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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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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농장에 사육중이던 돼지를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살처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숨이 붙은 돼지를 산 채로 매장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희훈
 
ⓒ 이희훈

경기 파주시에서 진행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현장에서 감염 의심 돼지를 안락사 시키지 않은 채 생매장 한 사례가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영상에는 지난 17일 살처분 과정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버둥치는 돼지들을 포클레인 등을 이용해 그대로 매장하는 모습이 담겼다.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의식을 없애는(안락사) 과정이 필요하지만, 작업자들은 발버둥치는 돼지들을 그냥 사체 통으로 옮겼다.

영상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생매장 된 돼지는 10여 분 동안 최소 약 5마리에 달한다. 이날 살처분 작업이 밤새도록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생매장 돼지의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은 저녁 8시경으로 이미 해가 지고 언론사 기자들이 철수한 뒤다.

의식이 있는 돼지를 그대로 생매장 하는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살처분 지침인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아래 SOP)'에 명백히 위배된다.
   
발버둥치는 돼지들을 그냥... 매뉴얼 유명무실

이날 경기 파주시 농장의 감염 의심 돼지 살처분은 ① 임시 우리에 돼지들을 몰아넣고 ②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해 안락사 시킨 뒤 ③ 살처분 통으로 옮겨 매장하는 순으로 이뤄졌다. 이는 2018년 8월 발간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의 SOP에 근거한다. 같은 날 농식품부는 "인도적 살처분을 위해, 살처분(매장)에 앞서 감염 가축을 대상으로 안락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현장에서는 정부 매뉴얼(행동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영상에는 가스 주입 후에도 죽지 않은 돼지들이 추가 안락사 과정 없이 포클레인으로 옮겨지는 모습이 담겼다. 돼지들은 포클레인 집게에 집힌 채 몸부림치거나 땅바닥에 뒹굴었다. 일부 돼지들은 사체더미 속에서 고개를 든 채 움직이기도 했다. '가사 상태'라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산 돼지들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살아있는 돼지들을 포클레인으로 집어 그대로 사체 통 안에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동물보호법 제10조에 근거한 SOP의 1조 5항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며, 동물의 즉각적인 의식 소실을 유도하고 의식이 소실된 상태에서 절명이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가스에 대한 반응이 약하거나, 의식을 회복하였거나 의식회복이 의심되는 개체는 보조장치나 약물 등 보조방법을 이용하여 죽음을 유도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17일 오후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농장에 사육중이던 돼지를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살처분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돼지들은 숨이 붙은 채 사체 통으로 들어갔다. 해당 사진의 일부 돼지들도 숨이 붙어있는 상태다. ⓒ 이희훈
 
17일 오후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농장에 사육중이던 돼지들에게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있다. ⓒ 이희훈

농식품부 "긴급하게 하다보면..."

이날 현장에 있었던 파주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이번 살처분 과정은 정부 행정지침(SOP)대로 진행됐다, 매뉴얼대로라면 산 채로 죽을 리가 없다"라고 살아있는 돼지들을 매장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2011년 구제역 같은 경우에는 급박한 상황이라 그랬는데(생매장했는데), 지금은 동물권 준수에 대한 많은 여론들이 있어서 SOP상 안락사 과정 자체를 준수하면서 살처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살처분) 현장에는 농식품부 과장급 및 검역본부 담당관들이 갔다"라며 "지휘나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해당 영상에 대해 설명하자 그는 "(살처분 과정에서) 최대한 동물 보호나, 그런 것들을 실현해야 하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현재는 바이러스 차단 자체가 중요한 목표이고, 차단 방역을 긴급하게 해야 하다 보니 (중략) 신속성을 우선시 하다보면 가사 상태에 있는지, 완전히 죽었는지, 그런 것을 충분히 파악 못하고 집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동물단체 "명백한 불법행위"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이런 살처분에 대해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의식이 소실된 후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빨리, 더 많이 죽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라며 "이렇게 살처분을 진행하면 계속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살처분 대응 초기다, 국가 매뉴얼을 이행하는 과도기적 이행기인 만큼 최대한 규정을 준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생매장 살처분은 처벌 기준이 없어 쉽게 원칙을 어길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 이사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현재 진행되는 살처분 만큼은 국가에서 정한 인도적 살처분 프로세스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도살 관련 처벌 조항이 전무하다. 법이 제시하고 있는 도살 방법에서 벗어나더라도 '권고 조치'에만 그칠 뿐이다.
 
17일 오후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농장에 사육중이던 돼지를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도살하고 있다.ⓒ 이희훈
  
17일 오후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농장에 사육중이던 돼지를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도살한 뒤 매장하고 있다. 도살과정에서 숨이 붙어 있는 돼지를 산채로 매장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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