보여준 작품이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니모를 찾아서>는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 말린이 사라진 아들 니모를 찾아 드넓은 바다를 헤매는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모든 연령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유쾌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자식을 잃은 말린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은근히 눈물코드가 적지 않다.

배우 리암 니슨의 대표 시리즈인 <테이큰>은 유럽여행을 갔다가 유괴 당한 딸을 구하기 위한 전직 특수요원 출신 아버지의 사투를 그린 액션스릴러 영화다. <테이큰>은 주인공 브라이언 밀스가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유괴범에게 응징하는 내용이라 '악당이 불쌍한 액션영화'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무뚝뚝해 보이는 밀스는 매년 딸의 생일에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딸의 성장과정을 앨범에 담아 뿌듯하게 지켜보는 다정한 아버지다.

한국영화 중에서 부성애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2013년에 개봉해 1281만 관객을 울렸던 류승룡 주연의 < 7번 방의 선물 >을 들 수 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7살 수준의 지능을 가졌지만 하나 밖에 없는 딸 예승(갈소원 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빠 용구는 아동 성폭행 범죄자로 몰려 사형을 당한다. 영화 후반 류승룡이 사형집행을 앞두고 살려 달라며 오열하는 연기에 눈물을 참을 수 있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지옥의 묵시록> 꺾은 대이변의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198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198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 세경흥업(주)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가 개봉했던 1979년엔 할리우드 최고의 전쟁영화이자 <대부> 1, 2편을 만든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지옥의 묵시록>이 개봉했다. <지옥의 묵시록>은 197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많은 영화팬들은 198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많은 상을 가져갈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선택은 5개 부문을 휩쓴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였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결혼 후 이어진 경력단절과 독박육아에 지쳐 답답함을 느끼던 아내 조안나(메릴 스트립 분)가 집을 나가고 일에만 집중하던 아빠 테드(더스틴 호프먼 분)가 육아를 겸하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다룬 영화다. 육아에 익숙하지 않았던 테드는 토스트를 굽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조차 서툴 정도로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아이에게 집중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회사 일을 소홀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육아에 익숙해지고 아들과 일상의 소소한 추억을 만들어가며 돌싱의 삶에 익숙해질 때 즈음 전처 조안나가 나타나 아들 빌리(저스틴 헨리 분)에 대한 양육권을 주장한다(두 사람의 법정공방이 시작된 후부터 영화 분위기는 법정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결국 테드는 소송에서 패하며 빌리에 대한 양육권을 조안나에게 빼앗기지만 조안나가 아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면서 테드는 계속 아들과 살 수 있게 됐다.

당시 미국 사회의 문제였던 이혼과 양육권 소송 등을 다룬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빠삐용> <레인맨> 등으로 유명한 배우 더스틴 호프먼이 평범한 아버지를 연기했던 영화다. 하지만 더스틴 호프먼은 평생 일에만 매달렸던 아버지가 육아를 전담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혼란과 자식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호프먼은 이 작품으로 커리어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옥의 묵시록>을 연출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을 제치고 아카데미 감독상과 각색상을 수상한 로버트 벤튼 감독은 1967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각본을 쓰며 알려졌고 슈퍼히어로 영화 <슈퍼맨>의 각본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벤튼 감독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이후 감독으로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2007년에 개봉한 모건 프리먼, 그렉 키니어 주연의 <피스트 오브 러브>를 끝으로 영화계를 떠났다.

대배우 메릴 스트립의 첫 아카데미 수상작
 
 대배우 메릴 스트립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통해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배우 메릴 스트립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통해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 세경흥업(주)

 
메릴 스트립은 자타가 공인하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성배우다. 실제로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배우로 스트립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높은 입지를 가지고 있고 많은 여성배우들이 '롤모델'로 삼는 배우이기도 하다. 특히 스트립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21번이나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 2회와 여우조연상 1회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스트립의 첫 아카데미 수상작이다.

스트립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테드의 아내이자 빌리의 엄마 조안나를 연기했다. 아이가 잠든 사이에 무책임하게 집을 나가 버리고 뒤늦게 나타나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요구하는 비정한 엄마다. 특히 법정에서 판사의 모성애를 자극하기 위해 내뱉은 연기에 가까운 증언들은 상당히 뻔뻔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조안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테드에게 빌리가 집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1939년생으로 어느덧 80대 중반이 된 제인 알렉산더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테드와 조안나 부부의 이웃에 사는 마가렛 펠프스 역을 맡았다. 주로 테드가 회사에 있을 때 조안나와 말동무를 했는데 당시 "그렇게 살기 힘들면 헤어져"라고 무심코 했던 말이 법정에서 테드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빌리 역을 맡아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던 저스틴 헨리는 데뷔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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