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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10월 18일 오후 1시 53분]

한 명은 가까이 다가가 밧줄에 목을 매는 모습을 재현했고, 한 명은 그저 멀리서 지켜만 봤다. 두 달을 사이에 두고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두 장면이 묘하게 겹쳐진다. 여당과 제1야당 대표인 김무성과 문재인에 대한 이야기다.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방문한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8월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서대무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사형장을 둘러보던 중 교수대를 직접 만져보고 있다. 김 대표는 "얼마나 많은 독립투사들이 이곳에서 희생됐을까"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표, 인혁당 희생자 죽임당한 현장 방문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활동에 나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5일 오후 유신독재 시절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이 죽임을 당한 서대문형무소 사형장을 찾았다. ⓒ 공동취재사진
[10월 15일 서대문형무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난 15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 사건을 비롯해 유신 시절 독재정권에 의해 희생된 인사들의 유가족과 만났다. 문 대표는 전날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집회에 참석했고,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유가족들과 마주한 문 대표는 "1975년 인혁당 사건이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한 계기가 됐다"라며 "4월 8일에 (사형 선고 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이 됐다, 4월 10일에 시위에 나섰다가 구속됐고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유가족들과 함께 실제 사형이 집행됐던 사형장으로 향했다.

사형장 내부로 들어서기 전, 문 대표는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당한 하재완 선생의 부인 이영교씨에게 "(남편께서 사형을 당한 곳인데) 보실 수 있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결국, 문 대표는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교수대에는 의자가 놓여있었고 그 위로 목에 걸었던 밧줄이 매달려 있었다. 문 대표는 멀찌감치 떨어져 선 채로 설명을 들었다. 밖으로 나와 기자들 앞에선 문 대표는 두 눈이 충혈돼 있었다.

"이곳은 일제에 맞섰던 항일 투사들 그리고 독재에 맞섰던 민주화 운동의 투사들이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처형당했던 곳입니다. 독립열사들과 민주열사들의 한이 맺히고 동시에 그 얼과 정신이 담겨있는 곳입니다. 아직도 친일 역사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고, 민주화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의 진상도 아직 다 규명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역사 국정교과서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고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독립열사들과 또 민주열사들이 친일과 독재에 맞서서 승리했던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후손들에게 똑바로 가르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합니다. 국민께서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8월 14일 서대문형무소] 밧줄을 붙잡고 목에

꼭 두 달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같은 장소를 방문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4일, 김 대표는 이날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해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을 잇달아 방문했다. 더불어 서울 종로구에 이화장도 찾았다. 이화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다.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사적지를 돌아봄과 동시에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것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힘을 실으려는 모습으로 해석됐다.

김 대표는 문 대표와 마찬가지로 서대문형무소 내 사형장을 방문했다. 내부로 들어선 김 대표는 교수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천장에 매달린 밧줄을 붙잡고 위아래로 만지며 자신에 목에 걸어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수 명의 사진기자들이 경쟁적으로 플래시를 터트렸고, 김 대표는 살짝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밧줄을 내려놓고 "얼마나 많은 독립투사가 이곳에서 희생됐을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방명록에 "광복 70년을 맞아 내 목숨보다 내 나라 사랑에 더 큰 가치를 두셨던 순국선열들에 존경을 드립니다"라고 남겼다.

이에 앞서 이화장을 찾은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순국선열들, 나라를 찾기 위해서 그 어려운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던 우리 선열들에 대한 족적과 기억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왔다"라며 "김구 선생은 망명정부에서 큰 역할을 했고 우리나라를 이렇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민주 국가로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 사저인 이화장에 와 감개무량하다"라고 말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은 이유를 묻는 말에는 "역사는 공과가 있는데 그동안 과를 너무 크게 생각했다. 이제는 공만 봐야 한다"면서 "과보다 공이 크면은 공을 포함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봐야만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분(김구와 이승만) 다 우리 민족의 영웅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오늘이 있기까지 두 분이 그 뿌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두 분을 존경하는 뜻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장소를 방문한 두 대표의 모습은 달랐다. 물론 시기도 다르고 그 취지도 다르다. 한 사람은 "이제는 공만 봐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을 봐야만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말했고, 다른 한 사람은 "독립열사들과 또 민주열사들이 친일과 독재에 맞서서 승리했던 역사를 똑바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분명한 건 두 대표가 보여준 지금의 모습과 말도 언젠가 역사로 남는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행보에 위험함을 느끼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8월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애국단체총협의회,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건국 67주년기념 국민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대표의 행보와 발언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위험함이다. 정말로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만 보면 국민통합이 이뤄질까? 과연 이승만 정권의 과를 이야기하지 않고 헌법에 명시된 4·19혁명의 정신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일까?

김 대표의 말이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과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과를 이야기하는 건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IMF 사태를 가져온 김영삼 정부에 대한 비판도 멈춰야 한다. 전두환 정권을 말할 때는 5.18을 지우고 프로야구 개막과 올림픽 개최만 남겨놓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박정희 정권에서도 독재를 지우고 경제발전만 남겨 놓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김 대표의 말은 일본강점기에도 적용돼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일부의 학자와 수구세력은 일본강점기에 우리가 근대화를 이뤘고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말한다. 국민통합을 위해서 그 시대에도 긍정적인 부분만 봐야 하는 걸까?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교수대에 밧줄을 자신에 목에 거는 시늉을 한 것은 그 시대의 긍정적인 부분이었을까? 김 대표는 여기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결연한 행보에 답답함을 느끼다
인혁당 희생자 사형 현장 둘러본 문재인 대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활동에 나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유신시대 피해자인 인혁당사건 사형수 가족, 고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씨, 고 최종길 전 서울대교수 아들 최광준씨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사형장을 둘러 본 뒤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런 김 대표에 대응하는 문 대표의 모습은 좀 답답하다. 본인이 박정희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사람으로서 박근혜 정부와 김 대표가 주장하는 역사관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결연해 질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문 대표의 그런 결연함이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의 이념 전쟁, 국민 편 가르기에 동참하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국정교과서의 문제를 '역사'에만 집중해 보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표는 지금 국민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섰던 민주열사들, 전두환 정권과 투쟁했던 시민들은 당시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웠다. 그때도 친일의 역사를 미화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존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검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베는 탄생한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전선이 과거 역사 논쟁에만 한정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절실한 부분은 우리 아이들이 획일화된 교육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사고를 접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것인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문 대표의 행보는 위안부 할머니나 독재정권 희생자들의 유가족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 아빠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편집ㅣ곽우신 기자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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