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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치로 도시와 사람을 그리면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합니다.[기자말]
이용백의 <피에타; 자기-죽음>.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 위에 설치되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 오창환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국립현대 미술관을 지나 총리공관으로 올라가다 보면 학고재 갤러리 건물 위에 있는, 눈에 확 띄는 조각이 보인다. 그 작품은 이용백 작가의 <피에타>다.

피에타(Pietà)는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하며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유명한 '피에타'로는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이 있다. 특별한 언급 없이 그냥 <피에타>라고 하면 보통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말한다. 그 작품은 로마에 체류 중이던 프랑스 추기경의 의뢰로 만든 작품인데 당시 미켈란젤로의 나이가 24세였다.

피에타 상은 만들어진 당시에도 장안의 화제였는데, 당시에 조각품은 주문 제작한 상품이었고 조각가의 서명을 남기지 않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이 작품이 어린 미켈란젤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작품이라는 소문이 돌자, 이에 격분한 미켈란젤로가 밤에 몰래 성당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성당을 나서면서 본 아름다운 밤 풍경에 "하느님께서도 이런 아름다운 작품에 당신의 이름을 새기지 않았는데 내가 이런 짓을 하다니"라고 후회했다고. 이후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만든 작품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너무 어리고 예쁜 마리아의 모습이나 실제와 다른 신체 비율 등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고전적 아름다움과 자연주의적 표현의 최정점의 명작으로 평가 받으며 이후 수많은 작가들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따라하거나 비판하거나 뛰어넘으려는 전범이 되었다.

이용백 작가는 1966년 생으로 홍익대 서양화과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을 졸업했다. 학업을 마친 후에는 회화와 사진, 조각, 비디오에서 음향예술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매 작품마다 무게 있는 주제와 참신한 표현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작가로 단독 참가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 전시인데 주제별, 작가별 전시장이 따로 있고, 각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관이 따로 있어서 국가관은 그 국가 작가의 전시를 하게 된다.

국가관에는 각국이 자국의 건물을 지어서 전시를 하고 있는데 국가관 부지가 제한되어 있어 무한정 국가관을 지을 수가 없다. 한국은 1995년 마지막 남은 부지에 26번째 국가관을 지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출품 작가는 미술계의 국가대표격이라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이나 선정 결과가 큰 화제가 되곤 한다. 국가관에 출품하는 것, 게다가 단독으로 출품하는 것은 곧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나도 예전에 우리나라 조각가들과 함께 베니스 비엔날레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세계적인 미술 축제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지 않아도 관광객이 많은 베니스에 넘치는 출품 작가들과 관람자들로 도시 전체가 흥분의 도가니다.

삼청동 피에타의 정확한 제명은 <피에타; 자기-죽음>인데, 이에 대한 이용백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홍대에서 조각 수업을 들었는데, 조각 몰드를 떠서 석고로 감아놓은 엉성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중략) 그런데 알맹이 조각을 완성하면 그 몰드를 다 버리는 거예요. 언젠가 이걸로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피에타는 마리아가 죽은 자기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인데, 내 작품은 몰드가 알맹이를 안고 있는 거잖아요. 미술사적으로 해석하면 몰드가 생산품인 예술품을 바라보는 거죠. 예술의 죽음, 자기의 죽음, 자기가 죽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이런 복잡한 시선. - 출처  MMCA 이용백 작가와의 대화

이용백 작가는 거푸집인 몰드가 자신의 생산품을 보고 슬퍼하는 작품이라고 하지만, 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이용백의 작품에서 마리아에 해당하는 몰드는 일견 사이보그처럼 보이는데, 사이보그는 인간의 피조물이고, 인간의 피조물이 인간을 안고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다의적(多義的, polysemic) 작품이야말로 명작의 조건이다. 게다가 학고재 갤러리에 세워진 피에타는 세워진 위치로 인해 보는 이에게 더 많은 충격을 주는 듯하다.
 
학교재 갤러리 위에 설치된 피에타 전경. 6월이지만 한여름 더위 못지않다. ⓒ 오창환
 
안국역에서 내려 피에타를 그리러 가는데 6월의 태양이 이글이글하다. 만약 인류가 멸종한다면 그것은 기후 위기 때문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지구가 너무 뜨거워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지나 학고재 갤러리 앞에 도착했다.

요즘 경복궁, 삼청동, 청와대 앞은 정말 사람이 많다. 코로나로 인한 외출제한이 풀리고, 청와대 개방으로 엄청난 사람이 몰려든다.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오늘은 평일 낮인데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다. 학고재 갤러리 앞에 벤치가 있어 앉았다. 이용백의 피에타도 그리고 지나가던 행인도 그려 넣었다. 벤치가 바로 마을버스 정류장 앞이라서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의 시선이 좀 부담스럽다.

한편 서울 을지로 시그니쳐 타워에 16미터짜리 흰색 고래인 <알비노 고래>와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 앉아서 먼 곳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는 조각 <괴테>(Goethe)도 이용백 작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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