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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먼저, 아래 영상을 클릭해주길 바란다. 낙동강 약 270km를 기록한 영상이다.



산과 강의 경계가 없어졌다. 금수강산이 온통 푸르게 물들었다. 초록의 아름다움이 4대강 사업에 추악한 빛깔로 둔갑했다. 적어도 4대강에선 녹색은 더 이상 생명의 색깔이 아니다. 죽음의 징조이고 고통의 파장이다. 자연도 사람도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20~21일 1박 2일간 영주댐에서 창녕함안보까지 낙동강을 따라 달렸다. 강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장면1 녹조 창궐한 영주댐
영주댐은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쌓아올린 토목공학의 결정체다. 내성천의 맑은 물을 가두기 위해 세금 1조 3000억 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1급수 내성천도 흐르지 못하면 재간이 없다. 녹조가 창궐하고 남조류 사체가 물 위에 둥둥 떴다. 오늘도 녹조제거선만 바쁘다.

영주댐은 희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영주시 금강마을에 살던 500여 세대가 삶터를 떠나야 했다. 높이 55.5m, 길이 400m 콘크리트에 10.5km의 면적이 수몰됐다. 지도상에서 사라진 마을, 누군가는 돌아가고픈 고향을 잃었다.

#장면2 쓰레기더미 싣고 흐르는 흙탕물
상주보에 춤판이 벌어졌다. 쓰레기더미가 춤을 춘다. 흙탕물이 연주하는 휘모리장단에 열정적인 춤사위가 펼쳐진다. 여기저기서 떠밀려온 쓰레기들이 수문에 차곡차곡 쌓였다. 콘크리트 장벽은 물길만 막은 게 아니다. 보가 세워진 곳마다 쓰레기 야적장이 됐다.          

낙동강이 흐른다. 수문이 열렸다. 구미보 하늘 위로 세찬 물소리가 울려 퍼진다. 귓가에 와닿는 시원한 음파와 달리 물빛은 흙탕물이다. 4대강 삽질 후 낙동강에서 그나마(?) 깨끗한 물이 흐른다는 구간이다. 6m 준설한 강바닥에 흙이 쌓이고 있다. 

#장면3 상수원보호구역서 발견한 충격적인 생명체
취수장 300m 지점에서 붉은 깔따구를 발견했다. 하수구나 시궁창에 사는 놈이다. 정수근 기자가 강바닥에서 퍼낸 시커먼 펄을 헤집자 깔따구는 꿈틀거리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환경부는 붉은 깔따구가 사는 물은 이렇게 표현했다.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 사용가능.'

물 속 생태계와 달리 강가엔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물 속과 밖이 딴판이다. 시커먼 펄과 붉은 깔따구가 사는 이 물은 영남권 시민들이 먹는 식수다. 끔찍한 현장이다.

#장면4 초록무덤과 23명의 순직자
낙동강에는 초록무덤이 있다. '이명박 4대강' 삽질이 만든 공동묘지다. 무덤에 색깔을 입힌 건 녹조와 마름이다. 물 위에 묘지를 세운 건 콘크리트 장벽이다. 4대강 사업 후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백 그루의 나무가 수장됐다. 달성보와 합천창녕보 사이 도로를 달리다보면 약 1km 가량 길게 늘어져 있는 초록무덤을 발견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의 흔적은 창녕함안보 인근 주차장 한 귀퉁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 순직자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백제보에 세워진 '이명박탑'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이명박탑에는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세력들의 이름이 거대한 돌탑에 새겨져있다. 낙동강에 세워진 6개 보는 23명의 목숨과 바꾼 것이기도 하다.


태그:#4대강, #낙동강, #초록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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