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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숲 국립수목원 산림박물관내 조형물 <살아있는 숲>을 그렸다. 옆에 서 있는 분이 '나무'님. ⓒ 오창환

'나무'님은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다. 나도 나무님을 팔로우한다. 나무님은 국립수목원에서 나무와 풀을 전시, 관리하시는 분이시다. 나무님의 글을 보면 자신이 하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무님에게 국립수목원을 한번 방문하겠다고 했다. 나무님은 대환영이니 언제든지 오라고 하신다. 게다가 나무님은 내 그림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분이시다.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국립수목원이 굉장히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우리 집에서 차로 가면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단 차를 가지고 가려면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한국의 국가대표 숲!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은 조선의 7대 왕인 세조가 즐겨 찾던 사냥터였다. 그는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문종이 사망하자 어린 단종을 제거하고 왕위를 빼앗은 인물이었다. 세조의 무덤인 광릉이 이곳에 위치하면서 이곳이 광릉숲이 되었다.

조선왕실에서는 광릉을 중심으로 사방 15리의 숲을 능 부속림으로 지정하여 조선 말기까지 철저하게 보호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산림과 임업을 연구하는 시험림과 학술 보호림으로 지정, 보호되었다.

해방 이후 혼란한 시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잘 보존 관리되었으며, 수목에 대한 연구과 관람을 위해 1987년 광릉 수목원으로 문을 열었으며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승격되었다.

국립수목원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광릉숲은 540여 년간 훼손되지 않고 잘 보전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숲이다.  

지난 20일 수목원에 입장하니 쭉쭉 뻗은 나무들과 잘 정리된 숲이 보이는데 정말 우리나라 국가대표 숲이라고 할 만큼 멋진 장면이다. '숲의 명예전당'과 '유네스코 기념조형물'을 지나서 산림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 2층에서 '먹이 사슬로 보는 동물의 세계'를 전시하고 있었다. 광릉숲에서 서식하는 동물 박제 전시다. 특히 호랑이 박제는 2005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하면서 기증한 백두산 호랑이 '압록이'가 자연사하자 이를 박제한 것이다. 압록이는 국립수목원 산림동물원에서 사육되었다. 이 전시는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산림박물관 2층에 전시된 '먹이 사슬로 보는 동물의 세계'. ⓒ 오창환

이제 바쁜 일을 마치신 '나무'님이 박물관으로 왔다. 사실 나는 오늘 나무님을 처음 뵙는다.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다가 직접 만나면 어색한 경우도 많은데 그림을 좋아하는 공통분모가 있어서인지 오래 만난 친구 같다.

나무님은 일부러 시간을 내셔서 일하는 장소도 보여주고 수목원 전체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주셨다. 돌나물과 전시원부터 원추리 원, 수생식물 원, 라일락 원, 양치 식물원까지 돌아다니면서 나무 이름도 알려 주시고 특징도 말씀해 주시고 전시는 어떻게 하는지, 수목원 직원들의 생활은 어떤지도 이야기해주셔서 재미있게 들었다.
 
녹음이 우거진 수생식물원의 모습. ⓒ 오창환
 
뭐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나니 나무의 이름과 특징을 알면 그 나무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도 즐거웠지만 나무님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특히 멋진 나무를 설명할 때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육림호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나무님은 일을 하러 가셨고, 나는 산림박물관에 있는 '살아 있는 숲'을 그리기로 했다.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멋진 나무님들
 
산림박물관내 <살아있는 숲>. 멋지고 재미있는 조형물이다. ⓒ 오창환
 
'살아있는 숲'은 느티나무에 영상, 박제를 활용하여 숲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느티나무 위의 영상과 동물 박제는 숲의 사계절과 여러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며 숲 속 여러 생물의 조화로운 삶을 표현했다. '살아있는 숲'에 사용된 나무는 느티나무 5그루가 붙어 자란 연리목으로 산림박물관의 상징목(象徵木)이다. 이 느티나무는 경상북도 안동(임하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에서 왔으며, 수령은 150살, 높이는 18m, 둘레는 6.2m였다. - 국립수목원 안내판

거대한 느티나무와 동물 박제, 그리고 모니터가 조화롭게 잘 설치되어 있어 멋있다. 이 작품이 국립수목원의 상징목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마을 입구에 큰 느티나무가 있어서 그 마을의 수호신으로 삼았던 것이 연상된다.

일전에 문산에 사는 친구가 집에 나무가 너무 우거져서 가지를 좀 쳐달라고 해서, 동네 사람 한 분을 일당을 주기로 하고 데리고 갔다. 그런데 첫 번째 나무 앞에서 그 나무에는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그 나무가 느티나무인데 느티나무에 손댔다가 패가 망신하는 사람 여럿 봤다고 하면서 그 나무는 벨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옆에 있는 감나무 가지를 치라고 했다. 그런데 감나무는 안된다고 하면서, 왜냐면 감나무는 겉보기에는 굵어 보여도 가지가 약해서 감나무에 가지치기하러 올라갔다 떨어져서 불구가 된 사람 여럿 봤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뽕나무 가지만 조금 치고 일당을 드렸다.

나는 처음에는 이 분이 나를 놀리려고 하는 이야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다 맞는 이야기였다. 특히 느티나무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수형이 멋지게 자라는 나무다.

'살아있는 숲'에 있는 독수리며 오소리며 토끼 등 동물들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다. 오늘 만난 '나무'님도 그려 드렸다.

포천에는 드로잉을 주로 전시하는 '모돈 갤러리'가 있다. 서울에서 좀 멀지만 어반스케쳐는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수목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갤러리에 들러 그림 감상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면서 생각해보니 오늘 만난 '나무'님도 반가웠지만 무엇보다도 수목원에 있는 수많은 국가대표 나무님들이 삼삼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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