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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대식물원에 있는 박달목서를 그려서 눈향나무 위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 오창환

곧 추석인데, 추석은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날이니까 달에 있는 계수나무와 토끼도 더 잘 보일 것 같다. 윤극영(1903~1988) 선생님이 <반달>을 작사 작곡한 게 1924년이니까 21살의 젊은 나이에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를 만드셨다.

반달은 국내는 물론 만주, 일본에까지 크게 유행하였다. 일본 제국주의 당국은 이 노래가 나라 잃은 민족의 슬픔을 암시한다고 윤 선생님을 탄압하려 하였으나 일본인들조차 이 노래를 좋아하자 더 이상 문제 삼을 수 없었다.

심지어 윤 선생님이 우연히 신문에서 <반달> 노래가 일본 방송국에서 인기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도쿄 중앙방송국을 찾아가 저작료를 받아 생활할 정도였다. 그런데 반달 노래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현재 우리가 아는 나무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계수나무와 중국 고서의 나무는 다르다

옛날 옛적에는 10개의 태양이 있었는데 모두 천제(天帝)의 아들이었다. 그들은 하루에 한 명씩 용이 끄는 마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래서 하루 해가 뜨고 진다. 그런데 어느 날 10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하늘에 올랐다. 그러자 강물과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산의 나무와 풀이 말라 들어갔다.

천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의 신 예(羿)를 지상으로 보냈다. 예는 활을 쏘아 9개의 태양을 떨어트렸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천제는 태양을 죽이라고 한 것은 아니라면서 예에게 벌을 내려 하늘나라에서 쫒아내 버렸다. 예는 불사의 신에서 인간으로 강등되었는데 예의 아내이자 선녀였던 항아도 예와 함께 하늘나라에서 쫓겨나 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신이 되기를 원했기에 예는 서왕모(西王母)에게 가서 불사의 약을 받아 왔다. 서왕모가 말하길 그 약은 둘이 반씩 나누어 마시면 인간으로서 불로 장생하고 혼자 모두 마시면 그 사람만 신선이 되어 승천할 수 있다고 하였다.

둘은 이 약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용한 점쟁이와 상담을 하는데, 점쟁이는 혼자 마시는 쪽이 길할 것이라고 답한다. 예는 항아에게 불사의 약을 마시게 하고, 자신은 지상에서 죽기 전까지 매일 그녀를 위해 제를 올렸다고 한다.

항아는 하늘나라로 올라가던 중 남편 없이 혼자 하늘나라로 가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 달나라(月宮)로 가게 된다. 달에는 불사의 약을 찧는 토끼 한 마리와 계수나무 한 그루가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땅이다. 항아는 그곳에 광한궁(廣寒宮)을 짓고 신선이 되어 영원히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항아는 달의 신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고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항아 이야기는 좋은 그림 소재이기도 해서 아름다운 항아, 달로 달아나는 항아, 하늘의 태양을 쏘아 떨어트리는 예의 그림 등이 남아 있다. 중국이 유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려는 계획을 '항아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물론 달의 신 항아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의 전설이 우리나라에 넘어와서 항아의 이야기는 희미해졌지만 계수나무와 달토끼 이야기는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 전설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중국 고유종인 목서라는 나무이고 우리가 아는 계수나무는 일본 고유종이다.
 
왼쪽이 금목서 오른쪽이 계수나무다. 금목서는 2미터 남짓이고 계수나무는 30미터 이상의 거목이다. 작은 토끼가 계수나무 같이 큰 나무 아래서 방아를 찟는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안 어울린다. ⓒ 오창환

우리가 아는 계수나무는 일본에 자생하는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로 높이가 30m까지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인 1915년에 일본에서 들어왔는데 국립수목원에 모수(母樹)가 있다. 계수나무 일본 이름은 <가쓰라>라 하는데 가쓰(香出), 즉 향이 난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가쓰라 잎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향을 만든다.

북해도의 아이누 족들은 가쓰라로 샴푸나 염료로 만들어 썼으며 목재로도 사용했다. 특히 가쓰라는 가벼워서 통나무 배를 만드는데도 사용되었다. 아이누 족은 가쓰라를 자신들의 수호목으로 여긴다고 한다.

잎사귀부터 시작, 나무를 그리는 법

달토끼 전설에 나오는 나무는 목서라는 나무다. 목서(木犀)는 중국이 원산지인 꽃나무로, 나무껍질의 색상과 무늬가 '서(犀: 코뿔소라는 뜻)'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즉 '코뿔소 나무'라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 나무를 계수(桂樹)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에는 금목서, 은목서, 박달목서 등 여러 종이 들어오거나 자생하고 있다.

목서는 3m까지 자란다.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에선 남부 지역에 주로 많이 자라며, 가을에 작은 꽃이 피는데 향이 무척 향기롭고 강해 만리까지 퍼진다 해서 목서를 만리향(萬里香)이라고도 부른다. 남부지방에서는 최고의 관상수로 치며 꽃보기가 힘든 늦가을에 피는 덕에 선비의 꽃이라 부르며 귀하게 여겼다.

목서를 그리러 국립수목원을 향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국립수목원은 한 발짝만 들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산림박물관 옆에 피라미드 모양의 온실인 난대식물원에 금목서와 박달목서 두 종이 있다. 박달목서는 온실 안에서도 약간 시원한 곳에 있고, 게다가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섬에서 자생하는 고유종이라 박달목서를 그리기로 했다.

나무를 그릴 때는 구도를 잡기가 참 애매하다. 이럴 때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먼저 가운데 있는 잎사귀 하나를 그린다. 그리고 그 옆에 또 잎사귀 그리고 잔가지 그리고 그 밑에 굵은 가지 이렇게 그려 나가다 보면 그것이 구도가 되고 그림이 완성된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꾸준히 관람객들이 들어와서는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간다. 어느덧 그림이 다되어 밖으로 나가서 눈(누운) 향나무 위에 그림을 놓고 인증샷을 찍었다. 눈향나무가 액자에 여백으로 넣는 매트 보드 같다.

한 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이다. 올해는 달나라에 있는 나무를 그렸으니 하늘에 뜬 달을 더 자세히 봐야겠다.
 
윤극영 선생님이 쓰신 <반달> 노래 가사. 카키모리 펜촉으로 썼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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